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gue에서.

동유럽의 보석이라는 프라하. 체코 공화국의 수도이며,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중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도시. 또한 스메타나, 드보르작 같은 작곡가와 문호 카프카,
아르누보 미술가인 알퐁스 무하(프랑스식 발음은 뮈샤)를 낳은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러므로, 유레일 패스로 갈 수 없는 동떨어진 루트의 곳임에도 무리해서 가보고자 했습니다.
(지금은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도 EU에 가입했습니다. 거참 세상 빨리 바뀌네요 ^^;)

(저 반들거리는 부분이 세계 공통된 기복신앙의 증거;)

실은, 프라하는 저한텐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직접 가보고서 오히려 인상이 아주 나빠진 곳입니다만 ^^;

체코로 들어가는 야간열차 쿠셋도 낡고 냄새나고 불편했는데, 어찌어찌 겨우 잠을 청하니 이번엔 화들짝 놀라게시리 문을 탕탕 치며 국경 검문을 하더군요. (게슈타포처럼 들이닥치는데 정나미가 팍 떨어졌음;) 아침에 도착해선 기차역을 나서는데 마귀같이 생긴 중년 여자가 자기네 민박 묵으라며(꼬지고 비쌈) 쫓아와 근대고, 안한다니까 곱게 안 가고 팔을 할퀼 기세로 잡아오더니 눈을 흘기고 재랄떨며 가더라는;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났다가... 얼마나 살기 힘들면 저럴까 하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만, 그 사람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면 평생 거지꼴일 듯... (체코 이미지는 이미 -100점. 환전소도 도둑놈 뺨치고...) 숙소 알선하는 데서 줄 서 있는 동안 갈수록 알선료 내기가 좀 아까워지길래. 앞에 서 있던 멕시코 아가씨들에게 양해를 구해 그네들 숙소 잡는 데 따라가서 빈 방 있나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그 아가씨들도 아까의 마귀 할멈을 봤던지, 웬일이래- 무서웠죠- 해주더라는;
(흥정 결과 : 빈 방도 있고, 알선료도 물지 않은 데다 오히려 직접 협상해서 방값도 더 싸게 묵었음;;;)
묵은 숙소는 건물이 좀 낡고 추운 점만 빼면 썩 괜찮았는데, 시내에서 후진국에다 모든 게 관광객 바가지라는 인상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돈 조반니 인형극도 별로였고, 음식도 맛없었고, 물가 안 싸고... 때마침 열린 음악제도 보려 했다가 질려서 드보르작 박물관만 갔다 바로 떠나기로 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만원 버스 탔다가 소매치기 당할 뻔하고 정말 정나미가 있는 대로 떨어져서 당장 떠나기로 했습니다. (가방을 앞으로 메고 수시로 손을 대는 습관 덕분에 털리지는 않았는데, 어느 새 가방이 열린 걸 보니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그러나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엿같은 열차 운행과 철도원들 때문에 화나고 시간 날리게 했던 체코. (국경 역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할 땐 열받아서 아무데나 발로 막 차고 싶었음; 내가 미쳤지 이딴 데에 일부러 오다니; 내보내 줘!!!)
아침에 떠나서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하니 어둑어둑... 하여간 여행 중 최악이었던 기억이 너무 많네요.
(관광한 기억은 다 흐릿하고 화났던 것만 또렷하다니 그 또한 OTL;)

체코에서의 유일한 보람, Mucha Museum에서.
Alphonse M.Mucha를 원래 좋아했던 터라, 두근두근 즐거이 보았습니다.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것과 Mucha가 디자인한 옛 체코 화폐를 실물로 본 게 인상적.
화집들은 그다지. 차라리 일본에서 나온 도감들 쪽이 인쇄상태나 편집 면에서나 나은 것 같더군요.
(박물관도 차라리 파리에 있었더라면 좀 더 괜찮은 전시실에서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고국이니까요 뭐; 다녀간 현장감을 위해 박물관 주변에서 사진도 좀 찍었는데... 싹 날림 orz;)

체코 우표들을 바탕으로 한 엽서도 있어서 흥미 ^^

춥고 비오는 날씨 속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열차를 하염없이 기다려서 겨우 탈 때 즈음,
이제 겨우 혼자 걷게 된 둣한 금발 꼬맹이가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아장아장 다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오... 귀여운 것... 용케 걷는구만 하면서 보고 있었더니, 이 꼬맹이가 나무문 쪽으로 다가가더군요.
(힘껏 밀어서 열고 나면 반대쪽으로 확 튕기는 문;) 앞에서 깔짝이다 넘어지고 문에 찧여 울 게 훤한데,
보호자는 안 보이고 주변 다른 사람들은 발 밑의 꼬맹이한텐 신경 안 쓰고 마구 휙휙 지나가는 분위기...
잽싸게 따라쫓아가 문을 잡아줬더니 잠시 후에 애기 할머니가 허겁지겁 쫓아와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
그 옆에서 꼬맹이 형아인 듯한 꼬마가 씨익 웃으며 올려다보길래 따라서 씨익~ 웃어줬습니다.
그러고는 기차를 타서(2층 기차길래 2층에 올라가 전망 좋은 데 냉큼 자리잡고 앉았음) 얼마쯤 지나니까, 아까 씨익 웃던 꼬맹이가 옆으로 다가와서 뭐라뭐라 웃으면서 말을 걸더군요. (독일어인 것 같은데 한 마디도 못 알아들음;) 분위기로 눈치 까서 알 게 뭐냐 한국어로 응수해 줬는데, 가지도 않고 아예 옆에 답삭 앉아서 계속 얘길 하더군요. (물론 나도 계속 한국어로 대답; 말하는 중간중간에 기특하게도 uhh~ 하는 추임새까지 넣어주는데 콧소리가 어찌나 귀여운지; 어린데도 혀 굴리는 발음이 과연 끝내주더군요;) 몇 살이야? 하고 바디랭귀지로 물으니까 역시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해가며 응수해 주고, 깜작깜작 윙크를 날리며 춤도 춰보이는 등 귀염을 떨고, 내가 마음에 드뇨? 물어보니까 팔로 하트를 만들었다 후우~ 하고 키스를 손바닥으로 날려보내 주는 센스까지 발휘;;

동생 애기 쪽은 정말 귀엽게 생겼더라만, 이 꼬마 도령은 사실 내 취향의 미인은 아니었는데 ^^;
하는 짓은 참 깜찍했습니다. 아마 자기도 심심하던 차에 나를 발견했던 건지; 놀아주다 지쳐서 자는 시늉을 해도 오히려 더 좋아하면서 들러붙고(;), 자기 자리에 데려다 놔도 금방 다시 쫓아올라와서 말을 걸길래 그냥 포기하고 역에 도착할 때까지 놀아주고 1층의 제자리로 데려다 줬더니 할머니가 다시 고맙다고 허리까지 숙여보이며 미소를 지어줘서 민망; (뭐라고 말도 하긴 했는데, 서로 의사소통은 바디랭귀지만 통했으니;;) 순박하더군요.
덕분에 체코에서의 불쾌함은 날리고 빈에 약간의 기대가 생겼습니다.

(흥에 겨워 꺅꺅거리며 윙크 날리는 중)

(키스를 후우~ 불어 날려보내는 거 사진 찍겠다고 재탕삼탕시키는 중;)

(어린애를 홀릴 수 있는 이 몸의 미모! (...퍽퍽퍽;) 아무튼 분홍 우비는 유괴범으로는 안 보였던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