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발짝 내딛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걸 다 성취한 모습을 이미지해서, 계속 강하게 떠올리고, 그런 미래의 자신에게 그렇게 되려면 지금 오늘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언을 구하라는 얘기를 보았다.

사실 10년 전의 나는 자신의 10년 후의 모습을 그다지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했다.
그냥 뭘 하든 잘해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정도?;
이 몸은 끝내주게 열렬한 연애 끝에 골인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거란 말이지~ 라든가,
척척 돈도 잘 벌고 멋진 성취감과 경험을 쌓아서 잘 산다든가,
막연하게,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 그게 어떤 건지 눈 앞에 그려내지는 못했다.
(인연은 하늘이 주는 거니 때 되면 만날 거고, 사는 건 내가 움직이기 나름이려니 뭘 고를까; 정도.)
자신이 왜 이 세상에 왔는지, 왜 사는지 아나염~ 류의 질문에도 그저 몰라염~ 그걸 알면 신선이게~ 하고;
그런데 그냥 어떻게든 되려니- 했더니, 사는 대로 그냥저냥 휩쓸려 일상에 떠밀려 가게 되더라. 내가 어떤 면에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여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긴 하지만, 정해진 틀에 밀어넣어져서 마음에도 없이 실실 웃고 의사와 관계없는 일에 다소곳이 따르는 게 미덕이라면, 그딴 건 내다버릴 테다! 날 껍데기로 만들지 말라구~

그래서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대략 10년 후의 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지.

우선 하루의 일상 대부분을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고,
그 일로 사회적 기반과 수입도 얻어 나 자신의 몸값을 인정받고,
햇볕이 잘 드는, 나무와 꽃이 있는 쾌적한 집에서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다져놓고,
강아지랑 고양이랑 작은 새를 키우고,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부드럽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고 마음껏 도울 힘이 있고,
1년에 한두번은 해외로 여행 다니면서 재충전할 여유가 있고,
쌓여진 경험과 경력으로 자신감과 실력이 갖춰져
전문성과 개성을 존중받고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요리도 잘하고 내키는 대로 마음껏 하고...
요컨대, 삶을 사랑하고 자긍심을 느끼는 행복한 나!

하지만 어떤 요건을 미래에 상정해 놓고 그게 완벽하게 다 갖춰져야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면, 평생 만족감을 못 느낄 거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도 감사하고 느끼면서 살고자 하고 있다.

난 혼자 살잖아... (쓰다듬을 게 없어 때로 부들부들;) 사회와 타협해서 살고 있긴 하지만 돈 모아놓은 것도 없고, 생활기반도 훌훌 벗어던지면 그뿐이라 안정적이라는 생각은 안 들고... 이것 참;; 하다가,
관점을 바꿔 10년 전의 나로 되돌아가 지금의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여행도 조금씩 해 봤고, 외국 생활도 겪어 봤고, 일본어도 생활할 만큼은 익혔고, 원하던 만큼 실컷 만화와 취미생활에 빠져 봤고, 수집도 할 만큼 해 봤고, 음악회도 해 봤고, 음대도 졸업했고(현대음악이었지만;),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본 능력도 갖췄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믿을 수 있는 친구들도 생겼고, 사회 경험이 쌓여 물정도 약간은 알게 되었고, 컴퓨터도 이모저모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만큼은 익혔고... (생각해 보니 10년 전 이맘때엔 MS-DOS와 WIN 3.1이었다. 정말 비약적으로 기술이 발전했지;)
전체적으로 보다 자유로와지고 시야가 넓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조금 대담해졌고, 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고, 가끔은 진취적이기도 하고.
생각해 보니, 뭘 그렇게 초조해했나 갑자기 어깨에 힘이 빠지는걸. 낙심할 것도 없고.

요즈음은 공연음악, 영상음악, 광고음악의 분위기 묘사에 대해서라든가 생각하고 있다.
안전하고 느긋한 것만 택하려 하다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그러니까, 조금 또 용기를 쥐어짜 보자.

(오늘 아침의 포츈 쿠키! 깜짝 놀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