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이예요 >.<

012

쮸예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
뉴욕에서 맞이하는 열 아홉번째의 저녁입니다.
이 곳의 시간은 한국보다 14시간 늦다지요. (한국은 이미 3월 2일 아침으로 시간이 앞서갈 터~)

우선, 안부 인사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답글은 따로 못 달았지만 그간 몇 번 접속해서 잘 읽었답니다. 덕분에 쓸쓸한 기분이 들 때 힘을 얻곤 했어요♡ 기숙사에서 Wireless LAN을 쓸 수 있긴 한데 너무 느려서 =_=; 자꾸 친구들 노트북 빌려쓰기도 뭣하기에 Time Warner에 따로 신청했더니 오늘에서야 개통되었답니다.
이제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종종 소식 올릴게요~ ^^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묻는다면, 날씨와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맑은 날도 궂은 날도 있습니다만,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할 것인지는 나의 선택.
가끔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자각이 생기면 이런 문구를 떠올려 보지요.

두 사나이가 교도소의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진흙 땅을, 다른 한 사람은 별을 보았다.

아무튼 매일매일을 새로운 경험과 모험, 도전의 연속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예요.
소소한 하나하나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깊게 흐르는 물살처럼 또렷하고 산뜻하게 살고 싶네요.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곳에 홀로 도착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면서, 새삼스럽지만 그 동안 제가 누려왔던 따스한 환경, 다정한 인연들에 다시금 감사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되었을 때의 이런 느낌들을 기억해 두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좀 더 다른 이들을 헤아려 배려할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지 싶기도 하구요...

세계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이 국제적인 도시에 머뭄으로써, 문화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열린 기회들을 느낄 때마다 몹시도 두근거립니다. 주말에야 시간이 나서 아직 많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구겐하임 미술관과 자연사 박물관, 링컨 센터와 공공 도서관은 굉장히 좋았어요!(이미 자연사 박물관 연간 멤버쉽과 NYPL공연예술 회원으로 가입해서 의욕만만하게 혜택을 누리고 있다죠~ ^^) MoMA는 금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무료 입장이길래 지난 주에 다녀왔고, 올 봄부터 새로 브로드웨이에 올라오는 뮤지컬들도 체크 중. 계속 부지런히 눈과 귀를 크게 열어 접하는 세계를 넓히고, 보고 듣는 것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나 자신부터도 발상의 전환을 가져야겠노라 다짐하곤 해요. (어쨌든 내가 될 수 있는 건 오직 나일 따름이겠지만 말이죠 ^^;)

이 곳 뉴욕의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보다 친절합니다. 아시아 쪽과는 또다른, 정서의 개방적인 자유로움과 적극성, 상대방에 대한 공감적 태도, 활발한 미소와 인사의 일상적 습관화 정도를 이 곳에서 처음 느낀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지내다 보면 익숙해져 무감각해질지도 모르니 메모.)

다양한 사람들이 관문처럼 거쳐가는 기숙사에서도 여러 군상을 접하고 있습니다. (진짜 자리잡은 사람들은 이미 기숙사에 없지만 ^^;) 그저 막 놀고 쇼핑하며 남자 사귀기에 온 관심을 쏟는 학생부터 음악, 미술, 댄스, 연극, 패션, 경영, 의학 등 이런저런 전공을 공부한 사람들까지 배경도, 성격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제각각입니다. 과연 예술학도들이 많구나- 싶으면서도 이렇듯 "뉴욕"이라는 화려한 이미지에 이끌려 몰려드는 이들 중 과연 얼마나 그 뜻을 이룰까, 어떻게 나아가면 성공하는 걸까, 나는 그 필요 요소를 갖추고 있는 걸까-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나아가며 단련할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작은 생각이 접하는 세계까지도 좁게 만든다는 걸, 여기서 접하는 몇몇 사람들의 소극적이고 쾌락지향적인 태도, 남에게 맡기고 뒤로 미루거나 마냥 의지하려 하는 모습들을 보며 타산지석으로 느껴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인사하고 질문하며 되돌아오는 반응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물으면 올바른(애초에 원했던) 답을 구하고 이끌어낼 수 있는지도 관찰하고 배워나가려 합니다. (사실 저는 남을 주의깊게 쳐다보고 흥미를 가지는 편이 아니라서 이런 부분은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

일본어를 익혀둔 것도 나름대로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영어로 의사소통할 때에도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약점과 막연했던 부족함을 비로소 인식할 수 있어서, 이걸 고치고 저렇게 채워나가야지~ 하고 있답니다.
좀 더 어릴 때 왔더라면 -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 때가 아닌 지금의 자신이기 때문이야말로 얻을 수 있는 것, 깨달을 수 있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 그리고 사람들은 제 나이를 꽤 어리게 어림잡아 짐작하곤 합니다. (심하게는 한국 나이에서 열 살 정도 깎아서 보기도 하더군요. 뽀호홀~ 연령 미상의 나조노 온나데스요~)

이것저것 얘기하고 싶은 게 한가득인데, 우선은 이 정도로.
카드와 우표는 사놓았는데, 막상 내용은 백지인 채 시간만 흘러버려서 ^^; 일단 이 쪽으로 남겨요.
함께 경험하고 느끼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부분적으로나마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오늘도 건강하고 즐겁게~

*추신* 달링이 편지에 동봉해 주었던 달러들은 정말 몹시 필요한 순간에 저를 잘 도와주었습니다. 고마워요! ^-^
*추신2* 맨하탄에 있습니다. 연락처는 모 게시판에 남겨놓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