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에 다녀와서의 잡상.

친구의 지인이 피아노 독주회를 한다 하여, 덩달아 초대받아 다녀왔다. (공연 러브~)
레퍼토리는 바흐의 환상곡, 하이든 소나타, 바르톡의 두개의 루마니아 춤곡, 그리고 브람스의 "헨델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OP.24"! (이 곡 좋아함) 연주자 약력을 알아보니 D대학원 졸업 후 독일에서 수학하다 IMF로 귀국.(이런 경우 많지;) 직장을 다니다가 다시 이태리에 잠시 다녀와서 현재는 전문대학 3곳에 출강 중... 이라는데, 막상 연주는 내 기대에 좀 못 미쳤다; (명료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터치 미스도;; 듣다 듣다 나중에는 정말 저러면서 전문대를 출강한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좀 들어버렸다;;; - 죄송스러운 감상이지만; 어느 정도는 다듬어졌으나, 아직은 좀 더 다듬어져야 할 과정 중이랄까. 박자감도 조금 흔들렸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Brahms의 "Variations and Fugue on a Theme by Handel, op.24"
변주곡 부분만 고등학교 때 쳤었는데, 치면서 한소절 한소절 음미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곡이라고 느꼈더랬다. (이 곡 치면서 배운 점도 많았고) 듣는 순간 바로 세월을 뛰어넘어 향수가 밀려들어와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1992년인가 연주했던 이후로 다시 칠 기회가 없었건만, 어쩐 일인지 들으면서 악보의 프레이즈 표시까지 마구 떠올라서 스스로에게 놀랐다. 역시 음악이란 굉장하구나~ ㅠ ㅠ 다시금 감동해 버렸다.

집에 돌아와 뒤적뒤적.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으로는 Julius Katchen의 연주와 Vladimir Ashkenazy의 연주가 있는데, 양쪽 다 탁월한 기량과 매끄러운 해석을 들려준다. (아주 좋아하는 곡이나 특별히 집중해서 쳤던 곡의 경우에는, 연주자에 따라 같은 곡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지 살피기 위해 몇 가지 버전으로 갖고 있는 게 있다.) 아쉬케나지는 부드럽고, 카첸은 조금 엄격한 표정.

다른 얘기이지만 얼마 전에, 지인의 조카가 피아노에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인다며 아이의 미래를 상담할 수 있는 전문적인 레스너를 소개해 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받았다. 실은 대뜸 대학 교수를 원해왔으나, 그런 분들의 가드는 좀 두텁기 때문에(바쁘기도 하고 프라이드도 높기 때문에 지켜주어야 할 암묵적 규정이 좀 번거롭다 -_-;) 우선은 S대 피아노과 석사졸업예정인 사람을 소개시켜 보았다. 직접 현장에 끼어든 게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음, 만족한 것 같다. 아이가 출중한 재능이 있으면 좀 더 단련시킨 후에 교수에게로 다시 연결되겠지. 그러다 또 잘 되면 조기유학을 가든 어쨌든... 제 팔자대로 풀리겠거니. 어려서 좋은 지도를 받는 건 정말 중요하니까.

아무튼 늘 생각하는 거지만; 아이 키우기는 정말 신경써야 할 게 참 많다 ^^; 한국에서 애 키우는 건 유달리 바쁜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모두들 뭔가 많이 배우고, 가르치는 학원도 잔뜩 있는 데다, 어릴 때부터 학원에 얽매이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위 아이들이 모두 이것저것 배우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내 불찰로 우리 아이만 혼자 뒤떨어지는 게 아닐까 염려되어 대세에 동참하는 부모님들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다수의 경우가 그렇게 잔뜩 돈과 시간을 들여 배우는 데 비해 학습 효과가 높지 않다는 점이지! (부모가 맞벌이하는 동안 애 봐주는 김에 뭔가 하나라도 배우면 좋지 않겠나 하는 식으로 적당히 보내는 경우도 많더라만서도;)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꿈을 가꾸며 노는 시간보다 학교와 학원 다니는 시간이 더 많은 일상에 일찍부터 내몰리는 게 정말로 좋은 건지, 회의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아니 뭐 난 국민학교도 다니기 싫어했기 때문에;;) 남들 하는 대로 해야지~ 하고 효율도 나쁜데 얽어맬 게 아니라,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꼬맹이들이 책을 읽으며 공상에 빠지고,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악기 연주나 그림 그리기, 춤추기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특히 선호하는 게 어떤 건지 살펴봐서 각자 타고난 소질을 잘 계발할 수 있게 해주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단, "뭔가에 흥미를 느껴 배우고 싶은 거라면 배우고, 싫으면 관두렴. 억지로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여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