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일기.

얼마 전엔 실로 오래간만에 장을 보았다. 대낮에 느긋한 기분으로 뽈뽈뽈.
배보다 배꼽이 커지지 않도록 근처의 조그만 마트로 가서 돌아보는데, 어쩐지 기분이 참 묘했다.
싱싱한 야채라든가 감자라든가 과일들.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평화로운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혼자 생글생글거리면서 돌아다녔다;)
어차피 혼자 해먹을 거니까 양파 두 개, 감자 한 개, 파 세 개 이런 식이었는데, 그렇게 담아 살 수 있어 좋았다.
장보는 품목이 대체로 생과일이랑 음료수여서 금방 배낭이 빵빵하니 묵직해진다 -_-; 씩씩하게 짊어졌다.

보통 인스턴트는 그다지 먹지 않는데(대부분 맛이 없어서;)
직장생활하면서는 깜박했다간 며칠이 훌쩍 지나 생으로 버리기 십상이어서 인스턴트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근처에 쓸만한 마트도 없거니와 온몸을 바쳐 요리에 매진할 만한 유혹적인 주방 시설도 아니긴 하다.
게다가 원룸이라 생선 요리같은 걸 했다간 온사방에 다 냄새가 배어버려 곤란하기도.)

장을 보고 집에 와서는 저녁에 떡볶이를 만들었다. 왠지 내가 대중없이 만들면 늘 2인분쯤 된다.
떡볶이랑 오뎅은 갓 요리했을 때보다 다음날쯤 먹는 게 맛있다. 오동통하니 불어서 부드러워진 게 좋다.

samk님의 삼겹살을 읽고 나서는 편의점에 가서 꼬마김치가 뭔가 하고 사다먹었더랬다. 오호라, 맛있었다.
김치라든가 김이라든가는 혼자 외롭다는 기분이 들 때 먹으면 좋다.
고소한 생선 구이 냄새는 왠지 가정의 저녁 식탁을 떠올리게 해서 언제나 향수에 젖게 만든다.

나이드신 분들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은 좋아하는 맛난 음식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우리 부모님은 뭘 좋아하시던가- 자식들이 제 자리 찾아서 화목하게 살면 그게 효도겠지... 잠시 생각.

컴퓨터를 새로 조립해서 세팅. 오디오 인터페이스 쪽에서 삽질한 것 말고는 All OK. (전에 잘 쓰던 것들이 단종되었길래 새로 나온 걸로 바꿨더니 연결하는 부분에서 쓸데없이 애를 먹였다. -주말이라 제조회사에 문의할 수가 없어 더 시간이 걸림.- 혼자 열받아하며 영어랑 독어로만 된 메뉴얼을 들여다본 후, 결국 새벽 세시에 컴퓨터 뜯고 카드 꺼내서 RCA를 TRS 커넥터로 바꾸어 재조립했다.) 뭐 이제 대충 정리됐다. 프로그램 조금만 더 깔고 VSTi랑 플러그인 삭삭삭삭 깔면 날아다니겠지. 옛날 컴퓨터 데이터도 다 백업해서 옮겼다. 그런 고로 VAIO 노트북도 3년만에 갈아엎고 새로 세팅해서 어머니께 넘겨드렸다. (약간 마음에 걸리는 게, 한국어로 설정해서 깔았는데도 시스템 쪽은 다 일어로 나온다. ^^; 어차피 설정 건드릴 일 있으면 내가 하겠지만서도.) 지난 겨울부터 요새까지 컴퓨터도 여러 대 맞춰서 깔고 드라이버 휘두르며 하드웨어 쪽으로도 분투했던지라 이제 딱히 겁나는 건 없다. (계속 바뀌는 세상이니까 모르는 게 또 생기겠지만 ^^;) 아아 쮸쨩, 그동안 힘냈구나. 고럼고럼.

인텔 펜티엄 4 프레스캇 540J, 2G RAM, 20.1인치 LCD. 하드는 WD 200G S-ATA 세개. RAID로 묶어서 빠르다.
이번의 컨셉은 고성능에 작고 세련된 외양. 파워 빵빵하고, 쿨러도 추가로 달아서 조용하고 안전.
일단 테스트 중인데 아직까지는 꽤 만족. (사운드카드 때문에 삽질할 줄은 몰랐지만 -_-;)

새 키보드 스탠드도 도착, 그러나 30KG 넘는 신디사이저를 혼자 사뿐히 들어옮기기는 역시나 무리.
어쩌나아- 하다가 주말에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달링에게 SOS를 쳤더니 금세 달려와서 도와주었다.
(다행히 여자 둘이 옮기기엔 나름대로 들 만했다... ^^;)
생과일 딸기 후로즌 요구르트도 배터지게 먹었다. (욕구가 한 번 충족되었으니 이제 아쉬움 없음!)
늘 고마워요 ;ㅁ; (좀 한가해지면 같이 맛난 거 먹고 뒹굴뒹굴 책 보면서 놀아요~)

북유럽의 키워드. 아름다운 피요르드, 아름다운 호수들, 자작나무 숲. 백야와 오로라. 수산시장에서의 근사하고 저렴한 식사, 토베 얀손의 MOOMIN, 산타클로스, 닐스의 이상한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안데르센.

사나운 새벽 7. 드디어 완결되었다. 잔인했지만 나름대로 해피 엔딩이어서 기쁘다.
이수영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왠지 열중해서 뜨거운 기분이 되곤 한다. 직선적이고 호쾌하다.
아아 행복해져서 정말 다행이야. 스와디도, 록도, 시스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구.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였던 록그레이드는 록베더와 레다와 오르게이드의 연 속에서 돌고 돌아 존재한다.

그림책. 보는 것도 좋아할 뿐더러 만드는 것도 즐거울 거라 생각되는 일 중 하나.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그림책에 대한 얘기도 이것저것 풀어놓고 싶다.

열심히 해야 할 일은 언제나 많다. 무엇에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느냐가 관건이겠지.
다만, 생활에 여유없이 허덕이면서 한 가지만 아는 바보는 되고 싶지 않다. 즐겁게, 부지런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