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대해 : 1. 하울 예찬

- 모든 것이 스포일링. 애니나 소설 둘 다 이미 접했거나 네타바레에 상관없는 사람에게만 권함. -

다이아나 윈 존스의 원작 소설은, 삽화가 아름답지 않아 오히려 상상력을 제한해 버린다는 점만 빼고는 꽤 즐겁게 읽었더랬다. (다만, 지브리표 미청년 하울 백신을 맞지 않고 원작 소설을 접하면, 하울의 얼굴이 질데로이 록허트로 보이는 폐해도 있음. 호러물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삽화는 [취급요주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끄는 지브리 스튜디오는,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거의 모든 설정에 손을 대어 바꾸고 꼬아놓았다. 그런데 메이드 인 지브리 특유의 느낌을 끼워넣어 아로새기고 싶은 욕심만 너무 지나쳤던지,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중요한 부분들을 어설프게 다루어 안 좋은 방향으로 바뀐 게 너무 많다- 싶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엔, 기대를 산산히 깨부수는 망가진 각본에 경악하며 울부짖지 않을 수 없었다;; 패닉~)
문제점도 많지만 좋게 느낀 부분도 많았기에, 좀 더 각본 부분에서 세심하게 설득력을 갖춰 다루어졌더라면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역시 크다.
그래서, 원작 소설과 애니메이션을 비교해 가며 감상을 적어보기로 했다.
(언제나 주관적인 관점에서 내달리는 쮸가 쓰는 것이니만큼, 물론 친애하는 "하울"님께 촛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지브리 버전 하울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역시 꽃보다 아름다운 미청년 하울의 자태!!!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해 줄 가치가 있는 애니다~~~ >_< 하울의 등장씬은 모두모두 명장면~~~)
자세히 뜯어보면 대부분의 표정이 살짝 다정하게 미소를 머금은 모습으로, 페로몬 만발의 아리따운 미모!
그럼 어디, 하울이 등장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도록 하자.

무려 사려깊고(?) 친절한 남자로 첫 등장한 하울, 곱디고운 손가락 하나로 놈팽이들을 가비얍게 치워버리고,
사락거리는 머리결과 늠름하고도 날씬한 몸매, 우아한 언동으로 대뜸 여자를 홀린다(;;)
두사람이 공중으로 도약해서 하늘을 걷는 장면은, 몇번을 봐도 참 두근두근 좋다 ^-^
상냥하고 쾌활하면서도 부드러운 우아함이 배어있는 미청년 마법사가
소년같은 웃음을 뿌리며 다정하게 보조를 맞춰 이끌어주는 모습에, 심장이 흐느적 녹아내리누나... ㅠ ㅠ
(살며시 내려앉아 에스코트해주는 부분까지 참으로 엘레강스하셨음! 살짝 드리워진 머리칼에 두근두근;
최후의 최후까지도 인상을 남기고 사라지는, 허술함 없이 완벽한 마무리~~~)

낡아빠진 성내에서의 재회 부분에서는 하울의 피곤한 듯한 나른한 분위기가 또 매력적인데...
여전히 찰랑이는 머리결의 늘씬한 미모, 마치 애정을 담듯 부드럽게 내리깐 눈매와 미소,
조용하고 사근사근한 말투와 희고 고운 손, 아무렇지도 않게 배려해주는 행동들.
"마르클, 접시" 하고 몸을 돌릴 때의 경쾌하게 춤추는 듯한 움직임도,
어수선한 탁자에서 어깨로 책무더기를 밀어 빈 자리를 만드는 (어딘가 많이 익숙한데 OTL;) 터프한 대범함도,
눈을 내리깔고 "諸君、いただこう。うまし糧を。" 하며 우아떠는 모습도, 모두모두~ 매우~ 사랑스럽다 >_<
(미청년은 차와 이슬만 먹고 사는지 *_* 결국 직접 음식을 먹는 모습은 나오지도 않았지만;)

잘 다듬어 정돈된 짧은 머리보다는 다소 긴 머리칼이 살짝 흐트러진 느낌이 훨씬 섹시해 보이는데, 특히 초반의 금발 청년일 때 강하게 공들여 어필했다. ^^; (남색 머리 쪽은 뭔가 소년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물에 빠진 캘시퍼의 위기에 재까닥 나타나는, 짧게 다듬은 금발에 하얀 옷 버전의 하울. 내가 예고편 트레일러로 접하고서, 지브리의 하울에 처음 매료되었던 장면이 바로바로~ 저 다정하게 살며시 불어넣는 입김과 부드러운 손길이었다고!!!

비행에서 돌아온 새벽, 지치고 우울한 듯 "지독한 전쟁이다. 남쪽 바다부터 북쪽 국경까지 불바다였어."
라며 심각한 표정과 시니컬한 말투, 뚜렷한 눈동자로 사태를 직시하는 하울의 모습도 몹시 좋다.
(소피가 잠든 모습을 살며시 들여다보고 가는 모습이 또, 잔잔한 마음에 퐁- 하고 파문을... ㅠ ㅠ)

목욕탕에 들어갔다 갑자기 분위기를 확 바꿔서, 아아아악- 울부짖으며 머리를 싸쥐고 뛰쳐나오는 하울.
이제 끝이야... 아름답지 않다면 살아있어봤자 소용없어~ 하고 내뱉는 입술은
물기를 머금어 요염하게 빛을 발하고♡ (날씬한 자태, 하얀 속살, 버들처럼 고운 허리! 만으로도 황홀했는데,
그린 슬라임으로 감싸인 탱탱한 엉덩이까지 배견♡우훗 기뻐라;)

한바탕 히스테리 부린 후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도 심하게 귀엽다... (우웃, 가느다란 모가지에도 하트를...)
슬슬 초반부의 한없이 멋지구리한 자태에서 탈피하여, 흐트러진 모습도 거리낌없이 무방비하게 보여주고 있다.
담요를 둘둘 감은 더벅머리 버전도 참 좋았다. 특히 그 진지하고 상냥한 눈망울이 포인트! >_<♡
(원작 소설에서는 하울의 눈을 유리구슬같은 녹색 눈동자라고 표현했는데... 애니의 하울은 청회색에 가깝다는 인상. 전체적으로 작화와 색감 자체가 좀 들쑥날쑥한 듯한 기분도 들지만.)

남색 머리의 장발에 녹색 제복 차림의 하울은 역시 늠름한 미청년, 씩씩하고 듬직하다.
공중비행에서는 여전히 여유와 쾌활한 미소를 잃지 않는 우아함을 발휘.
(특히 다정하게 눈웃음치는 장면은 참을 수 없이 좋다!; >ㅁ<)
소피가 종탑에 들이박으려 해도 꿈쩍도 안하고 하하하~ 산뜻한 웃음을 날리는 모습은 꽤 유쾌했다.
(멋진 남자는 배짱과 도량과 실력!...;;;)

사실 원작소설의 하울 역시 애니의 하울만큼 훌륭한 미덕들을 갖추고 있다.(삽화만 갈아치우면 뜬다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보일 때도 많지만 사실 본질적으로 친절하고 상냥한 성정이라든가,
싸우고 다투느니 차라리 슬쩍 물러서는 쪽을 택한다든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친절하다든가 하는 면뿐만 아니라-
뺀질뺀질거리며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든가,
표면으로는 내색하지 않는 포커페이스지만 내심 겁이 많다든가 하는 점과,
향기를 풀풀 날리며 겉모습 꾸미기에 열중하는 허영심과 과장된 언동 역시
이 캐릭터의 주요 특성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 지브리의 하울은 겁이 많은 성격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엔 행동들이 너무나 일관되게 용감무쌍하다;;; 이렇게 용기가 뻗치는 캐릭터도 드물 정도다;;
(원작의 대사를 따라 자기가 사실 겁이 많다고 말하는 부분은 겁쟁이라기보다는 귀여움으로 어필했을 뿐;)
물론 나쁘지는 않았지만 ^^ 예고편 트레일러에 "恋人は, 弱虫の魔法使い" 라는 문구를 박기에는 좀 위화감이;

용감하고 날렵하며 머리도 좋고, 신뢰할 수 있을 만큼 듬직한 데다가 귀엽기까지 한 하울하울.
언제 어느 때나 여유와 배려를 잃지 않을 만큼 강하고,
뛰어난 마법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지킬 것을 확실히 지키려 하고,
판단력과 행동력이 주저없이 빠르고 명쾌하다. 담력도 세다.
게다가 손까지 빠르다. 순진한 아가씨를 길거리에서 낚아채어 터억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광석화처럼 잽싸게 커플링(;) 반지를 끼우는 솜씨를 보란 말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에 든 여성을 위해 허름한 오두막에서 잽싸게 반짝반짝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이사하고,
선물도 곳곳에 바리바리 갖다 안기는 갸륵함을 발휘하는 우리의 주인공 하울.
(아아아... 여자 꼬시기에 필요한 일은 참으로 제대로 하고 있다는 감상을 흘리지 않을 수 없고나;)

자기 옷은 어디다 다 팔아치웠는지 단촐한 옷차림에
(한 일반인 처자는 "팬티스타킹 입은 줄 알았어요" 라는 말로 나를 격침시켰다 ㅠ_ㅠ;)
색기없는 짧은 남색 단발머리를 발랄함으로 메꾸기라도 하려는 듯 다소 의식적인 명랑함을 보이는데...
(들판에 꽃을 가득 피워놓고선 소피에게의 선물 어쩌고 할 때는 곰살궂게 구는 게 지나쳐서 좀 닭살이 돋음;;;
全く、あれの何処が「心無き男」なの？하고 속으로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단 말이지...;;)
꽃밭에서 생글거리던 소년은, 꽃밭에 비행정이 나타나자 당장 용맹한 표정의 어른으로 돌변한다.
(그러니까... 대체 어디가 겁쟁이냐고...;;; 조용히 지나가는 배에 스스로 싸움을 걸기까지 하는구만;;;; OTL)

그 다음에는 남색 조인 모드의 하울. 변신 모드여도 얼굴만은 여전히 잘생기고, 너무나 다정하다.
(몸매도 역시 잘 빠졌다; 늠름하신 가슴과 다소곳한 날개가 챠밍;;;)
상냥한 부드러움과 강한 의지가 뒤섞인, 근사한 남자의 모습.

이번에는 하울이 별똥별을 잡아 계약하는 부분에서, 잠깐만 생각해 보자.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파행으로 치닫는 각본에서 하울이라고 혼자 무사할 리가 없는 것이다;;)
하울이 캘시퍼와 계약한 이후에 그런 일을 사악한 금기로 여기는 스승의 곁에 머무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지브리의 애니에서는 아직 골격도 다 자라지 않은 어린 소년 시절에 계약한 걸로 나온다?!
(그런 설정이라면 마법학교 졸업 못하고 뛰쳐나왔어야 정상일 것 같고, 기초도 탄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원작 소설에서는 계약의 시기를 하울이 배울 만큼 배운 후 스스로 독립해서 마법사 젱킨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시작한 직후의 일로 나오는데... (5년 전이라니까 대략 하울님이 21~22살 때가 되겠음.)
아무 생각 없이 새끈한 미소년을 그리고 싶었던 거야~ 라면 납득하겠지만 ^^; 막 바뀌어도 좋을 설정은 아니다.
(소피가 '알고 보니 우리 어릴 때 만났었지~ 기억 못해서 미안~" 비슷한 말을 날릴 때엔 한없이 몸이 꼬였다;)
아무튼 별똥별과 조우한 단정한 미소년 하울의 모습, 해맑고 앳된 느낌을 잘 표현해 주어서 기뻤다.
(진작에 니기하야미 고하쿠누시님도 좀 저렇게 그릴 것이지!;;; 라는 아쉬운 바람이 오늘도 별에 스치운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여전히 변신모드로, 깃털에 뒤덮인 무표정한 얼굴의 하울.
(별달리 생각해 보지도 않았었는데, 화집에는 "차가운 입술"이라는 부연 설명이 있었다... 거의 시체라는 건가;)
그런 빈사상태의 극한에 달해 저절로 인간으로 돌아온 하울의 모습은 너무 멀쩡해서 좀 납득이 안간다...
(뚝뚝 흘리던 피는 온데간데없이, 검댕만 조금 칠하고 엎어져 있다니;;)

소피가 가슴에 무턱대고 쑤셔넣은 심장으로 되살아난다는 무대포 방법으로 기사회생한 하울,
대뜸 소피의 회색 머리카락을 갖고 별빛으로 물들었다느니 하는 몹시 느끼하고 혼자 허공에 뜨는 세리프를 날려,
세상에나 뇌까지 다친 걸까- 싶게 보는 사람을 대략 슬프게 만들어 버렸다...;
(각본가를 탄핵하라~ 아우우; 게다가 할망탱이 때부터의 회색머리와의 색깔의 차이점을 못 느껴서 더 허탈;;;)

결국 대단원의 감동과 여운을 맛보아야 마땅할 마지막 장면에서조차,
다홍색 샤쓰와 흰 바지라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조금 무서워지는 센스로 나타나 버리는 하울 =_=;
(물론 그 옆에는 좀 더 따로찌개로 망가진 색감으로 나와 색기없는 키스씬에 일조해 버린 소피가 있었다...;;;
그래, 다른 이들의 망가짐에 비하면 하울은 양반이긴 하지; -> 이런 걸 위안이라 삼아야 하는 건가... ㅠ ㅠ)

사실 애니가 뒤로 갈수록 앞에서 망쳐놓은 설정의 파행이 파행을 거듭 불러 역시나 수습이 안되는데...
(움직이는 닭발성이 후두둑 무너지며 갈짓자로 미친 듯이 달리는 모습이야말로,
망가져 가는 작품을 대신하여 웅변적으로 외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단 말이지;;;)

(앞으로도 잘근잘근 씹을) 이런저런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하울의 우아하고도 경쾌한 동작들과, 차원의 사이에서 걷는 소피와 힌의 유려한 움직임들은
썩어도 준치, 역시 지브리- 하고 다시금 경탄하게 만들었고.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지브리의 유머센스 역시 건재하여, 이번의 히트 포인트는 하울의 엉덩이를 필두로,
쌔끈하게 잘 빠진 허수아비와, 마르클의 수염 변장, 허파에 바람빠진 소리로 짖는 힌 등을 꼽고 싶다.

그럼, 다음 편에서는 원작 소설과 애니의 차이점에 대해 좀 더 조목조목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글 하나에 다 몰아넣으려고 했는데, 아름다운 하울님을 되새김질하다 보니 너무 길어진 데다,
단점들까지 하울님의 미모와 같은 부류로 취급하면 실례일 것 같아서... ;ㅁ;)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대해 : 2. 원작과 애니, 어떻게 다른가?],
한가해지면 다시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