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 A Room of One's Own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거나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라고 권하겠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을 하고 빈둥거리기도 하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사색하고 책을 보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상념의 낚싯줄을 흐름 속에 깊이 드리울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버지니아 울프,『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

(좋은 얘기라고 생각해서 옮겨적고 보니... '현재'에 대한 얘기가 빠져 있다.
그만큼 그녀가 현실을 행복하게 느끼지 못하고 도피를 꿈꾸었다는 얘기려나...;)

자기만의 방... 내가 이 공간(지금은 대세에 맞춰 블로그로 쓰고 있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가깝다.
혼자 빈둥거리다가 깨작깨작 메모도 하고, 가끔 누가 놀러 오면 잡담도 하고, 때로는 생각을 좀 반듯하게 정리해 보려다가 우- 말이란 어려워- 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꾸물꾸물 가라앉았다 떠올랐다 하고. 뭐 그런 정도일까나-.

블로그에 대해 이러저러한 각자의 정의가 있을 터이지만, 나로서는 개인 홈페이지의 부분이 형태를 달리해 조금 특화했을 뿐, xml 빼곤 특별히 다르다는 느낌도 없다; 사적인 부분을 싹 배제시킨다면 자신을 피력하는 1인 미디어로도 활용할 수 있겠지만, 애초의 동기가 프라이버시가 적당히 숨쉴 갈대밭을 찾아 뻐끔거리느라 만든 데라서... (하지만, 배출할 데는 원해도 누가 개인적인 걸 탐색해 오는 건 또 질색이기 때문에 Sync를 일부러 켜지는 않고, 몇 개의 연결통로 외엔 외딴 섬으로~ 소극적인 자세로 있는데... 카운터나 리퍼러 로그 같은 걸 살펴보면 웹의 연결 통로는 거미줄 같은 거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뭐 네트 자체가 그런 존재려니 ^^)

평소에 웹서핑은 친구들 근황 보기와 정보 찾기(+쇼핑;)의 용도로만 하도록 의식적으로 조절하고 있는데, 한 번 거미줄에 얽혀들어 여기저기 기웃기웃 흘러갔다간 애초의 예정을 훨씬 초과해서 시간을 잡아먹어 버리는 데다가, 이런저런 타인의 상념을 받아들이는 데에 나부터가 쉬이 지쳐버리기 때문. 그래서 교류도 그다지(... 가 아니라 거의 없잖아;) 하지 않는다. (가끔이지만, 혼자다- 싶을 때 얼음집 계곡이나 뜨개질 센터에 놀러가서 기웃거려 봤다가 간혹 감성이 좋은 곳을 발견하면 눈팅 걸긴 한다.) 리더기로 업데이트를 확인하는 곳에는, 개인 계정의 리더기이기 때문에 '다녀가고 있습니다- 씨이익~ ^^" 표시가 아마 남을 거다; (두 손 모아 합장;)

조작주의자 훈련(from SCHISMATRIX! ^-^) 같은 걸 특별히 받지 않은 이상, 인간이 자신을 어떻게 포장하려 해도 드러나 버리는 맨얼굴이 있다. (심리학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적어도, 배우나 작가처럼 자기 위에 다른 것을 매끈하게 투사시켜 보이는 능력이 탁월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평소 잡담에서는. 그러니까 진짜로 자신을 포장하고 싶다면 연예인 화장 모드로 방글방글 거리거나(온라인이니까 말발의 문제가 되려나?), 아예 사생활을 완전히 차단해 베일 속에 둬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난 그냥 포장 안 하고 편하게 살련다 =_=;)

왜 이런 영양가 없이 장황한 얘기를 늘어놓게 된 건가... 그렇지; 리더주소록을 정리해 봤더니 대략 문학-동인-친구-예술-잡담 계로 나뉘어서, 그럼 나는 뭐로 분류될까나- 잠깐 생각해 봤던 것이지. (시간을 할애해 글을 올리고, 장기간 방치는 해도 몇 년간 끊지 않고 지속하는 걸 보면 나도 나름대로 애착이 있긴 할 텐데... 그런데도 어느 날 마음내키면 탁 닫아버려도 상관없을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뭐 집착하는 건 적을수록 좋겠지만.)

오늘 돌아다니다 건진 것은 "위화" 라는 중국 작가.
내 취향이라고 딱 단언하긴 힘든데...(세상의 진창에 하나하나 다 빠져보고 싶진 않아;)
좌우지간 작품의 질은 훌륭하다. 인간적인 감수성이 몹시 풍부하고, 느낌이 살아있다.
(비슷한 공감대로, 성석제 씨의 글도 파닥파닥 비늘을 번쩍이는 느낌이었지.)
위화의 책들을 읽쟈~~~ (국립중앙도서관에는 다섯 권 중 두 권이 '여화'라는 저자명으로 등록되어 있군;)

가랑비 속의 외침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4년 1월
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내게는 이름이 없다
위화 지음, 이보경 옮김 / 푸른숲 / 2000년 5월 (품절)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위화 지음, 박자영 옮김 / 푸른숲 / 2000년 5월
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1999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