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기억들 메모하기.

어머니가 벌에 쏘이셨다는 얘길 금요일에 들었는데, 왠지 마음에 밟혀서 자다말고 새벽 2시에 벌떡 일어나,
"오늘 집에 가야겠어." 하고는 날이 밝기를 기다려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본가로 직행.
(나이가 드신 분들은 어린애 이상으로 주의해서 지켜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애들은 아프다고 울기나 하지, 어른들은 괜찮아 괜찮아로 일관하고 자기 몸을 내버려 두시기 때문.)
일찍 잘 치료했으면 좀 괜찮았을 텐데, 역시나 시뻘겋게 퉁퉁 부어 딴딴해진 후에야 더럭 겁이 나 병원에 다녀오셨다 함. (혹시 벌에 쏘이면, 된장을 바르고-벌의 독을 중화시켜 준다는 민간요법- 바로 병원에 가세욤 =_=;)
숲길에 발목 적셔가며 도착해서 아침 먹고 있으려니, 생각치도 않았는데 애가 왔다고 마음이 들뜨셨던지;
난데없이 알밤축제에 가자고 하셔서 숟가락 놓기가 무섭게 다시 차를 탐.
(결론만 말하자면, 많이 주워담으려고 장갑에 집게, 푸대까지 동원해 가져갔던 게 무색했음;
시골 사람이 돈맛을 알면... 음음음; 내 저렇게 초라하게 마련해 놓고 바가지 씌우는 건 또 처음 봤음;;)
고속버스에서 차멀미했던 괴로움이 다시 도지려는 판국에 "드라이브하니까 좋지?"라는 아바이. 아흐 동동다리...

화창한 날씨. 연하늘색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과 푸르른 산과 들. 마음이 탁 트이는 듯한 기분.
이래서 사람들이 주말에 교외로 나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다.
초록색이 울창하다는 것은 평화로운 산천의 증거. 감사하옵나이다- 하고 바라보다,
전란의 시대 속에서 지키려고 했던 가치들은 얼마나 살아있는가? 또 문득 생각.
다채롭고도 미묘하게 변화하는 하늘의 색감이 너무 오묘하고 아름다워서 한동안 멍하니 빠져듬.
뭉게뭉게 겹겹이 쌓여 천공의 성을 연상케 하는 구름도 있어서 라퓨타다아~ 속으로 외침.
사진기를 안 가져간 게 아쉬우면서도, 사진 속에 도저히 다 담길 수 없는 그윽함까지 마음 속에 담아두기로 함.

집에서는 열무김치꺼리를 다듬으면서 라르크 DVD를 부모님이랑 같이(본의가 아닌 불가항력 -.-;) 봤음.
(500만원대 TV로 보니까 과연 화질이 끝내주는 게, DVD로 모은 게 하나도 안 아까웠음;;)
네가 웬일로 이런 음악을 듣냐고 의아해하시긴 했는데, 뭐 그러려니 하고 내비두심.
(저도 잘 모르겠지만 롹이라 하옵니다...;
딱히 음악을 좋아해서라기보다, 그저 보컬의 미모에 홀려서 보다 보니 노래까지 외워져 버렸사옵니다;;
게다가 자꾸 반복해서 듣다 보면 나름대로의 미학이 느껴져서 진짜루 좋아지는 무서운 효과가 있사옵니다;;;)
보컬이 얼마나 잘생겼는지(...)를 간간히 강조해 가며, 내한공연했던 얘기라든가,
보컬이 입은 예쁜 옷(...;)이라든가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종알종알.

주말에 그렇게 좋은 화질로 미모를 감상한 보람이 있었는지, 드디어 라르크가 꿈에 나왔음!
(꿈속에서도 아름다워서 HYDE를 보는 데 취해있었음 ^^;)

얼마 전의 토미 엠마뉴엘 내한공연에서, "세계 여러 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좋아하는 곡을 마음껏 연주하는 삶을 누릴 수 있어서 저는 무척 행복하고,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이런 요지의 멘트를 했었는데, 들으면서도 흐뭇했다. (어릴 때 기타를 안고서 "나는 커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한테 내 기타를 들려줄 거예요!" 하는 소년에게 "그래, 넌 할 수 있어 ^^" 하셨다는 상냥한 어머님 얘기도 좋았고)
이루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어떻게든 풀리기 마련이라는 걸 온몸으로 실천해 보여주는 사람들. 멋지다.
(표를 구해온 달링의 노력에도 정말 감탄 ㅠ_ㅠ) 그에 비해 내가 너무 의지박약이라는 생각도 들고... 후웅;
또 뭐가 있었더라... 좋은 것들은 그 때 그 때 바로 메모해 놓아야 할 텐데, 금세 다음날에 휩쓸려 지나가누나.

오늘 달링이 데려가준 티엔티엔은 썩 좋았음. 이것도, 저것도, 그저 다 고마워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