당신 인생의 이야기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Ted Chiang의 첫 SF 작품집. 특히 마음에 든 이야기를 두 가지만 꼽아봅니다.
어떤 책인가 직접 보시려면 http://www.aladdin.co.kr/shop/book/wbook.aspx?ISBN=8989571308

이해 Understand

"무언가의 계기로 인해 약을 투여받음으로써, 순식간에 엄청난 천재가 된다면?"

이러한 가정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점점 높아지는 주인공의 지능과 그에 따른 수많은 변화들이 초래하는 양상들.
이 작품에서는 지적 통찰에 대한 욕구, 사물의 패턴에 대한 인식과 재조립, 게슈탈트의 지각,
세계의 다면적 확장에 촛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점차 확장되는 인식에 대한 묘사들을 아주 흥미롭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냐옹, 게슈탈트 이론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봐야지~)

조지 오웰의 타임머신이었던가요, 고도의 지능 대신 육체가 퇴화한 땅 위의 하얀 종족과, 지하에서 육식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추한 모습의 종족으로 나뉘어진 인류의 미래에 대한 묘사가 기억납니다만... 여기에서의 주인공은 지적 능력의 발달과 더불어 육체적인 협조성도 높아져서, 정신 집중만으로도 맥박과 혈압을 조절할 수 있고, 약간의 몸짓 변화만으로도 자신의 다른 사람으로 느끼게 만드는 등 이래저래 잘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지적 유희에 심취하여 계속 더 높은 정상을 갈구하며 새로운 경험과 목표를 쌓아나가는데... 궁극적인 자아 인식이란 어떤 것? 그리고 이 주인공 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각자 상상해 봐도 좋고, 책을 읽어봐도 좋겠지요)

인간이 자신의 지능을 인위적으로 확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 좋아진 머리로 과연 무엇을 어디까지 더 이해할 수 있게 될까요. 그리고 그 잘난 머리통으로 바라본 세상에서 무엇을 추구하려 할까요.

이 작품과 같은 가정으로 출발한 다른 소설로, Daniel Keyes의 '알제논에게 꽃다발을' (모래시계, 찰리 등의 번역본으로 나옴)이 떠오릅니다. 테드 창의 작품이 최근까지의 과학의 동향을 바탕으로 한 SF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면, 다니엘 키스는 보다 서정적이예요.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끼는 마음의 파문이 퍽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대략 알제논의 죽음 부분부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읽었던 기억이...(1992년의 일입니다! 나름대로 사춘기였던 게지요~) 생각난 김에 다시 번역서와 원서와 작가 에세이를 주문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샀던 책은 빌려줬다 잃어버림;)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을 받을런지... 언젠가 따로 포스팅을 해보지요.


네 인생의 이야기 Story of Your Life

다소 뜬금없는 도입부. 맥락없이 변화하는 장면들.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이해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미지의 외계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초빙된 여성 언어학자.
SF를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이런저런 상상의 산물들을 지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소통의 순간들.
표음문자와 표의문자(표어문자). 새로운 언어의 개념과 그 결합 방식. (낯익은 한글의 자취도 느꼈습니다 ^^;)
방정식이나 음악, 무용, 그래픽의 개념이 어딘가 조금씩 합쳐진 듯한 완전히 새로운 언어.

새로운 언어는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습니다.
변분(Variational)의 원리. 삼라만상의 원리에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제는 변주되고, 서로 다른 경로로 진리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경험과 세계관. 순차적인 의식 앙태와 동시적인 의식 양태.
사건을 순서대로 경험하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원인과 결과로 지각한다면?
스스로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미리 아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건들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을 지각한다면?
원인이 시작되기 전에 결과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게 된답니다.
"광선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선택하기도 전에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non-zero-sum Game.

나름대로는 스포일링이 되지 않도록 주의했는데... 어떨런지;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기에 슥슥슥.

오늘의 키워드.
epiphany : ('출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에피파네이아' 에서)
a. (어떤 사물이나 본질적 의미에 대한) 순간적인 직관, 통찰
b. 돌연한 직관적 파악을 통한 이해나 현실 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