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 : 여우 ゴン 이야기.

호텔에서 아침에 TV 채널을 돌리는데 인형극이 나왔습니다. (와이~ ^-^)
억지로 유치한 척 하지 않고 열심히 만든 느낌. 즐거워하며 좀 보다 보니, 여우 곤 이야기더군요.
소품들이나 배경이 아기자기하게 이뻐서 중간부터나마 찍어놓기로 했습니다.

아내를 잃은 농사꾼이 혼자 집안일을 하고 있어요.

자고로 남자 혼자 홀아비로 살면 궁상스러운 법이오. (일부 여성향 만화 제외)

여우 곤, 가엾은 농사꾼을 어떻게 도울 수 없을까 궁리합니다.

왜냐하면 일전에 농사꾼이 고기 잡는 걸 곤이 장난삼아 망쳐놓고 도망간 적이 있는데,
사정을 알고 보니 병든 아내를 위해 나섰던 거였거든요.
여우는 농사꾼의 아내가 죽은 뒤에야 그 사정을 알고 뉘우쳤어요.
(배경에 난무하는 저승화의 센스~ ^^; 정확한 꽃 이름이 뭔가 하고 찾아보니, 석산(石蒜, Lycoris radiata),
혹은 피안화(彼岸花)라고도 한다는군요. 이누야샤 1기 ED인가에도 키쿄 배경으로 등장;)

아무튼, 그렇게 고심 중이던 여우의 눈에 띈 "생선 장수".

옳다꾸나, 하고 한 광주리 훔쳐다 농사꾼의 집에 갖다놓습니다.
제 보금자리에 돌아온 여우, 농부가 기뻐할 걸 생각하며 흐뭇해하지요. (보금자리 넘 포근해 보여~ ;ㅁ;)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가엾은 농사꾼, 얻어터져 혹까지 생겼습니다! (귀여워라~ ^^;)
생선을 먹기는커녕 도둑으로 몰려 매만 맞았지요. (왜 우리 집에 그런 게 있었던 거지 ㅠ ㅠ 하고 있습니다)

룰루랄라~ 하며 농사꾼에게 밤을 갖다주러 왔던 여우 곤, 저 비참한 몰골에 힉; 슬그머니... 내뺍니다;

이번엔 분발해서 뭔가 더 갖다줄 게 없나~ 산을 헤집고 다니지요.

열심히 따모은 버섯과 밤. 예쁘게 나뭇잎에 싸서 가져다 놓았어요. (아, 이 순박함... 찌이잉~)

휘영청~ 어느 달 밝은 밤.

농사꾼은 "요새 우리 집 앞에 누가 자꾸 선물을 갖다놓고 간단 말일세. 기이한 일이야" 라며 친구에게 상담.
(영락없이 수로 보이는 우리의 농사꾼; 친구씨는 또 어떻고... 흑심있게 생긴 눈초리에 입술은 썰어두접시;;)

차마 가까이에도 못 가고 멀리서만 님(...;)을 지켜보는 여우.

자기가 점찍어놓은 수(...)를 남몰래 연모(...)하는 고얀 자가 있다는 얘기에 은밀히 질투심을 불태운(...;;;)
농사꾼의 친구, 괘씸한 적에게 소금을 보내줄 리가 없지요. (뭐 한마디로 좋은 소리 안했다는 얘기.)
그것도 모르고 우리의 순진한 여우는 오늘도 지극정성 일편단심으로 선물을 들고 갑니다.

(아~ 화면발 좀 보소; 이 인형극 진짜 맘에 든다니까요 >_<)

다소곳~이 수의 본분을 지키던 농사꾼, 수상한 기척에 번쩍 고개를 듭니다.
아니, 여우 녀석이 또 고얀 장난을 치러 왔구나! 라고 생각한 농사꾼, 작살내러 나갑니다만...

우아앙~ 그렇다고 대뜸 총을 갖고 나가서 다짜고짜 쏠 건 없잖아! ㅠ ㅠ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알고 보면 잔혹한 동화가 너무 많아욧~ 우흐흐흑;) 총 쏜 뒤엔 총구에서 화약 연기까지 실감나게 나오는 센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바보 농사꾼, 여우가 가져다준 선물을 부여잡고 후회합니다만...
(제길, 당신의 안온한 인생은 이제 끝이야! 이제 못되먹은 공한테 수로 끌려가는 앞길만 남았어!)

가슴아픈 여운을 남기는 인형극이었어요. ㅠ ㅠ 여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