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홈페이지 일기들을 들춰보다가.

아... 내가 이 때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오 이런 데에 관심이 있었구나- 싶은 부분들이 있었다.
음... 예전의 일기들을 반드시 찢어 없애야 하는 걸로 여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변했나;)
호... 그래서 자신에게 아직 의미있는 것들을 백업해 놓기로 했다. 쓸데없이 포스팅만 많아질 것 같지만...
(전에 쓰던 IRiS nX 의 장점(?) 중 하나가, 지나간 글이 스르륵 묻혀 찾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생각했는데 ^^;
내가 쓴 것도 어디 박혔는지 하나씩 눌러보며 찾아야 하니; 이게 바로 제 꾀에 제 발목 붙들리는 격이로고나..;;)

오늘 브리야 사바랭의 책을 읽다가, 옮긴이의 해설 부분 중 눈길을 끈 대목이 있었다.

"이 책 곳곳에서 우리는 파란 많은 삶의 말년에 다다른 인간이 스스로의 경험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모음집 '시론'에 등장하는 시 '임종의 순간'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듯이 죽음의 준비였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전환'에서 말한다.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해지고 친구들이 그 필수적인 일부가 되는 때는 특히 삶이 우리를 떠날 날이 머지 않았을 때이다.] 이 책은 삶이 자신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펼쳐 보이고 싶은 욕망, 삶 속에 머무르고 싶어한 인간적인 욕망을 동기이자 내용으로 하는 책이다. 먹는다는 것은 곧 욕망이고 삶이므로, 그리고 롤랑 바르트가 이 책에 대해 말한 것처럼, 인간을 다른 존재들로부터 구분해 주는 것은 바로 말하는 욕망이므로.

(정작 책 자체는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달랐고, 저자의 주관적인 정의들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뭐, 그런 거다. 낯 모르는 사람들이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읽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기쁘지 않고 오히려 걱정스러워져 안으로 움츠러들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내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나는 살아 있어. 조용하다고 감정도 생각도 없는 게 아냐. 나도 느낀다구.

그리고, 생각해 보니 내 친구들의 소소한 일상적인 잡담을 읽는 것은 꽤 즐겁다!
그래서... 그냥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쓰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