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게 싫어질 때.

조금 전, 노트북으로 사진 변환 작업을 마저 해치우고 자야지~ 하는데... 어디서 뭔가 기묘한 소리가 나더군요.
원인을 알 수 없는데 가까이서 들리는 묘한 소리는 벌레 아니면 도둑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더럭 겁이 납니다.
기분이 나쁘고 무서우므로 즉시 벌떡 일어나 원인 제거에 착수.
으잇, 더 무섭게도 현관문에서 나고 있잖아요! 최대한 무섭게 들리기를 바라면서 "누구세요!" 합니다.
(이럴 때만은 위압적이고 무서운 남자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음 정말 좋겠습니다...)
잠시 침묵 후, "죄송합니다" 라는 남자 목소리가 문 건너편에서 들렸습니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듯 ㅠ ㅠ 잠시 더 인기척이 머물더니, 또 스스스슥 하고 문에 뭔가 밀어넣습니다.
기분 나빠... 뭔가 확인해 보고 싶지도 않지만, 아마 음식점 광고 전단일 듯... OTL...
에잇 별 거 아니라 다행이지만... 대체 왜 새벽 한시 넘어서 남의 집 문에 이런 걸 끼워넣냐구요! ㅠ ㅠ
일찍 자다가 저런 소리 때문에 깼으면, 정말 기분 나빠서 다시 잠들지 못할 듯... (지금도 잠은 싹 달아났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저녁 늦게 가스 점검이라고 벨을 누르더군요.
뉴스가 하도 험악하다 보니, 진짜 가스 점검인지를 먼저 확인하고서야 문을 엽니다.
(어릴 때는 무조건 "어른들 안 계세요-" 로 안 열고 버팅겼는데 -_-; 이젠 그럴 수도 없죠;)
다른 집 먼저 하고 오라니까 이 집만 하면 된다네요... =_=; 어째 더욱 문 열기 싫어집니다.
내일 다시 오라고 하고 뭔가 안전한 대책을 강구할까, 주인집이랑 같이 오라고 할까; 하고 머리를 굴리는데,
그럼 윗층 먼저 하고 오겠다면 사라졌습니다. (밖의 소리에 귀기울여 보니 가스 점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콩닥거리며 기다리다가 과일을 깎아먹는 김에, 과도를 손에 계속 쥐고 있기로 했습니다.(......)
가스 점검하는 분이 들어와 살펴보면서, 자기도 가끔 벌컥 문 열어주는 사람들 보면 걱정된다며 웃더군요;

음... 사실 별 거 아니죠; 쓸데없을 만큼 겁은 자주 먹지만, 실제로 위협적일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조심스러워지는 이유는, 만에 하나의 만약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자신을 지킬 강한 완력도 없고 격투기를 익힌 것도 아니며, 무기를 몸에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닌 데다 다룰 줄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다른 혼자 사는 사람들도 저처럼 무서워할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사실 저도 누구랑 만나 놀면서 혼자라서 무섭다고 티낸 기억은 없습니다만;)

혼자 살기 시작한 지 이번이 네번째 집입니다.
보통은 편안하게 잘 지내는데, 가끔은 더럭 무서울 때도 있긴 해요.
그래서 최대한 모든 가능성에 노출되지 않으려고 하는 걸 최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가급적이면 밤 늦게 다니지도 않습니다.
친구들 모임이나 저녁 늦게의 공연일 때에는 할 수 없지만서도.)
뭐, 가장 무서웠던 건 처음 혼자 살 때(단독주택 혼자 지킬 때)였지만요...(누가 2층 창문 유리창을 슬쩍 깨고 들어오지 않을까; 나 없는 새 창살을 뜯어놨다가 밤중에 몰래 들어오지 않을까; 등등의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개들이 짖을 때마다 자다 벌떡 일어나 무서움에 떨며 열심히 주변을 살펴야 했다는... 고문이 따로 없었... -_-;)
아아... 거주민이 아니면 들어올 수도 없는 곳에 살면 좀 나으려나요...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덜 무섭긴 했군요; 출입문이 오토록이니 일단 잡상인이 없었음.)

제가 혼자 사는 게 싫다고 느낄 때는,
뭔가 맛있는 걸 해먹을 때나 밖에서 사갖고 돌아올 때.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할 때나 집안의 자질구레한 게 고장났을 때.
(집주인 아저씨가 착해서, 수도가 고장나거나 보일러가 고장나거나 다 해결해 주시긴 하지만;)
이렇게 누가 혼자 있는 집안에 들어오길 요구하거나 쿡쿡 찔러볼 때.
음, 이 정도이려나요. 독수공방(?) 독야청청(!)도 썩 쉬운 길은 아닌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