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가리게 될 때.

어떤 사람과 있을 때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재기발랄하게 즐거운 얘기를 줄줄 풀어나갈 수 있는데,
또 어떤 사람과 있을 때에는 즐거운 얘기보단 힘든 쪽으로 서두부터 늘어놓아야 할 것 같고, 불편한 기분이 든다.

전자의 경우에는, 설혹 힘들게 부대끼다가 만날지라도 바로 얼굴이 풀어져서 해실거리고 마냥 기뻐져서 이런 좋은 시간을 굳이 다른 데서 생긴 불평이나 안 좋은 얘기 따위로 낭비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데... (뭐, 푸념이나 남 뒷담으로 신나게 시간 죽이는 유형도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은 마아- 그렇게 살고 싶은가 보지.)

후자의 경우에는 내가 큰 고민거리 없이 싱글거리고 있었더라도, 밝은 얘길 꺼냈다가 대뜸 "좋겠네~ 염장이네~ 편해 보여 부럽네, 난 이렇게나 힘든데 말이지" 하는 식의 반응이 돌아오면 막상 상대방에게 악의가 없다는 걸 알아도 약간 짜증이 나기 때문에 미리 방어선을 치게 된달까 ^^; (아유 힘들어~ 할 고민거리야 털어 먼지내기지.)

사물에는 언제나 좋은 면도, 안 좋은 면도 있기 마련이므로-인생의 浮沈에는 힘든 시절도 포함되는 거고-,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인 쪽으로 보든, 불평불만을 터뜨리든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개인차도 있고 상황차도 있으니, 어떤 불평이건 타인이 감히 왈가왈부하여 가벼이 잴 것은 아닐 터임.)

어차피 지나고 나면 부질없이 그만인 것을, 굳이 몇번이나 되새김질해 불쾌한 시간을 긁어늘릴 필요도 없고...
(속에서 견딜 수 없이 열불이 치고 올라올 때엔 일단 풀어 식혀주어야겠지만, 이런 거 습관성이 되면 좋지 않다)
밖에서 생긴 일을 집안까지 끌고 들어와(관계없이 멀쩡한 데서) 꽁알꽁알 투덜대는 꼴도 딱 질색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되도록 안 그러려고 의식적으로 자제를 많이 하는 편이다.
(사실 내 천성은 조금 예민한 쪽인 모양이라, 스스로 적당히 좀 사셩~ 하고 무디게 해야 인생 편해질 것 같거든;
그런데 "누구나 당신처럼 강한 건 아냐..." 같은 소리를 들으면 바로 '무슨 개소리냐!' 받아쳐 버리고 싶어진다.)

Self Pity (자기 연민) - D.H.Lawrence -

I never saw a wild thing sorry for itself.
A small bird will drop frozen dead from a bough
without ever having felt sorry for itself.

나는 들짐승이 자기 연민에 빠진 것을 본 적이 없다
얼어죽은 작은 새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때
그 새는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슬퍼해 본 적도 없었으리라

자신의 괴로움에 취해 있으면 행복한가?

한탄은 언제든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안 할래.

그런데 말야... 혹시 내가 행복한 얘기 하면 시샘나고, 속상하고 불행했던 얘기 하는 게 좋아?
그렇다면 그건 친구가 아니지. 저리 가셈. (지인 범주에도 안 넣을라오)

어떤 사람은 나보고 네가 불평불만 얘기하는 걸 못 들어서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줄 알았다고 했는데,
(내가 그 사람의 푸념을 몇번이나 들어넘기다 못해 좀 끊어주려고 말 꺼냈더니 돌아온 반응이었음 -"-;)
다른 사람에게 "아하하~ 누가 나보고 걱정 없이 사는 것 같대. 나 팔자 좋은가 봐 ^-^" 했더니,
사람 사는 게 그럴 리가 없잖냐고, 어디 혼자만 힘든 사람 있냐며 대신 버럭해 주었다; (^^;)
아무튼 난 애수에 젖은 푸념 늘어놓는 것보단 가볍게 비껴넘기고 즐겁게 랄라라 사는 게 좋걸랑요.

"나 참 불쌍하지", "난 참 슬프고 불행해" 류의 오라를 내뿜는 사람한테서는 가능한 한 멀찍이 떨어지려고 한다;
괴로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비롯된 한때라면 몰라도, 그런 불행의 오라를 습관적으로 뿜으며 사람들에게서 무조건적인 배려와 베품을 당연한 듯 기대하는, 혹은 언제나 자기는 '피해자'의 위치에 놓고 뻔뻔하게 떠드는 부류가 있는지라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괴로움과 비극에 취해 있는 만큼 타인에게 둔감하기 때문.

지나치게 열등감을 드러내거나 우월감을 표시하는 사람에게도 접근요주의.
(대개는 둘 다 갖고 있기 마련일 텐데, 한 쪽이 강하면 그만큼 반동도 강하달까; 열등감이 강한 이의 내부에 있는 우월감이 표출될 때엔 밟고 내려다 깔아보려 하는 심리도 꽤나 강하게 이글거리더라는;;)

아~아. 이런 평가의 잣대가 들어가는 얘기 하면 쓸데없이 날카로와지기 때문에 잘 안하는데,
슬쩍 짜증났던 것 좀 우다다 써서 털어버리려고.
등가교환의 법칙이라고, 아시려나. 무언가를 얻으려면 댓가를 치러야 하기 마련이죠.
"염장"이라는 말을 가벼이 내뱉는 사람에겐, 그 부럽다는 걸 얻기 위해 넌 뭘 내놔봤는데? 물어보고 싶어진다.
"YOU NEED SOME EQUAL VALUE TO GET SOME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