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사주까페에 다녀왔습니다.

살아오면서 사주까페에 가본 건 이번이 세번째예요. 연대 앞에서, 압구정에서, 그리고 이번엔 홍대 앞에서.

처음의 연대 앞(지금은 없어진)이야말로 재미로 갔던 곳인데 꽤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가까운 미래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운도 있으니 힘내라는 격려라든가, 망설이는 사안에 대해 "당신이 원하면 그 관계를 지속하고 감수하는 거고,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끊어지는 거다." 라는 식으로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차가울 만큼 객관적으로 말해주어 오히려 생각이 정리된다든가- 이래저래 훌륭했어요. (같이 갔던 친구도, 몇 년 후에 그대로 이루어진 것들을 되씹어 보며 "쿨하게 말하면서 참 영험했지-" 라고 먼눈을 뜨더군요;;)

두번째 경험. 압구정 로데오 거리의 사주까페들이 유명하다고 해서 친구의 추천으로 갔었는데, 뭔가 나보다도 인생경험이 빈약해 보이는 듯한 남자가 설득력없게 씨부렁거리다 멋대로 다 끝났다며 꽁무니를 빼지 뭡니까. 화가 나서 카운터에 달려가 항의를 했더니만 이크 하면서 이번엔 닳고닳아 노련해 보이는 늙은 사람을 데려다 주더군요. (이미 기분이 나빠서 그다지 말에 믿음이 가지 않고 다 장사치 같음;; 덕분에 자존심이 세다는 성격풀이가;)

세번째 경험. 역시 친구의 추천으로, 다른 친구를 꼬셔서 가본 홍대 앞.
추천해준 친구에겐 미안하게도, 그저 돈벌려고 하는 "장삿꾼"이라는 느낌을 받고 왔어요 ^^;

댁은 어떤 사람이에요- 로 시작하는 말장난과 간단한 인생사주가 전부로, 정작 듣고 싶었던 "올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에 대한 조언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제대로 된 얘길 못 들어서 실망. -> 이렇게 되면 비판정신이 왕성해지지요 ^^; 대체 말이지, 성의껏 길게 봐주는 것도 아니고, 옳다꾸나 한테이블에서 손님 둘을 해치울 수 있나, 우선 둘 다 사주부터 적고, 얼마짜리 볼 거냐, 돈에 따라 다르단다, 어쩌고저쩌고... 만원짜리는 대충대충 넘어갔지만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다음에 AS가 있으니까- 하고 콩볶듯 휘리릭. 아니 다음에 또 까페에 오면 뭐 음료수도 공짜로 준답니까? -_-; 우선 한번에 제대로 봐줘야 다음이고 자시고가 있지. 퇴근하고 밥먹고 나서 저녁시간에 갔더니 자기가 하루종일 말을 해서 목이 아프다며 거의 속삭이듯이 말하던데, 그렇게 휘리릭 해치워서 한시간에 몇명이나 봤을런지. 하루에 최소한 5~60만원은 우습게 벌겠던데- 생각하니 내 돈 아까워어어어! 복채 만원에 음료수 값까지 합하면 일반적인 점시장에 비해 그리 저렴하지도 않은데, 전문적인 면에서는 훨씬 떨어진다고밖에;; 음, 일반 점집도 두번밖에 안가봤지만.

사람들은 어차피 재미니까 뭐, 라면서 좀 미흡하게 느껴도 넘어가는 것 같지만, 저로선 누구나 할 수 있는 번드르르하고 추상적인 말이나, 상세한 신변정보를 주어야 이리저리 끼워맞춰 하는 말을 기대하고 가는 건 아니거든요. (내 성질을 쪽집게처럼 맞춘다고 거기에 만족하면 안됩니다. 사람을 많이 접하는 직업이라서 붙은 안목과 말솜씨도 있을 테고, 보통은 어떤 점집이든 이미 지나간 "과거"의 흔적은 그럴듯하게 말해주더군요.) 사람들이 왜 점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는 건지? 중요한 관건은 앞으로의 미래가 불안하게 여겨지니까, 뭔가 대단하진 않더라도 조언 한마디 얻어볼까 하고 가는 게 아니냐구요. 그리고 그 조언이 영험하길 바라니까 복채를 선뜻 주는 거구요. 신내림이 아닌 역학의 풀이에서는, 한가지 단어로 열가지를 꿰뚫어 보는 사람도 있고 딱 교과서적 의미의 하나밖에 못 읽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밖에 못 읽어내는 사람에겐, 하나밖에 모르면서 어설프게 남의 인생을 논하지 말고 공부나 더하라고 하고 싶어요;) 이번 홍대 앞 홍선생님인가는, 1.25정도밖에 못 읽더군요. 흠.

라이카양에게, 반짝반짝 다리미 총각을 점지받으라는 축복의 메세지까지 받아서 갔는데 ㅠ ㅠ;
우얄꼬, 내 사주엔 싸이코 다리미가 들어서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싸이코가 되는 길밖에 없는 것 같... ㅠㅁㅠ
들으면서 메모해 놓은 걸 옮겨 보지요.

근본적으로 평화로운 온건주의자로, 남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먼저 싸우려 들지 않는다.
(충돌하지 않는 관계를 생활의 주축으로 삼아야 스트레스가 없다고;)
그러나 툭툭 건드리는 걸 참고 참아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폭발해서 싸이코가 됨.
(그래! 결정했어. 내가 싸이코가 되어 자급자족하는 거야 ㅠ_ㅠ 우어어엉~ 우렁각시이이~)
하지만 한 번 폭발시킨 후엔 일시적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걸 또 몹시 부끄럽게 여김. (쳇; 맛이 가려면 확 가지;)
먼저 안정을 추구한 후에, 낙천주의자가 되어 자유인으로 살아간다.
올해도 결혼할 해는 아님. 배우자를 몹시 까다롭고 신중하게 고르나, 일단 결혼 후엔 여시처럼 애교도 잘 떨고 가족한테 참 잘한다. 남편될 사람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 Feel도 꽂혀야 하고, 조건도 따지고, 자신에게 노터치로 간섭하지 말아야 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 (친구와 동시에 "그거야 당연한 거 아냐?!" 라는 감상밖에;;)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집중하여, 그 밖의 것에는 완전히 무관심한 성격.
천성적으로 아부는 못하는데 대인관계는 좋음.
직업은 전문성을 살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천직. 교육, 문화 쪽이 좋으며 32세부터 명예운이 들어온다.
본디 한번 맡은 일은 완벽주의라 꼼꼼하고 확실하게 실력을 인정받는다. 돈은 많이 벌고 또 많이 쓴다.

... 메모했는데도 이정도밖에 들은 게 없다니, 상당히 빈약했던 사주풀이였죠;; 으으 올해의 운세는 어디냐!

(사실 뭔가 점이라도 봐야 하지 않나 싶어졌던 게;; 120G와 160G 하드를 한꺼번에 날렸던 걸로 액땜이 끝나지 않았는지, 오늘은 키보드 스탠드가 갑자기 부서져서 엄청난 소리를 동반하며 무너져 내리는 대재앙이 OTL; 회사 사람들이 다 기겁을 하고 달려왔지만, 바로 옆에 있던 나는 놀랐다기보단 살아있는 기분이 아니었... 정신차리고 수습하다 보니 밑에 있던 선풍기는 무참히도 둘로 부러졌지만 덕분에 변압기는 무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신디사이저가 별탈 없이 무사해야 할 텐데...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