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의 음악 제작 - 비하인드 스토리

「風の谷のナウシカ」（１９８４年）를 시작으로 맺어진 宮崎駿 감독과 久石譲 작곡가의 인연.
이 명콤비가 20년째를 맞이하여 선보인 작품이 바로 「ハウルの動く城」(2004年).

2003년 8월. 처음으로 작품에 대해 의논하면서 미야자키 감독이 히사이시에게 요구한 것은 "객관적인 음악".
평소 등장인물별로 심정을 표현하는 헐리우드 영화풍의 음악에 의문을 품어왔던 히사이시는 이에 공감.

2003년 9월. 이미지 보드와 작화 콘티를 바탕으로 악상을 잡다가 시일만 흐르고 좀처럼 곡이 나오지 않자, 스탭에게 어딘가 조용한 장소의 스튜디오를 수배해 달라고 하여 간 곳이, 관광명소로 유명한 小淵沢(코부치자와).(-> 미야자키 감독도 이 근처에 별장을 가지고 있다고 함;) 열흘 만에 10곡을 휘리릭 만든 후 오케스트라 총보 작업.

2003년 10월.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사흘간의 레코딩.
얼마나 촉박했는지 출국 전날 밤 늦게까지는 물론이요, 기내에서조차 곡을 다듬어 수정했다 함.
녹음 첫날은 3시간의 세션을 두 번, 3곡을 녹음.
최종 녹음을 마친 다음날은, 바로 믹스다운과 마스터링을 위해 London의 Abbey Road Studio로.
(비틀즈의 녹음 거점으로 알려진 명문 스튜디오. 사라 브라이트만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도 여기서 담당. ^^;)
이렇게 해서 내놓은 Pre 버전이, 바로 「イメージ交響組曲　ハウルの動く城」 앨범.

이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본편 음악 제작과, 신일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결성한 프로젝트
"월드 드림 오케스트라"의 전국 투어 준비에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또다시 Buster Keaton의 무성영화
「Ｔｈｅ Ｇｅｎｅｒａｌ」에 새로이 음악을 덧입히는 도전적인 작업에 착수.
당시의 영화제작방법이 여러가지 면에서 현재의 헐리우드 영화의 초석이 되어 있는 점에 주목,
등장인물별로 테마곡을 만드는 등 지금까지 피해왔던 '헐리우드풍 작법'에 정면으로 임함.
(NTSC와 PAL이라든가 프레임 수가 달라 빚어진 러닝타임차 때문에 또 우여곡절이 있었던 모양;)
이번에는 山梨・河口湖의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작업.
(아무튼 공기 좋고 물 맑은 고요한 곳에서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 듯! ^^;)
효과음을 쓰지 않고 모든 음을 오케스트라로 표현해 냄.

2004년 5월 하순, 제 57회 칸느영화제에서 「Ｔｈｅ Ｇｅｎｅｒａｌ」의 디지털 복각판 초대 상영에 맞추어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아 성공리에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
2월부터 협의해 온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극장판 음악작업에 재돌입.

하울의 음악은 사전에 만들었던 이미지 앨범의 흐름을 잡아,
어디까지나 19세기 말의 유럽을 무대로 삼고 있는 만큼 정통파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추구.

주제곡인 "인생의 메리고라운드(人生のメリーゴーランド)"는, 「철저하게 하나의 테마곡으로 가고 싶다」는 미야자키 감독의 요청에 부응해 몇 곡의 후보곡을 작곡해 두번째로 연주했던 곡.
지금까지의 미야자키 작품에는 없었던 분위기가 섞인 멜로디.
무도곡인 왈츠로 주인공 소피의 "옆에 있는 누군가"를 상상.
"전쟁으로 불타는 와중에 사랑을 피워내는 멜로드라마".
또한, 최근에 자신의 음악이 지나치게 격렬하다고 느꼈던 터라, 형식이 갖춰진 왈츠곡으로
음악이 지나치게 튀는 것을 억누르고 영상과의 조화를 꾀하였다 함.

인생의 메리고라운드라는 타이틀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붙였다고 하는데.
"인생의 부침(浮沈). 내려갈 때도 있으면 올라갈 때도 있기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자신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유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장조와 단조가 뒤섞여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분위기와
축제에서 회전하며 춤추는 일이 많은 왈츠의 특징을 메리고라운드의 움직임에 빗대어 한순간에 포착하다니,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감독이지만, 그 감각은 너무나 예리하게 정곡을 찌른다고.

칸느에서 돌아와 바로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하루에 3곡, 많게는 4곡까지 완성하는 경이적인 스피드로 작업.
"칸느를 끼워넣었던 일로, 기분전환이 되었던 게 역시 큰 원인이라고 본다. 덕분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하울은 이렇게 하고 싶다든가 저렇게 하고 싶다든가 머릿속에 가득해져서, 스튜디오에 들어갔더니
넘쳐나는 아이디어와 이미지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흘러넘치는 페이스를 따라가는 게 큰일이었다."
하나의 테마곡으로 각 장면의 내용에 맞추어 다양한 편곡을 모색.
이야기의 흐름과 등장인물의 감정의 기복에 따라 어떨 때엔 슬픔을, 때로는 용기를,
때로는 유머를 표현해 가면서 모두 17곡에 모티브가 등장.
　
2004년 6월, 드디어 오케스트라 레코딩. 이번에 연주를 맡은 신일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72년 창립된 교향악단으로(악단조차 기무라 타쿠야와 동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두번째 작품 참가.
(뭔가 이쪽도 만사를 제쳐놓는 성의있는 노력과 어필의 결과로 선택된 듯하다;;;)

옛날 영화처럼 녹음하고 싶어, 커다란 스크린을 준비해 영상에 맞추어 연주.
디지털로 딱딱 맞춘 플레이보다, 음악의 넘실거리는 물결을 남기고 싶었다고.
풍부한 선율로 낭랑하게 노래하는 오케스트라.
다만 그런 식으로 연주하다 보면 어디선가 타이밍이 맞지 않게 되어 화면과 어긋나 버리기도 해서,
좀 더 지휘에 힘을 빼고 흔들흔들 맞추는 걸로 감을 잡아나감.
미야자키 감독은 변함없이 정중앙의 객석에 앉아서 스크린에 비쳐져 나오는 영상과 라이브 연주를 체크.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지휘대에서 객석을 돌아보며 어떤지 확인하고,
감독은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는 걸로 대답.

약 백여명의 오케스트라가 모여 처음으로 레코딩한 곡은, 주인공 소피와 하울의 첫 만남 장면.
영상 스크린에 하울이 나타난 순간, 지휘봉이 아래로 휘둘러 내려져,
현이 피치카토를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 (공중산책~~~ >_<)

히사이시에게 있어, 미야자키 작품에의 참가는 매번 커다란 허들을 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 자신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언제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고.

이상, "~ 라고 한다"의 정보 출처는,
전에도 소개했지만 Yomiuri OnLine에서 연재 중인 "久石譲が挑む「ハウル」の動く音"
http://www.yomiuri.co.jp/entertainment/ghibli/cnt_howl_sound.htm

별일 없으면 내일 퇴근 후에는 OST 음반에 대한 감상을 쓸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