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잡담이 되어버리는... ^^;

요새는 이렇게 불특정다수에게 공개된 공간에 개인 사생활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팽배해 있어서(리퍼러를 보니 이런 기분이 더 강해지는군요;), 사적인 근황이나 고민에 관한 얘기는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만 하자면.... 이 사람은 아무 걱정 근심 없이 편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질투난다- 고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혹시 그런 기분이 든다면 그 원인은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았노라 살짝 비추는 단편만으로도 질투를 느끼는 당사자의 내면에서 원인을 찾아 풀어야 할 것 같은데... 역시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결론밖에 안 나와서;;) 그냥 각자 자기가 서 있는 현재에서, 추구하는 바대로 열심히 사는 게 건설적인 것 같네요.

아무튼, 그런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방앗간(;)에서 발견한, 알랭 드 보통의 신간 "불안".
같이 주문한 다른 것들이 배송이 늦는 품목들이라 좀 더 기다려야 받아볼 수 있겠지만,
막연하던 생각을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도 취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들의 에고가 지닌 불안"의 정체에 대한 사색들- 이라는 도서 소개 문구가 있던데 ^^; 바칼로레아로 대표되는 지적 교육의 성과랄까, 프랑스인 특유의 예리하고 섬세한 思惟에는 감탄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될 때가 많습니다.
(단지 취향에 맞는 걸지도... ^^; 장 그르니에, 미셸 투르니에, 피에르 쌍소, 생텍쥐페리와 파스칼.)

"알랭 드 보통의 글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The Times-

"드 보통에게 있어서 철학의 이유는 보다 많이 알기 위함이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을 알기 위함이다."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

책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만 더 해보죠.
초원의 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글 / 가스 윌리엄스 그림)
추억 속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박한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비룡소에서 9권 세트 전집으로 예쁘게 새로 나왔습니다. (나름대로 이벤트 중이야요.) 가격이 부담스러워 좀 지켜보다가... 결국 낚여버렸는데 ^^; 도착한 책이 생각보다 더 고급스럽게 잘 나와서 감탄하다가 문득, 평소에 휘리릭~ 망설이지도 않고 질러버리던 외국서적들의 가격에 비하면 저렴하게 잘 나온 건데도 비싸다고 망설이는구나; 싶어져서 orz;

신화의 역사 (카렌 암스트롱)
주제야 언제나 좋아하는 소재고, 논리정연한 어조에 매력을 느껴서 주문한 책.(생각보다 콤팩트한 가벼운 외양이라 약간 놀람.)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사놓은 신화학 1 : 날것과 익힌것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도 아직 제대로 안 읽었다는 걸 갑자기 깨달았... 아아; 부지런하자.

얼마 전엔 역시 사놓고 안 읽었던(;) 카야타 스나코의 Lady Gunner 시리즈를 읽었는데...
어쩐지 이 작가의 단점을 많이 느낀 작품이었네요. 가장 많이 느꼈던 게, 묘사가 장황하다는 것.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에, 진부한 수식이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읽어서 더 그랬던 것 같은데...
본편으로 들어가기 전에 뜸들이는 게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 뜸들이기는 새벽의 천사들 읽으면서도 강렬했군요;;)
레이디 건너 2권 같은 경우엔 절반쯤 읽을 때까지도 서두의 부연설명이었던지라,
(그것도 시시한 악역이 득시글거리는!) 읽다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캐서린 양과 니나에겐 매력을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약간은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아니, 나름대로 씩씩하긴 한데... -_-; 안전함에 둘러싸인 철부지 귀족 아가씨 이상으로 안 느껴져서일까요.)
델피니아나 새벽의 천사들 쪽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같은 외양 묘사가 계속 반복되니까 질리더군요.
(자기가 만든 캐릭터를 사랑스러워하는 건 알겠는데... 좀 ^^;)
그리고 악역 쪽이 특히 지루할 정도로 진부합니다. 한 톨의 애정도 느낄 수 없는 전형적인 악역들을 만들어 놓고, 깨부숩니다. 으음- 재미없는데... 인물들에 깊이가 없어 평면적이라는 인상. 예쁜 외모에 초인적인 능력과 거침없는 성격으로 종횡무진한다는 패턴이야 즐겁지만, 그 외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기엔 어딘가 좀 부족했어요.
이러니저러니 궁시렁거려도, 돌연변이 인시드 4인조가 귀여워서(특히 베라포드!와 담~ 자기가 도마뱀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날개를 펼쳐 찬란한 깃털을 나부끼며 날아다니는 오카마 미남자도, 직선적인 성격의 귀여운 순백의 스핑크스 청년-과 소년의 중간-도 귀엽습니다.) 계속 보기는 하겠지만; 내용의 깊이보다 캐릭터의 특출한 개성을 부각시키는 노선인 한 라이트 노벨 이상은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라이트 노벨이 나쁘다는 얘기 아님. 읽으면 즐겁고, 많이 갖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