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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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빛들 속의 어딘가에서 순간을 함께 흘러가고 있겠죠...
어떻게 지금을 보내고 있나요?
세상의 잣대 말고 무엇으로 당신 자신의 시간의 흐름을 잴 수 있을까요?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가 가치 있다는 걸 뭘로 확신하지요?
햇살이 비쳐들 때, 어스름이 내려앉은 후, 당신의 창밖에는 무엇이 보이나요?

세상에는 여러 각도의 창이 나 있어요.
같은 도시에 살아도 서로 다른 창 밖의 세상을 바라보네요.
겹쳐져 있으면서도 평행을 달리고, 때로 교차하기도 하는 각자의 우주.
밝은 아침 햇살이 하얗게 비쳐드는 창,
나무들이 살랑이는 사이로 한낮의 햇빛이 일렁이는 창,
어린 왕자처럼 의자에 앉은 채 저녁 노을을 황홀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창,
수많은 고층 빌딩들의 불빛이 화려하게 밤을 수놓는 창,
바닷가나 강변에서 탁 트인 전망으로 구름과 물결을 바라볼 수도 있겠지요.
전원 속에서 울창한 나무들의 숨결로 아침 공기를 맛보는 경우도 있고,
전망 좋은 호숫가에서 그림 같은 집들과 녹음을 즐길 수도 있을 거예요.
유명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눈 앞에 보이는 창들도 있는 반면에,
이웃 건물과 터억 마주보거나 벽으로 앞이 가로막힌 데도 있겠고,
번잡한 찻길이 떠억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곳도 있겠죠.

내 방 창문 너머에 비추이는 광경을 어떤 걸로 만들까요...
딱 부러지게 선택해서 강하게 끌어당기지 않으면 어영부영 휩쓸린다지요.
시간 속에서 헤엄치는 데 지쳤을 때엔 대체 어떻게 다시 힘을 내지요?
언제쯤 만날 수 있나요?

이 도시에 처음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고 내다본 북향 창 밖은 놀라울 만큼
다닥다닥 좁고, 하루종일 어둡고 차가운, 암울한 삭막함이 드리워진 풍경이었어요.
(사족을 덧붙이자면, 바퀴벌레가 새처럼 날아들 경우가 있으니 되도록 문 열지 말라는 충고도 받았지요)
이사한 후에는 동향과 남향으로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산들거리며 빛과 그림자를 드리워요.
환한 보름달이 블라인드 너머로 굽어보기에 문득 잠에서 깨어나 멍하니 마주바라본 적도 있지요.
도서관의 통유리 창으로 바라본 한여름의 폭풍은 장절하리만큼 강렬한 실감을 주더군요.
오늘 밤 대학 캠퍼스 창문 너머로 바라본 맨하탄의 야경은 아름다웠지요...
창 너머의 불빛들이 외로움을 달래주면서도 동시에 더욱 혼자임을 느끼게 해준다니, 묘하지요.
앞으로 어떤 풍경을, 누구과 함께 바라볼까- 막막한 기분으로 잠시 생각했다, 백지로 접어버릴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