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菅野よう子!

(오늘도 예전 다이어리에서 백업; 반말체에서 수정.)

칸노 요코라는 작곡가의 존재를 알고 좋아한 지도 꽤 된 듯 싶은데,
과연 어떤 점을 자신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건지 한 번쯤 글로 써 보기로 했습니다.
(뭐, 입밖으로 내자면 그냥 "아아 너무 좋아!!! *>_<*~~~" 정도밖에 할 말이 없는 상태로
어언 10년 이상이 흘러버렸거든요... ^^; 좋아좋아좋아좋아좋아!)

고3 때니까 1993년으로 기억되는데... 계기가 된 것은 나의 지구를 지켜줘 OVA 애니. 애니 자체를 좋아한 건 아니고, 이 만화를 꽤나 좋아해서 몇년간 전생이나 환생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가졌고 -아마 가치관에도 비교적 크게 영향을 끼쳤겠죠-, 음악이 무척 좋게 느껴져서 대체 누가 만든 걸까~?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최초로 관심을 기울이고 기억하게 된 애니 음악 작곡가~ 라는 겁니다; 그녀는 87년에 공식 데뷔했고, 애니 쪽에 정식으로 나타난 것은 아마 이 작품이 처음이라 해야 할 듯.)

가장 또렷한 기억은 '이 사람은 정말로 천재다!' 라고 마음 속 깊이 열렬하게 외쳤던 순간인데,
OVA 6편이 끝나고 새까만 화면에 金色の時 流れて~로 시작하는 가사와 함께 흘러나오던 음악.
(94년 2월 발매 예정이었던가 하는 뮤직비디오 OVA에 대한 예고편 광고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뮤직비디오만은 저의 영원한 걸작이예요!)

"마음은 노래로,
노래는 공기로,
사랑은
빛으로."

목련이네 아빠의 그 말이 마치 음악을 통해 가슴으로 직접 흘러들어오는 듯한 느낌.
너무나 좋아하는 장면들과 더 이상 잘 어울릴 수 없을 만큼 훌륭한 노래였습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몇번이나 예고 부분을 되감아 틀어보며,
어서 94년이 되어 저걸 제대로 볼 수 있기를,
입시 시험에서 벗어나 정말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자유로와질 미래를,
(음대에 가서 멋진 걸 많이 배워서 좋은 음악을 만들 거라는 이상적인 포부를 품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일본에 직접 가서 저 음반을 쓸어와서 무한반복해 들을 날을 단어 그대로 열망했지요.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음... 정말 어렸구나; 싶어 묘한 감회가 듭니다;;)

처음으로 그녀를 천재! 라고 느낀 그 이후로도, 아아 정말 천부적인 재능이야 너무 좋아~ 하고
새로이 반하는 순간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갱신되어 오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원래 평생 같은 사람에게 거듭해서 반하는 것이라고도 하지요...? ^^;)
그리고, 살아온 인생의 궤적이 그대로 걸작들로 남고 있는 그녀의 활동은 역시 현재진행형이며,
계속해서 깊이와 넓이를 더하여 진화해 나가고 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진화라는 표현을 쓰자니, 하이바라 유우게츠가 연상되어 버렸습니다;)

그럼, 과연 그녀의 음악의 어떤 점이 그렇게나 마음에 드는 걸까요-
음악은 언어가 아닌 데다 주관적, 감성적인 부분이 커서
말로 잘 설명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할 듯 싶지만서도, 일단 꼽아보죠.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가지각색의 장르, 다채로운 스타일의 음악.
(이건 상업음악에 가장 강력한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스스로 한 번 들은 스타일의 음악은 모두 기억하고 재생해 낼 수 있다고 하지요)
풍부한 영감으로 충만한 Motive.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결코 단조롭지 않은 전개양상.
(30초 안에 듣는 사람을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요)
어딘가 다른 차원에서 자신의 내면세계로 받아들여,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유연한 아름다움.
비슷하지만 다르고, 짜임새 있지만 자유로운 악곡 구조와 배치.
맥박이 느껴지는 리듬의 고동.
slur와 tie, 세분화된 음가, 악센트를 통해 자유자재로 흐르며 살아 숨쉬는 tension의 완급 조절.
풍부한 색채의 화성감, 다양하게 모색되는 Voice leading 색채의 변화.
Secondary Dominant 7th, 9th. add 4th. 6b. 변화화음. 반음계적 연속진행과 전조(Transpose).
Major와 minor(Natural, Chromatic, Melodic), Mode를 넘나드는 Scales. 완전5도.
제7음(leading-tone)의 생략으로 더욱 조성의 빛깔은 모호해지고.
inspiration, 이미지가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가사. 담고 있는 의미도,
노래하는 운율도 모두모두 참을 수 없이 좋습니다.
섬세하고 치밀한, 퀄리티 높은 사운드와 세련된 연주.
겹겹이 엷게 쌓여 조화롭게 엮이는 음의 물결들. 부드럽게 나부끼는 색색의 베일들을 연상케 합니다.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나타나 얽힐 것인지, 머리로 계산한 것이 아닌 본능적 선택이라는 느낌이예요.
(하지만 전통적인 테크닉에도 실로 능합니다. 약력에는 없지만 절대로 뭔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을 듯;)
그것이 사람들의 입에서 저절로 천재라는 감탄사를 터져나오게 하는 거겠지요.
그리고, 그녀는 타고난 재능과 계속된 노력으로 끊임없이 더욱더 발전해 나가고 있기에 더욱 눈부십니다.

그간 접해온 얼마 안되는 인터뷰와 글을 통해 본 그녀의 이미지.
여행, 사진, 동물, 발레 안무, 좋은 가정환경. 함박웃음. 솔직함, 명랑함, 영리함, 대담함.
신나게 어우러지는 리드미컬함. 쾌활하고 자유로운 날갯짓.
스트레스도 받긴 하지만, 위기에 빠지거나 다급한 상황이면
어떻게든 하자! 하면서 더욱 생기 넘치는 캐릭터.
야생시대의 감을 아직까지 간직하고서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반응,
쉬임없이 자신의 길을 또렷이 나아갑니다.
(COWBOY BEBOP은 그렇다치고, ALEXANDRITE와 Wolf's Rain이 마구 떠올랐어요;)
REFLECTION ON YOU, YOURSELF.

무인도에 혼자 떨어졌을 때에도 흘러나올 수 있는 음악은 어떤 걸까, 때때로 생각해 보곤 합니다.
그리고, 칸노 요코 님의 음악에서는 어쩐지 그걸 느낄 수가 있어요! :)
(제멋대로지만) 그래서 더욱 좋습니다;

엄밀히 스스로의 감상을 따져보면, 그녀가 만든 모든 음반의 모든 곡들이 마냥 좋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다고 느껴지는 곡은 정말, 최상급의 만족!!! 옷을 바꿔 입고 컨셉이 달라질지라도, 나는 여전히 여기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어요- 하고 풍겨나오는 그녀 특유의 느낌이 있기 마련입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 그렇게 느끼는 곡이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게 음악의 재미있는 점이기도 하고요. - 마치 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확고한 자기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에야말로 그렇게까지 다양한 변모와 투영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 You should still strive so that music is borderless.
You can communicate through music, so you should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