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 - 18문답

질문의 원출처는 책애벌레님을 통해... 바람조각님의 이글루를 거쳐 ^^; summer street 입니다;
http://summer.byus.net/tt/index.php?pl=146

우선 해보고 싶으신 분이 선입견 없이 간단히 질문만 복사할 수 있게 올려봅니다.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지금은 책상 자체엔 책을 꽂아두지 않는데... 과거에 책상 앞에서 필요한 건 전공서적과 어학책이었음.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근사하다고 느끼는 그림(혹은 사진)이 가득한 화보집의 유혹에는 견딜 도리가 없다아아~~~;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음... ('가장'이라는 말은 참 고민스럽다; 멋진 책은 많고도 많고도 많지 않은가!)
선명한 이미지가 남은 걸로 多田かおる의 イタズラなＫｉｓｓ.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으나, 읽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 넘쳐흐를 지경으로 변모.
주인공은 入江直樹와 相原琴子. 따뜻한 느낌과 인생의 성장.
좀 예전에 나온 작품인데, 올해 들어 集英社 문고판으로 재발매 중.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갸웃갸웃... 가장 먼저라면 또 해골 속이 복잡해지는데...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의 기억이라;)
계몽사판 보리와 임금님 맨앞에, 다락방에 틀어박혀 책읽는 소녀의 작가 서문일까. 동질감을 느꼈다.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큰 영향..........

처음으로 제대로 된 '관인'피아노 학원에 갔을 때 발견한, 캔디캔디와 나일강의 소녀를 첫 타자로 꼽고 싶다.
(아우우... 잊을 수 없는 내 인생 최초의 장밋빛 두근거림이었다오~ *-_-*)
안소니와 테리우스의 패러렐 스토리를 공상하며 혼자 그림그리고 놀았다...
(어쩌다 지금은 오히려 그림을 안 그리게 된 걸까; 생각해 보니 희한한 일이로고;)

1986년에 읽었던 전설의 라비에타는, 당시 학교에서 금지시켰던 만화방에 나를 드나들게 만든 탈선의 주범.
(쓸데없는 부분에서 범생이였던지라... 혼자 만화방에 갈 수 있게 된 건 중학교 이후였지만;;)

고등학교 때 읽은 나의 지구를 지켜줘. 처음 6권인가까지는 갖가지 욕을 퍼부으면서 읽었지만, 어린 시온과 목련의 얘기는 참 좋았다. 환생에 대한 갖가지 자료를 찾게 만들었고 뭔가 가치관에도 영향을 끼쳤을 듯.

슬램덩크. 그 자체로 훌륭한 만화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추억들과 인연의 공통분모가 되어주었다.

... 쓰다 보니, 으헉; 어째서 다 만화인 걸까... ^^; (설마 보통 책에서는 강렬함을 못 느끼는 건가 나;;;)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어디서 어떻게 버텨야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전에 혼자 해외로 나갔을 때엔, 정신을 가다듬게 해주고 위로해 줄 만한 책을 챙겼더랬다.
세계여행을 1년 가는 거라면 론리플래닛을 챙길 것 같고 :D
무인도에 혼자 떨어지는 거라면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가득 담은 서바이벌류를 챙겨야겠고;
지금 이 순간의 심정으로는, 아름다운 화집을 한 권 챙겨서 매일매일 질릴 때까지 들여다보기도 하다가 직접 그리기도 하면서 1년을 보내고 싶다.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 원래 한 번 마음에 들면 관련된 월드(...)를 구축하는 기질이 있어서 이 짓도 꽤 많이 한 듯...? ^^; (비단 책에 한정되어 저지르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 또 먼눈을 뜨게 되지만...;) 하지만 뭐랄까... 영원한 것은 없는지도... (굉장히 좋아하던 야치 에미코와 나리타 미나코도 요즈음 작품에서는 느낌이 조금 시들해진 편이라든가 해서 딱 잘라 말할 수가 없다;) 아무튼 지금 당장 아무런 정보가 없어도 그 사람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망설이지 않고 당장 손에 넣을 만한 이름으로는 이수영님. 츠모리 토키오, 카야타 스나코, 타카도노 마도카, CLAMP, 아즈미 토오루 정도가 떠오른다;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쿠리모토 카오루의 グイン・サーガ ～GUIN SAGA～.
(전에 한번 따로 썼지만, 본편만 96권이 나왔고 - 앞으로 더 나와서 100권으로 완결 예정인 듯- 지금껏 나온 외전만도 20권인 소설인데... 일본어의 압박 위에 양까지 장난이 아니라서... 어쩌다 끌리다가도 내가 쿠리모토 카오루를 언제 좋아하기나 했던가; 하는 불안감에 멈칫하게 되는... 어차피 보려면 직접 사서 봐야 할 형편인데 그렇게 투자할 가치를 아직 못 느끼고 있음;)

한국 책이라면... 태백산맥? (뭔가 얘기는 많이 스쳐들었는데, 진가를 아직 모른다)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손만 안 베이면(...) 깨끗한 새 책 쪽을 훨씬 좋아한다.
그래도 일본 헌 책방은 비교적 곱게 다루어진 책이 많은 편이라 가격대성능비가 훌륭.
(특히 소설 쪽에서 많이 덕볼 수 있다;) 아, 많지는 않지만 서양 쪽 헌 책도 나쁘지 않았다.
아무튼 원하는 게 절판본이면 헌책이고 뭐고 감사하옵나이다 모드로 구해야 하지만;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그야 뭐든 가리지 않고 읽지만... 시란 뭔가 읽고 싶어지는 감성이 어쩌다 확 동할 때에나 사는 정도일까. (내 돈 내고 처음 샀던 시집이라면 중학교 때 서정윤 시인의 홀로 서기와 칼릴 지브란의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였던 듯; 1988년에는 에리히 케스트너의 마주보기가 대유행이어서 낭송테이프까지 샀던 기억이... 아아; 지금도 갖고 있잖아;;) 좋아하는 시인은 윌리엄 워즈워드, 사뮤엘 울만,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예반, 수잔 폴리츠 슈츠. 카렌 케이시, 파블로 네루다, 조병화 시인.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내가 읽고 싶을 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조용하고 밝으면서 쾌적한 장소에서. 음악은 기분 내키는 대로.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 주말 오후의 까페가 과연 조용하던가 하는 의구심이...? 만약 조용하다면 무지 맛없고 비쌀 듯한;
오히려 집에서 홀로 보낼 수 있다면 그 편이 나을 듯; (안티크 같은 까페가 있다면 가고 싶긴 하다...)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헤드폰을 끼고 작업하다 귀가하면 집에서 음악을 잘 안 듣게 된다. 귀를 쉬어줘야지.
듣는다면 내가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음악이면 뭐든지 OK.
독서에는 대체로 부드러운 음악을 선호하지만 지루하면 안됨.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거의 안 가지고 들어가지만, 한창 뭔가 읽던 중이라면 그걸 가져가겠지.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어릴 때 밥 먹으면서 책 읽는다고 야단 많이 맞아서; 역시 잘 안하지만.
밥처럼 연신 바쁘게 손을 놀려서 먹는 게 아니라면 책 읽다가 배고파질 때 대충 때우기도 함.
(과일이라든가 오징어라든가 쥐포라든가 케이크라든가?;)
책을 특별히 고르지는 않지만, 주로 소설을 읽다가 호흡을 끊고 싶지 않아서 그리 되는 듯.
화집이나 그림책을 볼 때에는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정갈하게~ ^^;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結城信輝의 画集 千紫萬紅. 무려 [完全限定版]으로 나왔는데... 눈앞에서 바라보면서도 당시 형편으로 분수에 안맞게 비싸서 자신을 자제했더니. 이제는 완전히 귀하신 몸이 되어 버렸다; (나는 바보야~ ㅠ ㅠ)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나는 거의 보지 않지만,(PDF나 html 쪽까지 개념을 확대시킨다면 잘 보지만; 그 밖의 전용 브라우저가 필요한 것들에는 손대지 않는다.) 사물에는 나름대로 적재적소의 용도가 있기 마련이니,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종이책이 밀려난다거나 하지는 않을 듯. 같은 내용일지라도 매개체가 다르다는 것은 중요한 차이점이다.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내가 봐서 느낌이 좋은 게 바로 자신의 명작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