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위로.

주말부터 계속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유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 사소한 것들에도 자꾸만 우울해져서, 오늘은 퇴근 후 '아무래도 나에게는 기분전환이 필요해. 당장 카페에 가서 저녁 먹고 책 읽을래.(대학 때 이후로 생전 안 하던 짓)' 하고 작심하고선 읽을 만한 책들을 잔뜩 챙겨서 출발.

코엑스로 가는 중간에는 회사원들이 가득한 큰 길가의 건물도 있지만, 작은 골목길들도 있다. 가끔 갑작스레 차가 뛰쳐나오기 때문에 아무튼 조심해서 지나다닌다. 오늘은 저만치에서 자전거가 오는 게 보여서 잠시 멈춰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어쩐지 지나치게 천천히 온다. ?를 떠올리며 쳐다보았다. 좀 추레한 행색의 할아버지다. 자전거 앞의 장바구니에 뭔가가...? 개!!!가 있잖아? 포메라니안 류의 조그마한 복실개는, 순하고 예쁜 큰 눈으로 할아버지만 말끄러미 쳐다보며 온순하게 앉아 있었다. 할아버님(당장 내 안에서 호칭이 바뀌었다;)은 혹시라도 개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어디까지나 충격이 가지 않도록 부드럽게 자전거를 움직이고 계셨다.

갑자기, 내 속에서 무언가가 변했다. 어쩐지, 날카로와져 있던 기분이 누그러졌다.
휘적휘적 가던 길을 마저 전진해서 작정했던 대로의 저녁을 먹고, 책은 한권만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음식점들에서 풍겨나오는 냄새도 왠지 모르게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