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자연에 대한 책들.

햇빛 속에서 빛나는 녹색 식물의 생명력, 크고 아름다운 나무의 깊은 숨결, 화사한 꽃의 아름다움, 순간순간 다채로운 하늘과 바다의 빛깔, 반짝이는 물방울의 한순간과 흐르는 맑은 물의 느낌, 이런 이미지들에 강하게 끌린다.

그런 걸 느끼고 싶어서 갖고 있는 책들. 일단 이 글의 카테고리 분류는 사진집이지만 도감, 일러스트집과 그림책, 내친 김에 샀던 일반도서까지 뒤죽박죽 섞여 있음. (동물을 소재로 삼은 쪽은 일부러 제외시킴)
외국 원서의 경우엔 내용물을 직접 확인하고 좋다고 느껴서 산 것이므로 거의 다 추천.

*The Royal Horticultural Society에서 낸 "A-Z ENCYCLOPEDIA OF GARDEN PLANTS"
내가 지금까지 본 사전 중 가장 아름다운 책. 엄청나게 두껍고 무겁다. (가격도 그리 가볍지는 않다;)
영국 왕립원예학회에서 펴낸 책답게 전문적인 지식까지 포괄하면서도, 실려있는 사진들조차 참 멋져서, 퀄리티에 몹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 dk에서 나왔다는 것도 신뢰도 플러스. (아아아 dk의 EARTH도 사야 할 텐데, 자금이... ㅠ ㅠ 북페어에서 봤던 아리따운 자태를 잊을 수 없음;)

*日本の美　II　さくら
무슨 전시회였더라... 미츠코시 본점에서 전시회 보고 나와 혹해서 샀던 책. (역시 무거운데, 가격대성능비는 몹시 탁월함. 미술연감사에서 펴냄) 벚꽃을 주제로 한 일본순수회화의 총망라 도감에 가깝다. 예전에 우리나라 모 화백의 독특한 벚꽃 그림에 끌렸었는데, 일본에 가보니 그 화풍을 의외로 많이 접할 수 있어... 독자적인 천재적 개성이라 느꼈던 과거에 약간의 씁쓸함을 안겨주었다;

*美しき日本の自然 (사진 : 야마다 토모카즈, 오카모토 료우지, 다나카 타츠야, 아마노 치카라)
기노쿠니야 본점의 사진집 코너에 서서 백여권 넘는 사진집을 뒤지다 확 눈에 들었던 책.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어딘가의, 자연 속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가득가득.
일본인임을 간판으로 내세우며 추한 속내를 외치는 일부 속사들 때문에 일본 자체의 이미지가 나빠질 때도 있지만... 조용히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살이의 모양새나 아름답고 순수한 것들을 접할 때가 더 많기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더불어 살아감에 기뻐할 수 있다.

*軽井沢 (사진 : 사사키 신이치)
휴양지로 유명한 카루이자와의 아름다움이 그윽하게 담긴 사진집. 이 사진가도 참 낭만적인 사람일 듯.
카루이자와가 뭔지도 모를 때에 북적북적하게 휩쓸려 한 번 간 적이 있긴 한데...
언젠가 좋은 사람이랑 고요하게 거닐면 좋을 듯한, 그런 이미지.

*滴 - Dew Drops - (사진 : 츠다 요호)
작고, 투명하며, 빛과 생명이 느껴지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사진들.

*수묵화 꽃 도안집 "봄" (일본 수묵화의 대가 4인이 공저)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절로 수묵화가 그리고 싶어지는, 그런 책.
봄만 갖고 있는데 사계 시리즈 다 괜찮은 퀄리티.

*雲の言葉 - WORDS IN THE SKY (글, 사진 : HABU)
키워드는 하늘과, 그 아래 펼쳐진 바다와, 대지, 인간의 길.

*空へ (HABU)
HABU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사진집.

*Sky Light (사진 : Bernhard M.Schmid)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의 빛깔에 집착한 사진들.
저렴한 엽서집 판형이라 인쇄가 좀 조악한데, 사진 자체는 훌륭.
엽서 한 장 뽑아다 액자에 끼워놓으면 상당히 근사함.

*Cloud Portraits (사진 : 우에키 시게루)
이번에는 구름. 위의 책과 같은 염가형 엽서집. 인쇄의 질이 아쉬울 따름.

*葉っぱ (by 銀色夏生)
나무의 이파리, 특히 낙엽에 깊은 흥미를 가지고 탐구한 사진들과 짧은 에세이, 시가 가득한 문고판.
일본에서 저녁 끼니를 사러 집 앞 수퍼에 나온 김에 2층 서점(방앗간)에 놀러갔다 발견했던 책.
(평소라면 수많은 일반 문고판 사이에서 눈길이 쏠릴 일이 없었을 듯한 책인데... 연이 닿은 게 신기하다.)

*Amenager un petit jardin (글, 사진 : Lance Hattatt, 일러스트 : Elaine Franks)
샤갈 전시회에 갔다가 우연히 접한 책. 자연스럽게 피어있는 식물들의 정경도 좋고, 잘 다듬어 가꾼 프랑스식 정원의 단면적인 모습들도 좋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꽃 위주)도 있었는데, 왠지 표지는 수수하지만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더랬다.

*MOONS - Photography by David O. Judd
미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근사한 풍경들에, 특수렌즈로 찍은 달이 살포시 내려앉은 사진들.
안 그래도 환상적인데, 달과 어우러져 어딘가 다른 환타지스러운 세상의 정경으로 탈바꿈한다.
작가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낭만적인가- 문득 미소짓게 된다.

*Unravellimng the Ripple (글,사진 : Helen Douglas)
북페어에서, 영국인 저자에게 직접 샀던 책.
찍혀진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의 내면의 심상을 비추어 주는, 매우 독특한 책.
물을 기조로 삼아 작가가 직접 만들어낸 작은 세계들과 투영되는 환상.
보는 이가 거기에서 무엇을 읽어내든, 사물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뽑아올린 것이리라.

일러스트집 쪽에서는 Marjolein Bastin 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예 따로 다룬 적이 있으므로 패스.
池田あきこ의 蓼科日記도 추천.
Pressed Flower 압화 쪽에서도 괜찮은 책들이 몇몇 있는데, 어머니가 싹 쓸어 가져가셔서 이 쪽은 나중에...

*Romantic Roses (일러스트 : Pierre-Joseph Redoute)
Taschen에서 나온, 오로지 우아한 장미 세밀화로 가득 채운 예쁜 화집.
나로서는 로사 키넨시스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

*Wild Flowers of America
들꽃들을 모아 놓은 미니세밀화도감. 퀄리티는 그냥저냥인데, 당시엔 이런 류의 책 자체가 별로 없었다.
참 옛날에 샀던 것 같은데... 당시 접할 수 있었던 세계의 작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목말라했던 자신이 떠오른다.

*A Treasure of Flower Fairies (일러스트 : Cicely Mary Barker)
화풍 자체는 그냥 그런데, 담고 있는 정서가 마음에 드는 Cicely Mary Barker.
꽃 그림만이 아니라 '꽃의 요정'에 촛점을 맞추고 있음.

*Dream a Little Dream (일러스트 : Becky Kelly)
어린애가 잠들기 전에 침대 머리맡에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요정 이야기 같은 정감을 담뿍 담고 있는 벡키 켈리. 사랑스러운 선물 카드 같은 그림책들. 이 사람 책도 몇 권 있긴 한데 좀 비슷비슷해서...

*The Sweet Life - Reflections on Home and Garden - (일러스트 : Laura Stoddart)
가느다랗고 길쭉한 독특한 화풍의 Laura Stoddart의 일러스트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가정과 정원에 대한 격언 모음 그림책. (비슷한 다른 시리즈도 있음)

이제 드디어 한글로 된 책들! ^^;

*경이로운 대자연과의 만남 - 세계의 나무 : Remarkable Trees of the World
(글, 사진 : Thomas Pakenham)
탐험정신이 왕성한 저자가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진기하고 특이한 나무들'의 탐색기.
정말 독특하고, 신령이 깃들어 있을 듯한 수목들의 사진과 흥미로운 내용들.
진귀하다는 게 기괴함과도 상통해 있는지 어째 마음의 위로나 평안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좋은 책.
Thomas Pakenham의 다른 책들 역시 "특이하고 신기한" 이 모토인 듯 하다.
(아무래도 원서가 부담스러운지라, 이런 책은 더 번역해서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초록 덮개 - 식물에 대해 우리가 잃어버린 지식들 (Green Mantle)
당신은 신화와 주술과 마법, 환상 속의 식물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오래 전에 식물은 인간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존재였다. 온갖 정령과 신들이 식물에 깃들어 있었고, 인간은 이런 식물들을 경외하고 신성시했다. 식물은 문화, 종교, 치료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인간은 식물을 약재, 독초, 커피, 차, 마약 등 온갖 용도로 사용해 왔으며, 샤먼들은 식물에서 얻은 강력한 환각제를 통해 하늘로 뻗어 있는 계단을 올라갈 수 있었다."
위의 말을 보고 이 책에 흥미가 생겼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알찬 내용의 책.
(이런 책을 번역해 내 주셔서 감사하옵나이다- 상태의,
식물에는 문외한이지만 거기에 영이 깃들어 있음은 믿는 쮸 ^^;)
((당장 현실의 생활 속에서, 오래된 나무는 함부로 건드리거나 다치게 하면 안된다는 것도 상식이고;))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식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지닌 여성 저자의, 잔잔한 식물 에세이집.
(일부러 "여성 저자"라 칭한 것은, 다른 책을 읽다 이걸 집어드니 여성적 정체성이 확 느껴져서 =_=;)
시간에 쫓겨 각박할 때 말고, 삶의 여유를 갖고 읽으면 좋을 듯.
개나리와 도토리에 각별한 애정을 느끼던 쮸는 나름대로 만족. ^^

*숲의 생활사
역시 여성식물박사의 Forest Ecology.
숲을 하나의 공간 또는 큰 생명으로 보고 숲의 생활사를 추적했다고 함. 역시 읽어둘 만한 책.
과학 학술적인 말투와 여성적 어조와 정서가 뒤섞여 있어 왠지 묘한 느낌을 받음.
(나도 그럴 것 같지만, 혹시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자신이 여자임을 한순간도 잊지 않게 교육시키는 건가;)

*신기한 식물일기 Linnea Platerar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아동도서이긴 한데, 어른이라고 해서 식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썩 잘 알고 있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난... 잘 모름 ^^;) 국민학교 때 식물 키워서 관찰일기 쓰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게 만드는, 그리고 내친 김에 다시 키워볼까 살짜쿵 마음 먹게도 만드는 책.

여유가 없어서 계속 미루고만 있는데, 보리 출판사에서 펴낸 세밀화 도감들도 훌륭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나왔네 >_< 하고 기뻐한 쮸. 정말 정성껏 잘 만들었다. 올해엔 사줘야지!)
"도토리 어린이 도감 - 세밀화로 그린 나무도감"과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 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