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감사히.

문득, 내가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다.

병원에 안 다니고 스스로를 돌보며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아직 미래가 있다고 여길 수 있을 만큼 젊고,
사는 게 고단하게 여겨질 때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가족도 있고,
다정하게 함께 웃을 수 있는, 본받을 만한 장점들을 지닌 친구들도 있고,
제 앞가림 할 수 있는 일차적인 생활의 기반도 있고,
의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있고,
세상이 뭐가 어떻게 되든 적당히 헤쳐나갈 만큼의 자신감도 약간은 생겼고,
소인배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의 교육도 받을 수 있었고,
누군가 필요로 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될 만큼의 능력이 있기도 한 것 같고,
무언가를 향유하며 좋다고 느끼고 감동받을 수 있을 정도의 감수성이 살아 있으며,
또한 지금 이 순간조차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여러가지에 지지되어 살아가고 있음일 텐데,
어떻게 내가 지금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에 한껏 감사하고 만족하지 않겠는가!
(소명의식인지 뭔지,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르겠지만;)

정신차려 보니 나이만 먹고 이뤄놓은 게 없네... 뭐하느라 허송세월한 걸까... 싶어져 보잘것없게 느껴지는 스스로에게 답답해하며 움츠러들곤 할 때가 있었는데, 만약 누가 "그럼 없었던 일들로, 백지로 돌려줄게, 다른 성공한 사람과 바꿔줄게" 제의해 온다 해도 기쁘지 않을 거라는 데에 갑자기 생각이 미쳤다.
정말이지, 생각한 것과 달리 엉망진창으로 튀어나간 일투성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내가 지내온 것들이니까.
그 때 이랬으면 좋았을걸...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 촛점을 맞추어 행동하는 게 좋아.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후회하고 싶어지면, 앞으로는 잘해보자!
그런 면들을 헤아릴 수 있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보다 너그러워질 수 있을 거야- 하고 거울로 삼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