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잠깐의 상념.

어머니의 왕림. 그리고 토요일. 외출했다 돌아와서 사과 깎아먹으며 놀고 있는데, 퀼트 본 그리고 계시다가 나를 부른다. 이것 좀 인터넷으로 찾아봐~ 하며 흔드시는 것은, Quilt Japan 97년 11월호에 실린 Bernina의 virtuosa 재봉틀 광고. (구체적인 기능 설명은 전혀 없었는데, 235,000엔이라는 가격이 일단 무시무시했다... 국내에 들여와 봤자 별로 팔릴 것 같지 않은 가격이라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게 당연할 것 같기도...)

http://www.bernina.co.jp/
... 첫눈에 들어오는 artista 시리즈, 우와우와. 재봉틀의 궁극이로고나... ㅠ ㅠ 기술의 발전은 멋진 것!
... 스위스 브랜드, 일본어판 완벽 지원. 무료 체험 세미나, 수강 교실. 좋겠다!
... 어머니는 감탄만 연발하다가 슬픈 표정으로 에휴, 하고 바로 단념하셨다;

한국과 세상의 다른 곳에서의, 사회적으로 지지될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의 차이를 느낄 때, 꽤 서글퍼지곤 한다. 수많은 기회들과 가능성들이, 힘없고 인구도 적고 가난한 조그만 나라여서, 한국어가 아닌 모르는 외국어여서,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하기는 버거운데 아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세관이 어째서,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이유로 추구하기엔 돌봐야 할 주변이 너무 많아서 등등의 갖가지 이유로 미처 알기도 전에, 시도해 보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물론 굶지 않고 끼니를 챙겨먹을 수 있고 안전한 집안에서 이불 덮고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감사한 환경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안분지족과 정체된 나태의 차이에서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

이루기 위해 치러야 할 댓가가 현실적으로 너무 무리한 요구일 때에, 사실 그 자리에서 바로 포기하는 것이 가장 쉽다. 아무래도 절대로 단념할 수 없는 것일 때에는, 얻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거고.
말로 해보니 꽤 간단한 결론이지만, 실제로 당장 눈앞의 일들을 처리하기만도 여유가 없는 생활에서 자신의 삶을 그 댓가로 치르면서 노력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쉽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라고 역설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포기는 서글프기도 하나, 안락하기도 한 것이다.

나는 수많은 것들을 스스로 내팽개치기도 하고, 동시에 단념하지 않기도 하고, 조금씩 이루기도 했다.
지금 이 상태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아직 이상적인 삶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 또한 확실하다.
그런데,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등가교환의 댓가로 내놓을 노력과 각오는 충분한가.
입 밖에 내어봤자 말은 공허하기 때문에,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생각한다.
그냥... 나는 에휴, 로 단념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말이 길어졌다.
(내 어머니에게서 자주도 나오는 에휴, 라는 한숨도 거두어 주고 싶은데, 그것 역시 현실적으로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라 스스로가 너무 보잘것없는 기분; 자학해 봤자 소용없으니 역시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지만...
10년 전에는 내가 그 한숨들을 언젠가 몽땅 거둬줄 수 있을 거라 자신만만하게 방긋거리며 위로했었지;
그 언젠가, 라는 단어가 나에게 얼마나 나태를 허용한 걸까... 울랄랄라 -_-;;)

덤으로, 퀼트제팬으로 검색해서 튀어나온 곳 하나. http://www.tezukuritown.com/patchwork/qj_top.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