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했습니다.

“인생살이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우아하고 아름답게 하는 방법은
배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 맥스 비어봄(Max Beerbohm,1872-1956년/영국의 수필가이자 만화가)

이사 전후로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아서 격조했습니다. (처리할 것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Wilcox의 SOLITUDE를 속으로 곱씹어볼 때가 많습니다.

돈도 아껴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것들이 여러 모로 많아서 익히고 적응하느라 더욱 바쁩니다.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고 챙겨짚어서 미비한 점을 모두 영어로 요구하고, 설명받고 하느라 부담스러웠던 점도 있구요...
(다행히 얘기하면 웬만큼 맞춰주려 하는 분위기여서 조금 안심. 지칠 대로 지쳐서 나 정말 괜찮을까... 걱정하며 문을 나섰더니 딱 마주쳐서 어머, 당신이 새로 이사온 사람이냐며 미소짓고 자기소개하는 이웃 가족도 있고; 인터넷 이전 설치해주러 온 타임 워너 총각도 아주 상냥하게 웃으면서 잘 살라고 덕담해주고 갔고 ^^;)

이번 이사에서는 가구도 모조리 직접 조립했습니다. 살림 절약 + 새로운 경험치가 쌓였어요~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도움을 원하지만 얻지 못한다 -> 도움을 구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게 된다 -> 혼자서 알아서 한다. 흠, 지금처럼 삽질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 모든 걸 다 사뿐히 처리할 수 있게 되면, 나는 정말로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고 초연하면서도 냉정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뭐어, 어차피 빈틈투성이니까 도움을 원할 일은 언제나 존재할 것 같지만; 되도록 민폐는 끼치지 않도록. 하아 그런데 이번엔 뭔가 참 고생스러웠어...
어릴 때 해봤던 벽지 바르기나 페인트칠하기 같은 건 여럿이서 하는 걸 거든 거라 나름대로 즐거운 기억인데;)

한 손에 꼽히는 가구들이건만, 거지 같은(...) 매뉴얼만 의지해서 혼자서 조립하자니 이게 또 시련이더군요. 무릎올려차기까지 시전해가며 온몸으로 힘을 줘야 박히질 않나... (뭐, 힘이 약한 것도 나름대로 다행이었던 게, 삐끄덩 어긋나서 손목이 부우욱 나갔는데, 만약 힘이 셌으면 반동도 커서 꽤 위험했을 뻔;) 처음으로 도전했던 침대는 이삿짐 옮기는 걸 같이 거들어준 친구가 도와줘서 가뿐하게 끝났고, 책상이 가장 어려웠어요;

아무튼 미션 클리어. 이제 벽에 못박아서 커튼과 거울 달기만 해치우면 되는데(이미 몇번이나 시도했는데 안 박혀서 미해결;;) 빌려온 전동 스크류 드라이버는 또 어찌나 무겁고 둔한지, 팔 높이 위로 올리려니 막 덜덜덜 떨립니다. (이미 다른 일들 하느라 지쳐서 삐걱거리는 근육통도 한몫;) 아까 쌀이랑 가마솥이랑 사들고 오다가 마주친 남자애들이 누님 야윈 것 같소~ 뭐? 못 같은 건 내가 박아줄게 부르셩~ 해주었으니 오늘은 안심하고 이만 자야지... (이런 와중에서도 뮤지컬과 음악회, 공부까지 나름대로 꼬박꼬박 챙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