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 Cimetiere...

파리의 몽마르트르 묘지에 영면한 바슬라브 니진스키의 묘입니다.

무덤 위의 조각상은 페트루슈카. 러시아 전통 꼭두각시 인형을 칭하는 말로, 미하일 포킨이 니진스키의 특이한 행태를 모델로 삼아 발레극으로 안무한 캐릭터지요. (음악은 스트라빈스키) 불행했던 천재 발레리노의 자화상으로 이보다 더 어울리는 상징물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형상화된 무덤 앞에 서니 절로 숙연해졌습니다.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면서 걷다가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었던(그만큼 튀었다고 할 수 있죠;) 베를리오즈의 묘.
원래도 딱히 좋아하진 않았는데, 어째 으리으리하게 크고 번쩍거리는 모양새가 으스대는 듯해서 뷁스럽더라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묘...!

뒤쪽으로 소박하고 자그마하게 자리잡은 서정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묘. (희미한 기억으로는 베를리오즈 옆쪽 뒤여서 더 대비되게 느꼈던 것 같은...)

파리의 3대 묘지로는 페르 라셰즈 묘지(Pere-Lachaise), 몽파르나스 묘지 (Montparnasse), 몽마르트르 묘지 (Montmartre) 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니, 겁도 많으면서 갑자기 웬 묘지...?" 하면 "음; 그러게 말이야;;" 라고밖에 할 수 없으니, 장묘 문화 같은 걸 느끼고 싶었던 건 물론 아니고... 그저 파리에 온 김에 예술가들의 묘를 참배하며 넋을 기려보겠다는 작은 야망을...; 당초엔 규모가 큰 곳부터 돌 계획이었지만, 어찌저찌 몽마르트르 가는 길에 묘지를 먼저 발견해 버려서 슬쩍 들어갔더랬습니다. 오, 아침인데도 좀 을씨년스럽긴 하더군요... 역시 묘지는 묘지인 건가... 밤에는 절대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더라는; (가는 도중에 뭔가 지린내 같은 냄새도 심하게 났네요. 아갸갹;;) 아무튼 몽마르트르에서는 니진스키 참배만으로도 만족. ^^;

그 다음에 찾아갔던(물론 다른 날), 박물관 묘지로 지정되었다는 페르 라셰즈. (프랑스 대혁명 이후, 1804년에 가장 먼저 설치된 묘지라니 올해로 200주년이 되려나요...?) 몽마르트르 묘지는 다니면서도 생각보다 아담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여기는 정말 광활한 묘지였습니다...; 한국 책에서 복사한 유명인사 무덤 위치만 쥔 채, 멋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가르쳐준 쪽문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헤매고 헤매고 또 헤맸... (알고 보니 꽃집에서 가이드 지도를 팔더군요 =ㅁ=;) 간신히 쇼팽의 무덤에 겨우 도착했을 무렵에는, 차례를 기다려서 사진 찍을 의욕도 없이 파김치가 되어버렸어요; (당연하게도 어머니는 빨리 나가자고 어택 중;;;) 눈으로만 명복을 빌고, 눈팅눈팅, 아픈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뛰쳐나왔습니다; (이러고 나니 몽파르나스고 뭐고 없이; 고인의 명복은 고인의 작품을 감상하며 빌기로 아듕~~;;)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서 괴로운 심신을 끌고 굴러들어간 역 앞의 까페.
찜해놨던 대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근사한 인테리어가 저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역시 Mucha 라니까요! ㅠ ㅠ 정말 좋아욧. 이 우아함, 이 아름다움~~~!

메뉴판에는 오로지 불어만 가득... 뭘 먹었더라? 샌드위치류였던가, 아무튼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생각해 보니, 파리의 카페들은 다 맛나고 좋았던 기억뿐이네요; 빵들도 환상적이었고~)

파리 사진은 아직도 정리 중이라... 기다리실 분을 위해, 간단히 올릴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