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일상의 메모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2002/05/23 (Thu)

... 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늘 받은 소포에는 정말로 갖가지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담겨져 있어서, 굉장히 기뻤다.
(이 친구가 챙겨주는 것은 언제나 나를 감동케 만들지만)

아마도 살면서 내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거라면, 이런 느낌을 나누며 사는 게 아닐까.
나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언어가 한국어가 아님에, 문득 외로움을 느꼈다.
아무래도, 동인녀 친구를 만들기 전에는 계속 고독할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을 거라는 기분이 나를 조금 더 침잠시키고 있다.
(지금은 사랑받는다아~* 상태이므로 글을 씀.) 역시 나는 당근을 바탕으로 사는 타입인가.
아무도 내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면,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인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지금도 그런 기분이 좀 들지만. 회의가 나를 짓누른다. 어디가 틀린 걸까-.
자신의 적이 자기 자신이라는 얘기가 이런 거겠지.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없어서야 뭘 하겠나.

기분이 우울해지고 부담스러워 자꾸만 미루고 싶어질 때에, 잠이 느는 것 같다.
(... 하지만 원래도 잠이 많은 잠탱이인 것이다...;) 약한 소리 하지 말 것.

벌써 5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Love Revolution.

2002/06/03 (Mon)

작년 이맘때(4-6월)에 방영했던 일본드라마. cool.
두근두근하면서 다음, 다음, 하다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봐버렸다.

기숙사 방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오, 쟤 잘생겼다-", "와와- 키스씬이~ 꺄아~" 하면서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Kiss of Life를 무한반복해서 듣던, 덥디덥던 여름의 느낌이 선명한데, 그 새 계절이 돌고돌아 또다시 여름의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 시간의 빠름이 새삼스레 놀라워라.

젊음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어서, 두근거렸다. 마음에 든다. 학생이나 새파란 사회초년생이 아닌,
어른의 세계에 확실히 발을 딛고서 기반을 잡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순수의 공존.
인연. 상처주고, 상처받고, 서로 보듬어 주기를 반복하며 같은 시간 속을 흘러가는 사람들.
열렬한 사랑, 그리고 해피엔드는 소망하는 자가 있는 한, 영원한 소재일 듯 하다...

짝을 원한다면 홀로인 자신부터 똑바로 서야겠지. - 올바른 연애의 권유?(와 상관없음) -

You are as young as your faith, as old as your doubts,
Asyoung as your self-confidence, as old as your fears,
as young as your hope, as old as your despair.

▶짝짝 짝짝짝 대~한민국!

2002/06/23 (Sun)

4강 진출 축!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는 모습들", 정말 감동이다.

해외에 나와있을 때 우리나라에 대해 활짝 가슴펴고 미소지을 수 있게 해주는 일이 얼마나 될까.
최선을 다한 것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다.
뭔가 스스로에게 축 처져있다가도 힘내야지- 하는 위안이 되어주고 있는 승전보들.

이번 월드컵은 꽤나 오랫동안 추억거리가 될 듯.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런 순간에 우리나라의 열렬한 축제 분위기에 함께 젖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보기만 해도 흐뭇.

약간 향수 증세 있음. 특히 먹거리 문화와 친구들에 있어서.
누구한테 약한 소리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이어리의 글들을 읽다 보면 종종 그런 부분이 눈에 띈다. (일단, 쓰면서도 자제하자... 하는데도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것인가.)
나를 침울하게 하는 요인은 변함없고, 그것들을 뛰어넘어 조금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자신은, 시기상 아직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오랫동안 똑같은 것에 짓눌리는 것은 역시 쓴웃음.

10년 전의 나는, 이 벽을 뛰어넘으면 다시는 무언가에 억눌려 살지 않겠노라고 결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상상할 수 없었던 막연한 미래,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의 나는, 살면서 어느 나이대에 이루어 놓아야 할 일들은 계속 존재하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꿈을 보며 살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젊다고 할 수 있겠으며, 후회하는 것들이 생겼다는 점에서 나이들었네- 라고 스스로를 느낀다.

우리 선수들은, 긍정적인 가능성에 촛점을 맞추고 자신을 걸었다. 그래서, 보면서 기쁜 거다. 나는.

1. 천녀 ：반지와 해리와 스타워즈 망상 모드, 주춤 상태. (한글로 된 책이 잔뜩 읽고 싶다아아...) [06/23]
2. haime ：맞아요. 실은, 오랜만에 4년 전의 일기를 보다가 당시 '절대로 20대 안에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지으며 우울하게 읊었던 일을 [06/30]
3. haime ：이미 작년에 이루었던 걸 보며 비식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4년전의 고민을 한 가지 덜었을 뿐, 지금의 고민은 [06/30]
4. haime ：지금 해야할 일은 또 쑥쑥 새로 생겨나더군요. [06/30]
5. haime ：부디, 인터넷에서라도 약한 소리 많이 하고, 푸념하고, 기대세요. 나중에 즐겁고 기쁜 날이 오면 약한 소리 쓰라고 해도 못 씁니다. [06/30]
6. haime ："발설"의 힘이라는 거, 자기최면의 효과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살풀이의 효과가 훨씬 더 크답니다. 그러니 부디. [06/30]

▶사진.

2002/07/12 (Fri)

사물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서 담아낸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하늘과 빛과 대지의 조화. 생명에 넘치는 녹색. 존재의 내밀한 순간.

▶근황.

2002/07/25 (Thu)

위의 사진은 도쿄 캐릭터쇼 2002 회장에서. Chobits의 치이.
(찍은 이는 호빗양! 디지카란 멋진 물건이다!!) 블랙 엘더도 보고 싶었는데 아쉽.

1. 방황 - 넘쳐흐르는 것들과 모자란 것들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져 있음. 세상이란?

2. 어수선어수선, 불규칙.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까다로운 성미에 약간 갈등.
치사해지기는 당연히 싫고, 그냥저냥 넘기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 날카로와져 버리다.

3. 독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라는 책이 마음에 들었다.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 창작 전반에 대해 해당되는 얘기들이 많았다. 방황에 대한 약간의 대답도 찾다. 나의 시체를 넘어서 가라!

4. 사물의 본질은 분석이 아니라 느낌과 행동을 통해 알 수 있는 거라고 생각.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분석에 치우친다는 느낌이 강하다.

5. 주문했던 책들을 최근에 잔뜩 받아서, 우선 "룬의 아이들"을 5권까지 읽다.(역시 한글로 된 소설이 좋군...! ^^;) 잔잔하게 좋은 느낌. 공교롭게도 역시 최근에 6권이 발간되었다! (시맛타;) 한권 주문하기엔 우송료가 책값의 세 배; 이건 또 언제쯤이나 읽을 수 있으려나;

작가의 말 중, 망각 속에 침잠하여 그림자로 변해가던 꿈들에 대한 부분이, 나를 슬프게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꿈을 가지고 있다가, 잃어버리고 잊어버리지 않는가.

하지만 또한, 언젠가를 위한 거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6. "사랑하는 자여" 와 "피를 흘리며" 라는 말이 왠지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심리분석하면 뭐가 나올까;

7. 지난번에 기노쿠니야 본점에 갔더니 스타워즈 코너에 일역소설이 한가득! 붐을 타서인지 작년까지도 없던 책들이 몇십권씩 갖춰져 좌르륵- 놓여져 있는 걸 보니, 기쁘기도 하고, 그림의 떡인 게 슬프기도 하고;

조금 전에 한국 인터넷 서점들을 한바퀴 검색한 결과, 이모저모 참담함. 유행만 타고 알맹이가 부실한 느낌.
좀 더 폭넓고 방대하게 다루어지며, 또한 보다 자유로이 구할 수 있는 여건으로 발전하기를.

▶도시의 야경.

2002/08/08 (Thu)

야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하나의 불빛들이 살아있는 인간의 존재를 나타내 주는 것 같아서일까.
저 하나하나의 불빛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들의 숨결로 느껴져서일까.
그 불빛들이 각기 날개를 접고 쉬러 돌아갈 곳들로 느껴지는 순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는 자아를 감각하고, 문득 외로움에 젖는다.

따뜻하고, 화려하며, 또한 약간 애수를 풍기는 가벼운 떨림.
그것이 내가 바라보는 야경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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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팝은 10-20대의 감성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책이고,
마찬가지로 유리알 유희는 삶을 관조하며 명상을 추구하는 황혼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책이려니.
결국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거나, 그런 건 없어.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자기확신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을지도.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빠질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선호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며.

▶TODAY.

2002/08/10 (Sat)

오늘은 더 좋은 미래를 위해 뭘 했어- 라고 말할 게 없다면, 게으른 하루.
오늘은 나로 인해 누가 잠시라도 기분좋아졌을까- 라고 말할 거리가 없다면, 이기적인 하루.
오늘은 좋은 하루?

... 양손에 움켜쥘 수 있는 것은 결국 아주 적고, 그 안에 남을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

모든 것이 찰나일지라도, 그 순간에 충실하다면, 허무함만으로 남지는 않겠지...?

▶

2002/08/20 (Tue)

예의라든가 배려라든가 하는 말을 들먹이면 까다로운 사람이 되기 십상이지만.
(어차피 어느 쪽이든 결국 상대에게 잘해주려는 마음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

모 모임을 그렇게까지 좋아했던 것은, 티타임과 담소와 식사라는 패턴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를 배려해 준다는 느낌이 너무나 마음 편했기 때문.
(덧붙여서 담배냄새 안 맡으려고 숨을 안참아도 되고, 남자가 없어서인지 술주정도 없고!)
진짜 배려라는 건, 티나지 않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걸 배웠다.

존댓말을 쓰는 건 상대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존중해 준다는 느낌 역시 강하기 때문에,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랄까, 실제로 만나면 반말하면서도 글이 되면 예절바르게(;) 말을 높이는 사람이 몇 명 있는데, 그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더 좋아졌달까;;
(어른들이 말씨 고운 아이를 마구 예뻐하시는 게 이해가 가고 있음)

너무 허물없이 붙임성 좋은 사람에게 오히려 선뜻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은 내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험상 빨리 달라붙어오는 만큼 빨리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허물없어 하는 만큼 예의를 가볍게 생각하기도 하고... 받아준다고 마냥 무르게 생각해서 기어오르는 건 정말 싫거든;

정말 생각보다 기본예의가 없군- 싶던 사람이, 사람간의 예의 운운하며 그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얘길 하는 걸 보며, 저기, 남말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싶어져서 절로 쓴웃음; 하지만 자기 허물 보기보다야 남의 허물 들추기가 훨씬 쉬운 거지; 나 역시도 내가 섭섭하게 한 게 없나 되돌아보기보다 내가 섭섭한 걸 먼저 느끼고, 그걸 크게 생각하게 되지 않는가.

속상한 건 얘기해서 풀어야 한다고 하지만, 역시 남의 험담을 많이 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사물을 자기 입장에서만 해석하고선 "난 나쁜 것 없는데-" 하면서 남의 탓 하는 사람이, 나라고 예외일 리가 없지 않은가. 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의 일이라고 느슨하게 맞장구쳐주고 덩달아 나쁘게 생각했던 걸 떠들었던 자신이 부끄럽다.

가시가 가득한 것도 인간이고,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도 인간.
한 번 신경에 걸리게 되면 꽤 오래 속상해하는 편인데(그래서 웬만해선 뭐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무덤덤해지려고 하긴 하는데) 그럴 때 마음써주는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어느새 날카로와져 있던 부분이 사르륵 녹아서 울고 싶을 만큼 부드러워진다. 괜찮아- 세상을 밝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역시 사람인 거다. 되도록이면 다른 이들을 밝은 쪽으로 격려하고, 상냥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생각과 실천이 늘 같을 수 없다는 데에서 딜레마에 빠지지만. 아예 생각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1. AMARU ：써도 되나 고민하고 씁니다. 잘 지내고 계세요? 우연히 넘어넘어 오다가 들렸습니다. 건강은 어떠신지...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08/20]
2. AMARU ：음, 뭐랄까 예전부터 언니가 이것저것 쓰시는 글들이 저는 좋네요. 너무 많아서 다 읽지는 못했지만 보고 있으면 차분해지네요. ^^ [08/20]
3. 천녀 ：아마루양이다- ^^ 반가워라. 건강? 나도 얼마전에 홈피 놀러갔었는데 ^^ [08/22]

2002/09/01 (Sun)

행복하게 살렴.

당신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정말 기쁘게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
갈림길이 나오면, 그것들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길.
싫은 것과 타협하지 말아. 특히나, 돈 때문이라면 더욱.
목표를 위한 길인가, 길을 위한 수단인가. 수단은 하나가 아니고, 길은 바뀔 수 있어.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은, 바꾸어선 안될 목표뿐.
그리고, 목표를 추구하는 동안에도 행복해야 해. 언젠가, 따윈 없거든.

세계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하고 싶어지는 게 있다면 많이 행동에 옮기고,
또한 많이 웃고, 가슴을 펴고 숨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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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야 해- 하고 어깨에 힘주고 있었더니, 꿈꾸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걸
문득 깨달았을 때의 당혹감. 왠지 멀고, 생경한, 그리고 반짝이는 것들.

생각해 보니, 원래 똑 부러지는 야무진 애가 아니라, 뭔가에 홀려서 멍하니 있다가 정신 차려보니 미아가 되어 있었다든가, 자기 생각에 빠져서 주위를 싹 잊어버린다든가 하는 타입이었음. 공상 따윈 걷어치우고 야무지게 현실을 잘 계산해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스트레스밖에 안되고, 열심히 하다 보니 칭찬받고 있는 게 기뻐서 더 열심히 한다든가, 자긍심을 나타내고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모범생이 된다든가 하는 것.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있어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은 훌훌 털어버리거나, 그럴 수 없다면 상당히 무책임해져 버리는 거지. (문제아가 될 소지는 내재되어 있는 겁니다, 인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져 버렸는데, 네가 하는 일이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말을 먼저 들어버리면, 그냥 애매하게 웃고 입다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뭐 살다 보면 길이 나오는 거겠지~ 라고 꿈이 대답해 주었어. (라고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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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에서 중요한 것.
개성, 흡입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 그리고 스스로 견딜 수 없는 열망.
(마지막 것이 빠지면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자신을 납득시킬 수 없는 것이 누구를 공명시킬 수 있겠는가? 라는 얘기.)

가장 중요한 건 꺾이지 말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오직 시도하는 것이라고도 하지.(헤에-감탄 중)
1. 천녀 ：고민은 해도 좋지만, 절망은 하지 말 것. [09/09]

2002/09/06 (Fri)

우주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오묘하기도 하지- 하고 감탄할 따름.

보다 높은 가능성들을 내포한 차원과 세계에 대한 개념들. 과학은 로망이로다.
여백 속에 교차하고 겹쳐지며 조화를 이루는 색채와 빛깔들, 2차원의 구현화. 그림.
화성과 리듬과 선율이 아름답게 어울리는 시간예술. 음은... 세계를 확장시키지.
소설에 빠져드는 것은, 극적인 상황 이상으로 그 상황을 대하는 사람들 자체를 느끼게 하기 때문.
유희니, 망상이니, 아무렴 어때. 인간이 신을 닮았다면, 꿈꿀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그 힘이 아닐까.
개인이 쌓아올린 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자본이 합쳐져야 나올 수 있는 세계.(예를 들면 영화?)
둘은 다르지만 또한 같고,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은 상상하고, 구현하고, 사랑할 줄 안다. 그런 점, 굉장히 매력적.
인간의 어두운 면과 부조리를 파헤치는 것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낸 것들을 선호함.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유아독존의 창작은 없다, 그것은 어느 면에서 진실.
하지만 우리의 세상이 윤회하는 자들의 환생의 연속이라면 결국 당연한 거 아닌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날 눈을 비비고 보니,
뭔가 알 수 없고 손댈 수 없는 심오한 것이 되어 있는 기분.
이상도 하지- 복잡도 하지- 갸우뚱하며 그저 감탄하고 즐기기만 하네.
나는 바보이기도 하고, 바보가 아니기도 하고, 아마 둘 다일 거야.

어떻게 살아야 해? ... 어떻게 살든, 상관없을지도 몰라. 무엇을 추구해야 해...? 사람이 여러 번 태어나는 거라면, 그 때의 유희에 불과한 것과, 영속적으로 삶들을 관통하는 게 있겠지. 그게 무엇인지, 가끔은 알 것 같다 하다가도 다음 순간 어리둥절해져 버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 또한 항상 영원히 같이일 수도 없지.
그건... 외롭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화를 위해서가 아닐까 문득 생각하다.
혼자로도, 여럿으로도, 존재하는. 다른 세계들이 그러하듯.

▶책.

2002/09/09 (Mon)

독서에 대한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것.
다섯살인가 여섯살 때 밤에, 뭘 읽을까- 하다 쾌걸 조로를 뽑아서
로리타가 어쩌고 하는 부분을 읽고 있었는데, 이제 자야 한다고 할머니가 불을 끄셨다.
그래서 촛불 가까이에 책을 놓고 혼자 읽으려고 했더니 할머니가 눈 나빠진다고 질색하시길래,
할 수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게 계몽사 문고판 쾌걸 조로를 처음으로 읽은 기억)

몇백번이고 읽고 읽어서 책장 어느 칸에 꽂힌 어느 책의 몇번째 페이지를 술술 외울 정도여서,
새로운 게 읽고 싶다고 했더니, '얘는, 책이 이렇게 많은데 뭘 또 사니-' 하시다가,
몇 번이고 졸랐더니 '그래 시험 잘 봤으니까,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사줄게' 하시고는,
도매시장에 데리고 가거나, 책장수 불러다 사주시곤 하셨던 것 같다.
(생각컨대, 당시에는 계몽사가 꽤 독보적인 존재였던 듯 하다.)

시골소녀 폴리아나를 읽으며 사람들 이름이나 지명 부분의 활자가 왜 다를까- 하면서
활자 부분을 만져보기도 하고.(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일본어판을 한글로 번역하다
그리 된 게 아닌가 싶다; 소공자의 뉴우요오크 등 가타카나식 발음들도 많았고 말이지)

책을 읽다가 이-상-한-발-음- 하면서 한참 들여다 보면서 소리내어 읽어본다든가.
(클로디아의 비밀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기억하는 이유;
굉장히 길고 이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

"유리반지"의 서두에서, 이 책은 15세던가 아무튼 사춘기 소녀의 감성과 시선에 맞추어
쓴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령에 따라 읽는 맛이 틀립니다- 어쩌고 하는 얘기가 있었다.
난 아직 열살도 안됐는데- 그럼 읽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까-
뭐 어른의 감정에 대해 완전히 동일시할 수야 없겠지만, 왠지 기분나쁘군- 하면서 읽었지.
(물의 파문에 대한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었다.
주인공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될 수 없는 건 그 나이가 되어서 읽어봐도 마찬가지였으므로 흐흥~ 했다)

돌리틀 선생 이야기나 무우민 이야기는 매우 색다르고도 재미있었고,
옷장 속의 세계로 가면 무서운 마녀랑 사자 아슬란이 나오는 얘기는
어린 마음에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었는지 무서웠다-는 기억.
(아슬란이 되살아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두 번 다시 안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 뒤의 얘기가 읽고 싶다- 했는데 못 구한 채 어른이 되어보니,
나르니아 연대기라는 근사한 이름의 고전 환타지의 일부였다.)

영국 동화집에는 요정이 많이 나왔고, 프랑스 동화집에는 공주왕자가 많이 나왔고,
러시아 동화집에는 사람을 해치는 귀신이랑, 이반이라는 사람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위인전은 대부분 그다지 재미없었다. 위인이라는데 왜 난 존경심이 안 들까- 정도?
그래도 헬렌 켈러와 노벨, 퀴리부인은 호- *.* 하면서 읽었다.
에디슨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는 게 매우 마음에 들었었다;
한국위인전은 정말로 재미없게 읽어서, 이순신 외에는 기억도 잘 안난다.
오성과 관음은 위인전이라기보다 개구장이들 이야기로써 재미있게 읽었군.

명절이라든가 친척들 모임이라고 외출할 때, 차멀미 때문에 나가는 게 질색이었는데,
그나마 따라가면 인형놀이도 많이 할 수 있고, 책도 많아서, 싫네 어쩌네 하다가도 갔다.
(그렇게 해서 읽을 수 있었던 책 중에 오싱, 테스, 꼬마 니콜라가 있다. --;)

만화책은 거의 사주지 않으셨는데, 유일하게 사주신 게 보물섬.
물론, 오빠랑 머리 맞대고 열심히 읽었다.

만화에 대한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것.
관인이라는 간판이 붙은 피아노 학원에 갔더니,
차례 기다릴 동안 읽으라고 둔 책바구니에 나일강의 소녀랑 캔디가 있었다. ^^;
(얼마나 열심히 재미있게 읽었는지;; 주변에 피아노 소리가 안 들릴 정도였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친구 따라 슬금슬금 만화방에 발을 디뎠는데,
당시 만화방이라는 데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안좋았고 뒤가 켕겨서,
만화는 읽고 싶은데 잘 못갔다.(89년부터는 혼자서도 잘 갔다;)

중학생 때 로망스, 르네상스 같은 순정만화 잡지가 처음 생겼고,
내 돈 주고 만화책 모으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 무렵부터.
(더불어 일본 일러스트 화집을 처음 모으기 시작한 것도.
친구 따라 수입서적가 기웃거리다가 처음으로 샀던 게 F.S.S 화집,
비싸서 망설이다 두번째로 가서 산 게 CIPHER.
그때로부터 10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고, 과연 강산도 변했다.)

... 생각해 보니 정말로 세상이란 많이 변하는 것이군.

책은 사온 날로 다 읽는다, 밥을 안먹고 잠을 안잘지언정- 하던 주의에서,
외국어니까 오늘 다 못 읽어- 하고 어영부영 하는 새에 쌓인 책들이 늘어났고,
어쩜~ 만화책 산 게 어느 새 800권이야, 많기도 하지- 에서
이젠 책 천 권 넘었어요~ 하는 소리 들으면, 귀엽군... 훗; 하고 있다.
떨이로 팔고, 트럭으로 모아다 기증하고, 박스채 내다 묶어서 버리고,
그랬건만, 이삿짐 센터 사람들을 허리가 휘게 만든 책들은 아직도 너무 많다.
(어머니는 이제 내 책이라면 치를 떠신다; 찔리는 게 있어서 반박도 못한다.
보호받지 못하는 창고의 책들이 과연 무사한지 여러가지 의미로 걱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책을 산다. -_-;
보고 누굴 주면 줬지, 안 살 수가 없지 않겠는가.
10년이 지나도 귀하고 좋게 느껴지는 책은 정말 괜찮은 아이들.
그리고, 그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역시 전자책보단 종이가 좋다.

약간 변한 것이라면, 무조건 밥보다는 책이지! 하던 것에서,
밥에 대한 가치판단이 좀 높아졌다는 것... 일까나;
책이란 모름지기 정신적 가치가 어쩌고- 잘난 척 가치주장했었는데,
너무 많다고 시달리다 보니, 이젠 책도 물욕의 하나로 느껴진다.
(내 힘으로 다 들 수 없이 무겁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지;)

질 바클렘의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 그림이 귀엽다고 조카가 덜컥 집어가선
연필로 직직 낙서해 놓은 걸 나중에 보고선 기가 막혀 입을 벌렸었는데,
생각해 보니 어린애는 원래 책을 금지옥엽처럼 다루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
뭐, 원래 애기 크면 줄까나- 하면서 사기도 했고.
조금만 더 크면 해리 포터를 주마. (우후훗. 동인지는 아직 안된단다;;)

2002/10/08 (Tue)

해결해 놓고 보면 간단하지만, 하지만 해결되기 전에는 시간 잔뜩 걸려 삽질하게 되는 것들. 작년에 여기 처음 와서는 정말 삽질의 절정으로, 그러한 비능률적인 것들에 무척 화가 났었는데... (음. 지금도 화는 나는군;) 그럴 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도와주거나 조언받을 수 있으면 행운인 거고, 아니면 자력으로 헤쳐나가는 거지 뭐 어쩌겠어. - 나는 삽질이 정말 싫다! 하지만 오늘도 현재진행형 -

인터넷 뉴스 해외토픽 마돈나 편 중. “요즘 요가를 하기 시작했으며, 내가 왜 여기에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등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며 “돈을 많이 벌고 결혼을 해 가족을 갖고, 성공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인생에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중”
(그녀는 정말 고생도 많이 했고, 방황도 많이 했을 것이며,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함.)

읽다가 허억- 한 게, 돈도 결혼도 사회적 성공도 아직아직- 이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많을 것 같은데 말이지(나부터도 그렇다;) 그걸 초월한 발언이라니~;; (뭐 일단 저런 종류의 고민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라고 외치고 싶군;) ... 아냐 있을지도...; 전에 TV에서 히말라야 오지탐험 비슷한 프로가 나왔었는데, 굉장히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거든. (이불 둘둘 감고서 보다가 엄청나게 집에 가고 싶어졌었다...) 물론 그들도 걱정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인도신화나 불교의 환생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뭔가에 집착하는 게 허무해지고, 이루려고 바둥거리는 게 부질없도다- 싶어져서 그냥 멍~해진다.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보며 온종일 보내고 싶어지는 것이지.)

하지만 젊은 나이에는 고민과 방황과 시도들이야말로 필요한 것이겠지... (랄까, 마냥 안온하게만 있고 싶어해도 상황이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1분에 한명씩 사람이 죽고, 40초에 한명씩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현대사회인 것입니다아~ 으흥.) 당신은 자신이 왜 여기 존재하는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하는 질문은 중학교 때도 나온 것 같지만...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오늘도~ 달린다아~ 쨔가쨔가쨔가쟝~...... -_-; 나한테 뭘 물어...)

"성장은 우리의 행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 나아갈 실마리를 찾아서, 힘내고 노력할 수밖에~

자신을 격려하기 위한 말을 써서 모아놓는 노트란, 좋은 조언자인 것이지...

▶밀도를 높일 것.
일상의 흐름에 대한.
2002/10/26 (Sat)

내가 지금 이대로 죽으면 '언젠가-' 하고 뒤로만 여며두었던 것들은 영영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겠지.
그리려고 했던 그림, 쓰려고 했던 글, 만들려고 했던 음악, 가보고 싶었던 곳들,
그리고... 좀 더 활짝 표현했어야 할 애정들.
나는 갑갑한 틀 속에 갇히고 싶지 않고, 그러면서도 생활은 안정되어 있기를 바라고,
자유롭기를 바라면서도 돌아갈 곳을 찾아 헤매이네.

... 순간순간의 행복들에 많이 감사할 것, 그리고 그 편안함에 안주하지 말 것.

▶아-아.

2002/11/05 (Tue)

현재 필요한 게 아닐까 싶은 것. 건설적인 취미, 생산적인 취미, 의 눈에 보이는 결과.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기뻐. 정도로는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메모 끝.(왜 취미라는 말을 강조하느냐 하면, 스스로가 의무감으로 오래 움직이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

▶오호... 유종의 미?

2002/11/20 (Wed)

일본에서 새로 사람들을 사귀면서 느낀 걸 표현하자면, '잘 지내도록 노력하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되, 입으로 다정하게 말해온다고 괜히 그대로 믿지 말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 것' 이었다 ^^;

(말해놓고 보니 마치 인간불신 같군... -_-; 하지만 저 지침 덕에 상대-주로 한국인;-의 말과 행동이 손바닥 뒤집듯이 팔랑팔랑 바뀔 때에도 '뭐 괜찮아. 처음부터 그렇게까진 안 믿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아' 정도로 타격 안 받고 끝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싹 바뀌는 경우들이 꽤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믿지 않게 되었... ㅠ_ㅠ 그런 와중에서 후르츠 바스켓을 보면서, 무조건적인 신뢰와 몇 광년은 떨어진 듯한 자신에게 침울함을 느꼈었지; 뭐어 과분할 만큼 좋은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인간불신에 풍덩 잠기는 일도 없었지만.)

그리하여, 흔히 나올 법한 "친구는 많이 사귀었고?"라는 질문에는 절로 쓴웃음이 나오곤 했는데 =_=; (한국이었으면 애초부터 상종도 안했을 법한 부류를 이상하게도 많이 접했단다;)

스스로도 사교성이 없다는 자각이 있어서 정말 기대하지 않았었건만 감사하게도, 여기에서도 나름대로의 유종의 미를 느끼고 있다;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일본인 친구들, 기쁜 말을 해주잖아-)
돌아간다는 말을 하자 대뜸, 우리들 공항까지 배웅 나가도 돼? 라고 말해주다니.(아이고 귀여운 것들~ 그대들이 좀 더 나이가 들었더라면 공항까지 데려다 줄게-가 되었을까;) 예전에 시모기타자와 가고 싶다고 했었지- 이번에 같이 갈까? 아니면 어디 가보고 싶은 데 있어? 라며 모처럼의 휴일을 할애해 주려는 이.
내 비록 잘못 와서 진절머리날 일을 많이 겪었어도, 이 나라를 싫어하진 않아요. 외국인이라고 속여먹으려 하고 깔보려는 부류들도 있었지만, 이것저것 고생스러워도 힘내요- 하고 상냥하게 웃어주는 사람들도 많았고. (사람 사는 덴 다 똑같다니깐) 떠나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어서 고맙구려.(좀 감상적인가... 뭐 어때;)

오래된 사귐은 편하게 기댈 수도 있고, 믿을 수가 있어서 더욱 고맙고 귀한 것...
몇년만에 봐도 한결같이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느낌.
1. lucya ：좋은 사람 많았네. 단 한사람이라도 사귈 수 있었다면 그것은 성공이야. [11/21]
2. 쮸 ：넵, 언니 ^^; (새겨듣는다...) [11/22]

▶송구영신의 시기가 돌아왔다아~
(원래 수첩에나 끄적거릴 건데, 손으로 쓰는 것보다 타자치는 게 좋아서...)
2002/12/26 (Thu)

조금은 씩씩해지고 명랑해졌다.(라고 스스로 생각함)
기분전환을 좀 더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때때로 느낌)
내 손 밖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오래 속상해 봤자 아무 소용 없으니,
현 시점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쪽으로 촛점을 맞추고, 즐거운 생각들을 떠올리는 거지.

자기 컨트롤은 아직 미숙함. 마음먹었으면 미루지 말고 빨리 실천할 것.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잘하자~ 하고 미루게 되는 거지만... 언젠가- 하고 내버려 두면, 생각만으로 그냥 흘러가 버림. 그러다 동기가 사라지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은 허무해.)

보통, 사람들은 고정된 일상에 휩싸여 살게 된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늘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며 일상에서의 근사한 탈출을 꿈꾸게 되겠지. 그리고, 한 번 정형화된 습관적인 나날의 틀을 깨부수고 새로이 만들기란 마음먹은 만큼 쉽지 않고,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 망설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하지만 빈손이 되지 않으면 새로운 것 또한 잡을 수 없는걸. 그리고 나는 아직 고정되고 싶지 않아서 말이지. (곤란한 웃음;) 좀 더 여러가지가 열려있을 무렵에 깨달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것들도 있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낙담해야 할 이유 역시 없어.

지금 당장 불이 나서 뛰쳐나가야 하면, 뭘 가지고 나가야 하지? 라는 생각을 때때로 하곤 하는데, 내 짐은 결국 다 너무 무거워서 끌고 나갈 수 없다. (가져간다고 욕심부리다간 타죽겠지) 지식과 탐구 어쩌고도 좋지만, 무언가의 지식이 당장 필요한 순간에는 책이고 자료고 뭐고 다 필요없고, 오직 머릿속에 남아있는 희미한 기억만이 지독하게 절실하더라는. (기억이 나면 뿌듯해하며 써먹고, 생각 안나면 배짱으로 부딪치는 거지 뭐)

몸뚱이랑 가방 두개만 끌고 나가 새로운 생활을 하면서는, TV에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세간살이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면서 그걸 하나둘씩 마련했을 부모님 생각이 났었어. 인적 없는 골목길, 집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음식 냄새와 샤워 향기. 나는 그 느낌들을 잊어서는 안돼. 그것들은 사소하지만... 중요해.

짐을 아무리 추리고 추려도 무거운 것은, 욕심이 너무 많아서야. 자각을 하긴 하는데, 그래도 떨쳐내지 못해 무겁구려. 봉인된 채인 어수선한 짐들을 정리하기 전에 나부터 정리해야겠는데. 이것저것 둘러보면서 자신을 되짚어 보고 싶은 것이 또 욕심이 되는군. 때와 시기가 허락된 일이길 바라며, 할 수 있는 일을 하세.

2003년의 흥미거리 : 여행, 사진, 요리, 외국어회화(서양편)
그림과 음악은 목표하지 않아도 생활 속에 달라붙어 있긴 한데, 뭔가 강렬한 동기가 없는 한, 계속 창조와 감상과 향유의 중간 어딘가에서 애매하게 떠다니고 있겠지. (목표의식 따위는 자신을 짓눌리게 만들 뿐이라고 느꼈음) 그것도 사실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 생활고에만 시달리지 않는다면 말이지 ^^;

▶메모.
(자신의 의지, 감정, 능력 등에 물음표투성이 딱지가 붙은 기분)
2003/01/14 (Tue)

'리니지', '하늘은 붉은 강가'를 다시 읽었음. 작가들이 자신의 단점에 연연하고 있었다면 결코 배어나오지 못했을 매력이, 그 단점들을 상회하고 있음. 설득력과 자기확신의 상관관계... 와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단점보다는 장점을 북돋아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믿지만, 일반적으로 단점을 혹평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듯. 쩌어업.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위안이 될 수 없음;)

감정적(혹은 그 이상의)인 타격과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그 상대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인가? 가족과의 사이에서 생긴 스트레스일 경우가 가장 심각한지도. 책은 읽어서 뭐해, 공부는 해서 뭐해, 참한 신랑감이나- 같은 부정적 회의감을 나한테 스트레이트로 꽂아넣을 수 있는 유일한 상대. 모든 것이 사치로 느껴지고, 쓸모없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머릿속으로는 되뇌이면서도 저절로 추우욱 움츠러들어 버리는 게 마음이지. (행동력에 갈증을 느끼는 이런 상태에서 철학에 몰두할 수 있을 턱이 없지;) 뭔가에 짓눌릴 것 같은 기분은, 자신의 나약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상황에 타협하지 말자- 는 중얼거림은, 의지 혹은 또다른 무엇의 확고함에 대해 무엇으로 증명하고 있는가-를 되새겨보게 만들 때 가끔(일까 자주일까) 허무함으로 답한다.

결혼한 친구들과는 대화의 아귀가 점점 조금씩 엇갈려 스치는 느낌.
약간 답답하달까, 그다지 바람직하게 느끼지 않고 있음;

자신의 모순들을 느끼며, 이 란을 갈아엎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 중. (일기 찢어없애기 버릇이 재발된 듯) 그리고, 이 홈페이지라는 게 아는 사람만 오는 구석탱이, 하루에 열명 정도 오려니- 라고 생각하며 개인적인 걸 쓰거나, 만들다 방치해 둔 것들인데, 문득 카운터를 봤더니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수많은 고층건물 사이에서 불 켜고 창문까지 활짝 열어놓은 1층집 같은 기분이 들어버렸다. 폐쇄적인 분위기는 싫어하면서, 얼굴없는 불특정다수에게 호의를 느끼는 것도 아님. 이건 별로 좋지 않을지도- 왜 이렇게 느끼는 걸까- 생각하다가, 자신감이 약해져 있어서가 아닐까- 라는 잠정적 결론.

▶보고 싶은 공연 메모.

2003/01/24 (Fri)

데레보의 신곡 - La Divana Commedia (러시아 아방가르드 신체극)
http://www.lgart.com/2003/derevo/derevo/index.htm
[2월 5일 20:00 예매/ LG아트센터] 봤지.

Claude Bolling Jazz Ensemble
http://www.sac.or.kr/program/view.jsp?prog_id=7884
[예술의 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 2월 20일 (목) 19:30] 봤지.

Musical "CATS"
http://www.sac.or.kr/program/view.jsp?prog_id=7480
[2003 / 1 / 29 (수) - 2003 / 3 / 2 (일) Opera Theater] 봤지!

2003 Earl Klugh Live in Seoul
http://www.sac.or.kr/program/view.jsp?prog_id=7428
[2003 / 3 / 15 (Sat) Concert Hall] 봤지.

[Spirit of the dance 2003]
http://www.lgart.com/performance/PerformContent.asp?seq=858
[2003년 4월 8일(화) ~ 20일(일) LG아트센터] 봤지.

Lord of the Dance
http://www.sac.or.kr/program/view.jsp?prog_id=7491
[2003 / 6 / 27 (Fri) - 2003 / 7 / 6 (Sun) Opera Theater] 봤지.

(공연 본 후 추가로 덧붙임;)

▶정리되지 않은 잡담.
(좀 더 산뜻하게 자신을 가다듬은 다음에나 뭔가 쓰려 했는데; 이건 맨날 자느라;;)
2003/08/12 (Tue)

목표가 필요한 이유는, 그걸 통해 무얼 '얻기' 때문이 아니라, 목표를 추구하면서 우리가 무언가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며 얼마나 성장하느냐,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는가가 중요한 것.

세상에는 멋진 게 참 많다. 그런데 향유만으로는 부족해서,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향유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인생의 몇년이나 걸려서 시행착오 끝에 깨닫다니, 참... 쓴웃음;;)
- 자기 분석, 뚜렷한 삶의 목표 정하기, 세부 계획 세우기, 행동, 자기확신 - 을 위해 우선 내가 뭘 생각하고 바라는지부터 정리해 보자~ 하는 참인데, 맨날 잠깐 생각하다 졸려서 한 줄 쓰고 잠들어 버리는 쮸올슈.

할 줄은 아는데 일로써 해본 적은 없는 것들.(경력이 있어서 뽑힌 게 아니라 신입.
하지만... 이건 신입한테 맡길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부담스러워...)
음. 하긴 하겠지만 자신이 얼마만에 어느만큼 할 수 있을지 모르던 차라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미심쩍으니 긴장도 하고. 추구하는 이상은 여전히 아직아직 저 높은 세계, 하지만 일단 해놓은 것들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좋은 반응이라 우선은 안심. (그렇다고 만족하기에는 마다마다다네;)

자기 계발과 이상의 구현화.
상냥한 감정을 전해주고, 활력을 북돋아 주는 음악.
뭔가 풍부한 이미지가 절로 떠오르는 음악이 좋아.

세상에 나밖에 할 수 없는 일! 같은 건 없을걸.
하지만 당신이 만들어 내는 것의 느낌이 좋아- 그걸로 충분하지.
불경기만 아니라면 내 꿈은 백수라고~ 야망 같은 게 있겠냐~
(랄까, 야망을 가지기엔 너무 게으른 성격; 머리도 못 굴리지만) 싶은 마음도 크긴 하지만,
뭔가 새로운 걸 배우고, 점점 더 좋아지게 나아갈 수 있다는 느낌도 꽤 좋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이상을 쫓아 다시 달려봐도 좋을 것 같은?
으으응 뭐어 우선 사회인의 탈을 쓰고 부지런히 사는 것도 사람 구실이겠지 ^^;

은혜갚는 학도 될 거구. 열심히 자립해서 좀 더 멋진 자신으로 나아갑세.
건강이라든가, 자기 관리를 확실히 해야겠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타협하거나 합리화하지 않도록,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해 놓을 것.
곁에 있어주고 살펴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도록.(으 거의 연락두절이라 미안미안;;)

▶오늘도 잡담.
(으흥흥흥...)
2003/08/13 (Wed)


얼마 전에 茶母라는 드라마를 우연히 봤었는데, 흐음 하며 잠깐 보고 끄려다가 어느 새 열심히 보고 있었다.(... 만화 같아서 재미있;) Queer as Folk. 실사로 펼쳐지는 마성의 게-쨩이라든가에 놀라워하며(이런 새로운 세계가 있나그려;) 근근이 모아놓는 중;;;

스크랩드 프린세스, 은근슬쩍 상냥한 캐릭터-특히 남자-들이 매우 마음에 든다.
(여자라면 주인공인 파시피카보다는 라크웰이 훨씬 취향이다!)

나름대로 할일은 확실하게 하며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나사빠진 모양.
목말라- 하고 꺼냈던 쥬스가 온데간데 없다 했더니, 책꽂이 위에 있었다.
(제일 슬펐던 건 전날 먹으려고 생각했었던 녹차아이스를 다음날 냉장실에서 액체 상태로 발견했을 때...)

좀 늦었지만, 이사에 대한 얘기.
여기저기에 분산되고 내팽개쳐져 있던 짐들의 대부분을 끌고와 정리하니(아직 덜 됐지만)
내 속에서 부서져 있던 조각들도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なげやり生活、もう終わりかしら)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요모조모 신경쓰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기쁘고 감사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듯이, 그냥 거기에 존재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응- 나 살던 터전으로 돌아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게 해주는 다정함들.
나두나두. 그러자.

▶아아아...

2003/09/04 (Thu)

"노력할게. 그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니까." - from 에덴의 꽃 -

몇 번을 다시 봐도 마음에 든다.

조용히 웃으면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싶다아아아.
(정확히는, 가만히 말하고 틀림없이 실행하는 능력)

하나씩 하나씩.

생각하는 바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1. 샤리 ：너무 자신을 채찍질만 하지 말아요. 가끔은 쉬면서 도끼날을 갈기를... [09/05]
2. 쮸 ：(앗 ^^; '호- 멋져 *.*' 하고는 되새기고 싶어서 쓴 것뿐; 제가 워낙 널럴하게 안주하는 걸 좋아하는 천성이다 보니;) 도끼날... 금도끼은도끼? ^^; [09/05]
3. 샤리 ：아니... 무작정 나무만 패지 말고 중간중간에 도끼날을 갈아야 한다는 고사가 있어서... [09/06]

▶오늘의 메모.
좋아하는 음악들의 공통적인 느낌... 일까.
2003/10/15 (Wed)

투명한 고요 속에서 부드럽고 맑게,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퍼져나가는 파동.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그 순간의 공기와 펼쳐지는 느낌의 포착.

어둠을 가르고 길을 인도하여 비추는, 빛으로의 희구.

생생하게 깊숙이 다가와, 상냥하게 어루만져 주는 음.

그것을 알고, 체험하며, 넘어선 자만이야말로 가질 수 있는 아련히 다정한 시선.

아득히 꿈결같은 세계, 또는 생명력에 넘치는 상쾌한 맥동을 느낄 수 있는 현재.

▶아무튼, 결론은 힘내자. 정도인가;

2003/11/11 (Tue)

근래 읽은 것 중 가장 유익했던 책은, Brian Tracy의 GOALS!
막연하게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명료하게, 대단히 잘, 쉽고 구체적으로 쓰여져 있음. 추천.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책들은 몇 권 읽어본 게 다 마음에 들어서 좋아함)
자신에 대해 뚜렷하게 해두어야 할 것이 어쩐지 참 많은 듯 싶다...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되어서, 생각날 때마다 포스트잇에 메모해 놓은 것들이 잔뜩 너덜거릴 지경이다. 음; 잘 정리해야지 ㅠ_ㅠ

'음악을 듣는다' 는 행위도 여러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네~ 하고 새삼 생각하는 요즈음인데,
*보통 음악감상이라 일컬을 때에는 전체적 분위기를 즐기며, 선율이나 리듬 등 강조된 파트에 귀가 쏠리는 대로 집중한다 할 수 있겠고. (가라오케 등지에서 노래 따라부르는 것도 비슷한 범주로 넣을 수 있으려나)
*청음이 목적일 때에는 특정 멜로디나 화음, 리듬을 들으며 정확히 채보하는 것.
(가사 채록의 경우라면 언어적 측면에 더 신경이 쏠리겠지)
*음악 분석의 경우에는 음악적 구조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취할 것이고. (꼭 악보를 눈앞에 놓고 하나하나 체크마킹해가며 분석하지 않더라도 어느 장소에서든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기며 가능.)
한 가지 곡의 여러 연주자에 따른 재해석의 비교도 이 쪽에 넣어둘까. 편곡 리메이킹 버전들도.
*일반적인 경우에는 소리의 결, 로써 인식하지 않을까 싶은 음향적 측면.(믹싱 엔지니어링의 부문이겠군)

삶의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재미있게도, 새로운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이미 존재하던 것에서 또다른 세계가 펼쳐져 확장된다. 어쩐지, 웃음을 머금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청춘이구만~ 하면서 남들을 귀엽게 바라보고 있었더니, 갑자기 너도야, 하고 어깨를 턱 잡혀버리는 순간이 있다. 지금의 나로서는 혼자서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미래까지는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어도, 그 외의 변수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음 상태. 알 수 없다는 게 좋은 건지 안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쳐야 할 것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걸 생각지 않았었다는 걸 겨우 깨닫고 쓴웃음. (그러니까 쮸는 바보인 것이지) 뭐... 잘 책임지며 살아야지.

요새 즐겁게 듣고 있는 노래는, 쿠라키 마이의 If I Believe.

▶따뜻한 기분의 크리스마스를~ (하며 끄적이는 조각들)
(와, 날짜 보니 정말 오랫만;;)
2003/12/24 (Wed)

*12월 1일이 되면 여기다 올리려고 했던 성탄 음악들은 영영 올라오지 않은 채 날짜를 넘기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책 쇼핑으로 날리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야, 힘낼 것이 필요하긴 한데... 다시 재정파탄;

*인내하는 것도, 부대끼며 생기는 은근한 스트레스도, 과도한 양과 마감시간의 압박도, 통속적 요구도, 끊임없이 발전을 외치며 내달리는 또다른 세계도, 자신을 단련하기엔 아주 좋은 시험대가 아니겠는가...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현재여. 절대로 남 얘기나 불평을 입밖에 내지 말고, 처신에 주의할 것. 그래그래, 뭐 그러려니~ 넘기고. 주어진 것들에 감사와 존중을.

*좋은 평가를 받고, 인정받는다는 것은 역시 좋은 느낌.
원하는 게 있다면 먼저 삶에 그 댓가를 치를 것.

*방명록에 달았던 답글들이 홈페이지 접속장애 후 들어와 보니 사라져 있다... ㅠ_ㅠ 이럴 수가. (일단 자고 나서;) 아참, tchu the honey bread, 굉장히 좋아요. *^^* (그녀는 애칭을 붙여주는 걸 매우 기뻐함. 감사.)

*시간이 없다는 건 조악한 핑계이고, 홈페이지 업데이트보다 긴급하게 우선순위를 다투는 일들이 상당히 많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렇게 방치하는 건 정말이지 좀;;)

*부드럽게 격려해 주고, 상냥하게 이끄는, 고유의 색채가 확 느껴지는 음악.

*아우우 퍼즐 맞추고 싶어 ㅠ_ㅠ 밀린 책도 읽고, 노트도 쓰고. 사진 정리도.

▶일단은 2004년.
(음력 설날+연휴를 기다리며... ^^)
2004/01/07 (Wed)

사진은 최근 완성해서 액자에 쓸어넣은 키티 별자리 퍼즐. 얼마 전에 또 새로운 키티 별자리가 나왔길래 GET~ 이걸 대체 언제 맞출지는 알 수 없지만... 라센의 바닷속 돌고래 퍼즐과 카가야의 안드로메다 퍼즐은 밤마다 바닥에서 맞춰달라 번쩍이고 있음. KITTY가 난이도 B라면 KAGAYA는 A, Lassen은 특S급임. 그나저나 1000피스에도 쩔쩔매니 진정한 퍼즐러의 길은 매우 험난해 보임. (난 퍼즐을 맞추고 싶은 게 아니라 예쁜 그림을 갖고 싶은 것뿐인데... ㅠ_ㅠ 쿠사카 반리 군을 초빙해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음.)

반신욕이 피곤을 풀어주는 데에 매우 좋다는 강력한 권유에 따라 하고 있음. (내 몰골이 그렇게 심각해 보이나;) 효과는 아직 모르겠음. 맹물 속에서 혼자 노는 것도 하루이틀, 이젠 라즈베리 버블 배스를 풀어놓고 거품 속에서 책을 읽고 있음. (선물받은 샤워젤도 스트로베리인 덕분에 욕실에 딸기향을 폴폴 날리고 있음. 응? 딸기향... 에서 호빗을 연상하는 것은 비밀일기의 폐해!?) 나름대로 좋긴 한데, 시간 소모가 큼. 특히 책을 읽었더니 두시간이 지나버려서-게다가 어지러웠다- 시간을 생각해 가며 적당히 해야겠음. 지금까지 목욕하며 읽은 것은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목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도리스 험프리의 현대무용안무론.
목표는 메모를 적어가며 생각해야 할 게 매우 많은 책. 뭐 더 중요한 건 실천이지만 :) (좀 잘 써서 정리해야 할 텐데... 하며 나날을 보내는 사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랄까 목표에 대한 관점이랄까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과학콘서트는 휘리릭 넘겨봤을 때 프랙탈에 대한 얘기가 눈에 띄어서 오호 하고 빌려왔음. 소장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읽어보기엔 흥미로움.
현대무용안무론은, 제목도 딱딱하고 표지가 참 구려서... 도리스 험프리가 썼다는 것만 믿고 샀던 책인데, 아주 재미있게 읽었음! 창조적인 탐구정신에 불타올라 일생을 매진한 사람이 쓴 글이랄까. 정신의 편린들이 꽂혀오는 게 좋았음. 음악에 대해 피력한 부분들 역시.
책이 물에 젖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는 것 외에는 즐거운 독서 타임~~~.

간만에 소득공제 좀 받겠다고 호적등본까지 뗐는데, 이 호적이라는 게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그 이전의 세대를 바탕으로, 젊었던 아버지를 축으로 부인과 자식들이 줄줄이, 장성한 아들의 아이에게까지 새롭게 이어지는 가족의 역사. 아아아... 오래오래 태어났던 이 호적에 남아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빠가 축이 된다면 호적이 바뀌어도 별 미련없을 거라는 생각이 또 들어서, 영속되지 않는 흘러감에 아쉬운 기분이 들다.)

어째 또 엄마가 되어보는 게 어때, 결혼 안하냐, 일은 결혼하고도 할 수 있지만 애는 젊어서 낳아야지, 같은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데... =_=; (에잇 나도 결혼은 하고 싶단 말이다아아~ 다만... 평생의 동반자로 믿고 모든 걸 나눌 상대가 없을 뿐이지.) 친구랑 통화하다가 "흠, 목숨을 걸 수 있을 만한 남자다 싶으면 좋아. 하지만(에휴) 웬만해선 안될걸(없을걸)...;" 이라는 말이 불쑥 나왔다. 보통 다른 자리였으면 때 되고 사람 만나면 가겠죠 하고 실실 웃으며 넘겼을 텐데, 저게 내가 하던 진짜 생각인가. (뭐 말해봤자 소용없으니 입 다무는 게 여러모로 낫긴 하군.) 그래도 전엔 이상형은 없어, 키 같은 건 나보다 크든 작든 상관없어, 사랑만 하면 고아여도 괜찮아 했는데 이제 슬슬 나도 나름대로 가치관이 생기긴 한 모양이다. 바라는 게 조금 구체적이 된 듯. (아~ 그냥 만화나 보라니깐~;)

토정비결. 어려웠던 시기가 지나간 걸까. (삼재는커녕 오재도 넘었던 것 같은 기분인데;)
재미로 보는 거라도, 좋은 말은 희망이 되지.

책에 대한 얘기는, 이번에 주문했던 원서들이 도착하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쌓여서 과연;)

▶음, 정신이 없었던 것도 같고.
(친구들이 놀아줘서 지금은 평소 모드로 돌아왔음)
2004/01/11 (Sun)

1/9 Fri. 어머니 무릎뼈에 금이 가서 깁스 한 달.
(다치시긴 작년 말에 다쳤는데 좀 심한 타박상이라고만 생각하고 찜질요법과 한약방, 물리치료를 전전하다 아무래도 낫기는커녕 더 아파져서 병원에 간 결과였음. 원래 자신이 아픈 건 별 거 아니라고 참는 분이라 더 속 터짐. 그것도 토요일날 새언니랑 조카들이랑 다같이 어린이 공연 보러 가기로 해놨던 거 못 가시겠다고 연락이 빨리 온 거지...) 입맛이 뚝 떨어진 채 늦은 점심으로 샌드위치 한 쪼가리 먹다가, 반차 내고 뛰쳐나와서 좋아하시는 음식 사들고 바로 집에 내려갔음. 역시나 돌봐줄 사람도 없이 팍 삭은 얼굴로 누워계시다 부시시 일어나시는 어머니. (아버지는 어디까지나 보살핌을 받는 쪽이지, 누굴 돌보는 쪽으로는 생각도 안 돌고 챙겨줄 몸상태도 안됨. -> 이 사태는 아버지에게도 대재난;) 앞으로의 주말은 집으로 예약 끝.
우리 귀여운 것들이 잘 지내나 슬쩍 만져주고 집안일 조금 하고 저녁 먹고 과일 깎아먹으니 잘 시간.

1/10 Sat. 아침에 일어나 개들과 토끼와 닭들을 돌보고(모두모두 귀엽다~ 그 새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에게는 특별한 애무를 펼쳐 이 몸이 누구인지 가르쳐 주었지.) 집안 청소하는데 조카 감기가 심해져서 공연 못가겠다는 새언니 전화. 대충 공연 볼 만한 애들 연락해 보며 빠듯한 시간에 겨우 서울로 올라와 친구랑 병원 가서 어머니 약 타고 공연장 직행.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뭘 즐길 기분은 전혀 아니었지만, 아무튼 친구들이랑 있었더니 좀 기분이 좋아져서 같이 저녁 먹고 집에 왔음. 오전에 우체국에서 국제소포 왔다고 연락이 왔었기에 밤에 회사에 가서 수위 아저씨한테 열쇠 받아 짐 찾아옴. (11KG가 좀 넘음) 외박이 안되는 혜쨩은 집에 갔다 내일 다시 놀러온다고 사라바다, 호양은 간만에 샬랄라 외박. 스스슥 샤워하고 잠.

1/11 Sun. 오늘은 나도 좀 쉬어야지...; 하며 약간 느긋하게 일어나 놀다 호양과 등촌칼국수. 잠시 혼자 쉬다 다시 놀러온 혜쨩과 코게빵 쿠키와 크램챠우더 먹고 퍼즐 마저 맞추며 책정리. 저녁은 깐풍새우. 도와준 덕분에 드디어 안드로메다 퍼즐 완성~~~! 샤워, 메모. 내일부터 다시 회사로 돌진. 아아아...

▶Color Of Season...

2004/01/20 (Tue)

슬슬 새해맞이를... 하면서 가볍게 서랍을 뒤적이기 시작했는데.
(애초의 목적은 예쁜 그림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방안에도 붙여놓자~ 였음)

여기저기의 조그만 상자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 몇번의 이사에 휩쓸려 정리되지 않은 뜻밖의 곳에서 튀어나오면서 각각의 기억들을 토해낸다.
유럽여행. 일본에 있었을 때. 어떻게 살면 좋을까 방황하던 때. 첫 직장 다니던 때. 대학 때. 고등학교 때. 중학교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물건들과 사연들.

1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 아끼던 엽서들. 무척 좋아했던 친구의 글. 휘갈겨놓은 악보.

과연 변했지만, 또한 우스울 정도로 변함없는 면에 어쩔 수 없이 웃어버렸다.

국민학교 때 소중히 여기던 거라고는 인형 대신 가지고 놀던 단추 정도가 꼭꼭 싸진 상자 속에서 나왔는데. (그러고 보니 라라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작았던 세계는 확장되었고, 바라보는 것은 점점 높아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어떤 면으로는 낮아졌을지도) 내면적으로는 결국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졌다. 나를 울게 만드는 것들, 웃게 만들며 뒤흔드는 것들의 본질이 과연 얼마나 변한 걸까.

뭐 변한 게 있나 싶건만 10년 전 정도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옛날이 된 과거들에 더럭 소스라치며,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멍한 기분. 물건들에 이끌려 되살아나는 기억들에 괜스리 젖어드는 감정은 밤이어서인가. 부드러우면서 어딘가 멀고, 담백한 달콤함과 향내나는 씁쓸함이 공존하는 감각. 가치는 변해가고, 함께였던 이들은 제각기의 길로 흩어지며, 똑바로 바라보며 원하던 것이라 여겼던 게 진정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길 원했던 걸까에 갑작스레 모순을 느끼고, 내일을 누구와 함께 걸어갈지도 알 수 없이 예측불허인 삶에서 어떤 확신을 가져야 할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자신을 확실히 책임지며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의지를 지킨다 정도인가. 썩 믿음직스럽지는 않더라도 자기 자신을 믿어야 나아갈 수 있겠지.

오늘의 BGM. AJI의 For You 앨범.

▶Listening
- 어디에 촛점을 두고 듣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메모. (취미는 음악감상...?)
2004/02/12 (Thu)

작곡 : 음악을 어떻게 만들었나 분석.
곡의 목적과 의도하는 효과 및 분위기,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개성의 포착. 장르와 스타일별 접근.
악곡 구성적 측면. 곡의 구조와 진행 방식, 악기 편성과 리드 선율의 교차.
화성적 진행 및 선율적 흐름, 대위적인 얽힘,
리드미컬한 텐션과 이완의 완급 조절.
하나로 묶어주면서도 다채로운 리듬과 타악.
분위기의 생성 및 전환 혹은 고조에 양념처럼 감겨드는 포인트적 요소.

악기 : 배음에 기초한 음역별 구성 배치 및 악기별 음색의 특성과 효과적 표현, 연주법.

보컬 : 발성, 수평 및 수직적 성부 진행. 전체적 선율의 흐름.
/ Lyric의 어감, 의미...

음향 : 레코딩, 믹싱, 이펙팅, 마스터링.
/ 공간감적 전개. 어우러지게 파묻거나 강조하는 부분, 요소의 교차.

이상의 각 요소들이, 매력적인 음악적 아이디어의 효과적인 구현과 더불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좋은 음악이라 느낌.
생기있고 풍부한, 자유로운, 다이나믹하게 숨쉬는 고동이 느껴지는.

어떤 부분에 촛점을 맞추고 듣느냐에 따라 똑같은 곡인데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매우 즐겁다.
저 중 한가지만으로도 평생을 걸고 매달릴 가치가 있다는 점 또한,
도달점이 한없이 멀게 느껴지면서도 흥미로운 일.

▶...

2004/02/24 (Tue)

20대를 돌이켜 정리하라면, 자유와 방황과 확장.
30대에 기대하는 것의 키워드라면, 안정과 성취와 화합.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거라면 다양한 도전과 성취랄까.
경험 속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실제로 뛰어들어야 얻을 수 있음.
하나가 어느 정도 되었으면 그 다음 단계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조금 보이나.
내게 허락된 것들에 감사하고, 마음을 넉넉히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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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했던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레타 발티카] 공연은... 좋긴 좋았는데, 레퍼토리는 그렇게까지 취향이 아니어서 약간 아쉬웠다. (슈베르트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현대음악으로 재해석이라니... 기쁘지 않아;) 마지막으로 연주한, 두번째 앵콜곡이었던 보헤미안풍 음악이 제일 좋았음. 하바네라 리듬의 콘트라 베이스. 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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