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wai Eri (河井英里) 원맨 라이브 [2002.03.09 신주쿠5번지 CAFE MIDDLE]

어쩌다 河井英里 홈페이지에서 공연 소식을 접하고, 음- 이것도 기회인데 어디 가볼까 하고 가볍게 전화 예약 성공. (소요경비는 공연티켓 3천엔 / 카페 메뉴 중 제일 싼 아이스크림 500엔-무슨 술이랑 과일이 들어있는 소르베였는데 맛있었다.- / 토에이신쥬쿠선 왕복차비)

결론만 말하자면, 카와이 에리라는 아티스트를 정말 좋아하게 만든 라이브.
조그만 라이브 카페에서의 공연이라는 점도 생소했지만, 여러모로 인상적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좀 일찍 도착해서 보니 웬 줄이 늘어서 있길래 무슨 줄이냐고 묻자, 당일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우와 굉장해; ㅠ_ㅠ 예약하길 정말 잘했지- 기뻐하며 줄 안 서고 들어갈 수 있었다;) 티켓 교환하고 메뉴 주문해서 앉을 테이블을 찾다가, 중앙 맨 앞자리가 하나 비었길래 냉큼 가서 앉았다. (이것이 대행운이었다는 것은 공연이 시작한 다음에야 깨달았음) 기다란 테이블의 옆자리와 앞자리는 다같이 일행으로 온 일본인들인지 서로 식사와 얘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대화가, 당시 절판된 인디앨범인 "청에 바친다"가 제팬야후옥션에서 7만엔에 거래되었다는 얘기. 이야 대단하네요- 뭐 그만한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요- 이야 저도 실물은 못보고 MP3로만 갖고 있지만 말이에요 등등. (그런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라이브 중에 카와이 씨가 "<청에 바친다> 앨범이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복각판으로 재발매될 듯 합니다-" 라는 말을 했을 때엔 속으로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 예정 시각 10분 정도 지나서 카와이 에리 씨 등장. 오오 실물이야- 우와 이 자리 캡 좋잖아! 세상에 주름이랑 손금까지 다 보여-; 뭐야 내가 제일 가까운 자리인 거야? 초럭키~ 하면서 속으로 흥분.

첫 곡은 "샤리온(아카펠라 버전)"의 고요하고 부드러운 발성으로 시작.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눈을 감고서 손가락을 OK할 때의 동그라미로 만들어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이미지 컨트롤을 하는 것 같았다. 조금 긴장하고 있는 듯 했지만 생각보다 성량이 풍부해서, 노래 정말 잘 부르는구나- 하고 또 감탄. 곡도 아름답지만 목소리도 맑게 울려퍼져 집중되는 느낌이 좋았고, 관객에게 보여주려기보다는 자기 내면에 몰입된 명상에 가까운 세계. 마치 조용하게 펼쳐진 어딘가 외딴 공간에서 자신의 별을 보여주는 느낌.

두번째 곡도 무척 멋진 곡이었다. 데 샹 어쩌고 하는데 정확한 제목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의 계속이었다. (두번째 곡부터는 피아노 반주자와 퍼커션 반주자들이 입장. 여러 사람이 모여서 빚어내는 음은, 나무의 새싹이 파릇파릇 움트어 피어나듯 생명력 넘치는 느낌이었다.)

세번째 곡은 그녀가 아주 좋아하는 곡이라는 "Moon River". 편곡한 인트로 부분이 꽤 좋았다. 이렇게 고요하고 맑게 부르는 문리버도 좋구나- 하면서 즐겁게 듣다.

네번째 곡은, 청에 바친다 앨범 중 "川下り". 잔잔한 느낌.

다섯번째 곡은 신곡이라는 "바람의 길로". 매우 마음에 들었다. 경쾌하고 명랑한 느낌이었던 듯. 그녀는 한 곡 한 곡 부르기 전에 곡에 대한 멘트를 곁들였는데, 중간중간 살짝 웃는 모습이 꽤 귀여웠다.

여섯번째 곡은 Never Again. 카와이 씨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노래했는데, 학창시절부터 10년 이상 신세를 지고 있는 이와시로 타로 씨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는 멘트를.

- 잠시 휴식시간 (식사를 한 게 아니어서 배고팠다...) - 여기서 독자를 위한 카와이 씨의 의상에 대한 설명. 인도 사람 무늬가 프린팅된 타이트한 상의에(정말 쫙 달라붙었다;) 프릴이 잔뜩 달린 치마, 그리고 빨간 스타킹(;), 굽이 꽤 높은 검은 구두 차림. (일본의 패션 센스는 정말 한국과 다른 것 같다...)

7번째 곡. 당시 신발매 예정이던 Animage 2 에서 You Get Burning! (기동전함 나데시코 오프닝 테마) 아니메쥬 앨범들은, 편곡된 것보다 어쩐지 원곡들 쪽이 좋다는 느낌이었다. 편곡이 잔잔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일까? 오래 들으면 나른하게 졸립다. 아니메송 특유의 원기발랄함은 듣는 사람에게도 힘을 나누어 주는 기분이어서 꽤 좋아하는데...

8번째 곡. 봉오리의 한때. (つぼみの一時) 역시 피아노와 보컬의 조용한 곡.

9번째 곡. Oh My Glory. 역시 잔잔한 곡으로, 릴랙스하게 쉬고 있을 무렵에 만든 곡이라고 했다.
이 곡을 부른 다음에 자신의 신보앨범이라든가 청에 바친다 복각판에 대한 토크 타임.

열번째 곡은 신곡. 하늘빛이 될 거야(空色になるよ). 명랑하게 머리칼을 휘날리며 달리는 느낌.

11번째 곡은 청에 바친다. 퍼커션 파트가 두근두근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리듬.

12번째 곡은 샤리온(합주). 시작과 끝을 모두 샤리온으로 불렀는데, 원래도 좋아하는 곡인 데다가 합주와 아카펠라의 맛이 전혀 달라서(!) 무척 즐거웠다. (행복~ *^^*)

여기서 일단 퇴장.
(이제 모두 한마음으로 박수를 열심히 쳐서 노래를 더 해달라고 조르는 일이 남았다! 짝짝짝짝짝~)

재등장, 앵콜송으로 "Prayer"(가사없는 아카펠라 송), 마지막으로 "창 밖으로 가기"(피아노와 보컬)를 불러주었다. Prayer는 정말로 기도하는 느낌으로, 경건하기까지 한 자세로 불러서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녀는 라이브를 좋아한다고 했다.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류와 반응을 통해 배우는 게 많아서 좋다고 했다. 나도 즐거웠다.

라이브 장소는 조그마한 까페였는데, 엄청 촘촘하게 앉고 나중에 온 사람들은 서서, 끝날 무렵 세어보니 70명 가까이 되었던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는 50명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음. 끝나고서 시디에 싸인 같은 걸 해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얼굴도 볼 수 없었고 그저 시디 판매와 앙케이트 회수뿐이었으므로, 재빨리 집에 돌아와 라면 끓여먹었다. 꽤 색다르고 괜찮은 경험이었으므로,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