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01 - 단상들.

고정된 삶의 매트릭스. 나는 고인 물이 되지 않으려고 이따금 파닥파닥거리고, 2005년은 절반이 흘러갔다.
바쁘고, 다채롭게. 자신에 대한 재인식과 몇 가지의 변화를 안고서.
여러가지 여건상 이제는 안되려나... 싶기도 했었고 뭐 언젠가는, 하던 것 중 무엇인가의 물꼬가 트여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물 안에서 개굴개굴 으스대는 군상들에 동화되지 않으려면, 물살은 쉬임없이 흘러야 한다.

우리가 제아무리 바쁘게 살아봤자,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어떤 면은 차곡차곡 다듬어 갈아졌지만, 또다른 어떤 면은 여전히 원석의 상태.
수많은 가능성들은 하나의 선택에 따라 길이 바뀌고, 허락되는 경우의 수는 대개 세월이 흐르면서 줄어들지만, 맥을 잘 잡았다면 늘릴 수도 있는 게임.
존재와 현상들 속에서, 리듬의 흐름을 느낀다. 음악뿐만이 아닌, 사람들의 몸짓에서, 일이 돌아가는 추이에서.
알아야 할 것들, 재빨리 해치워야 할 것들, 단련되어 넘어서야 할 것들 + 제반자원과 타임리미트.
오직 꺾이지 않고 굳세게, 대담하게. (용기와 의지라는 비타민이 많이많이 필요하다. 뚫린 입은 필요없다.)

여권 만료일이 가까와졌다. 5년 전의 여름,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느끼고 있는 여름.
거리는 일견 그대로인 듯도 하면서도 속은 많이 바뀌었으리라 짚어보게 되고,
부대끼는 인파의 파도 속을 지나치면서 문득 좀 더 커다란 인생의 굴곡을 느꼈다.
5년이라면 굉장히 많은 것이 바뀌었을 법도 한 시간이고,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도 같고, 나름이겠지만.
거리에서 귀에 흘러든 Kiss of Life는 순식간에 과거의 어떤 여름날로 나를 잡아채갔다.
순간적이고도 기나긴 플래쉬백. 그렇게 만든 음악의 힘에 다시 조금 감동.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하고 뭔가가 흔들흔들할 때가 있는가? 오히려 예전의 어떤 찰나가 더 명확하게 와닿는 꿈에서 부유하다 깨어났을 때, 왠지 자신이 이상하고 이상해서, 호접지몽에 공감하는 순간.
내가 살았던 집들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히 떠오르는데, 세부사항까지 그려낼 수 있는 어린 시절의 방들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히, 당연한 법이려니 알고 있는데, 가끔 갑자기 그런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COSMOS. 지구일 수도 있고, 은하계일 수도 있고, 인간의 몸, 혹은 공룡이나 아메바 속에 구현된 생명인자일 수도 있고, 고대의 문명일 수도, 미래의 SF 환타지일 수도, 지금 이 시간의 심해 어딘가일 수도 있고... 동시에 존재하지만 직접 맞닥뜨려 지각할 수 없는 세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혹은 상상력의 범주 안에서 살아 숨쉬는 우주들. 무한히 확장되기도, 축소되기도 하지만 어느 쪽이든 굉장할 따름인 이 세계는 시선을 돌려 억겁과 순간 사이의 무언가를 알려 할수록 엄청나게 신비로운 것들이 겹겹이 포개지고 엇물려 있는데, 정작 우리는 사소한 것에 고민하고, 제약받고, 또한 기뻐하고, 꿈을 꾼다. 마음은 우주를 달리다가도 사소한 베임에 아파하는 몸뚱아리에 금세 무력해져 쓴웃음. 이렇게까지 한계지어져 있다는 게 또 이상스러워라.

이 세상이야말로 찰나의 꿈이고, 무대라는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는데도, 여전히 하잘것없을 만큼 소소한 것들에 집착하고, 사람 속에서 부대끼며 희노애락이 변화무쌍하게 교차하는 나날들. 아아, 왜 사냐면 웃지요.
모두가 각자의 무대 속에서 춤추는 자들의 왕. 숨이 남은 한, 자신의 춤을 추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