星の夜 vol.10 ～stellae decem～ 黑百合姉妹 [2002.11.02 吉祥寺 Star Fine's Cafe]

Les soeurs des lis noirs 黑百合姉妹.

'Angel Sanctuary 천사금렵구' 드라마앨범 OST가 아니었으면, 아마 존재조차 알 일이 없었을 듯한... 자매이다. 원래도 마이너하다고는 생각했지만... ^^; 가벼운 마음으로 가 본 라이브에서, 정말로 어둠 속에 서식하는 眞.마이너라는 느낌을 팍팍 받고 왔다... ㅠ_ㅠ; 팬들도 대부분 머리를 길게 길러 스트레이트로 늘어뜨리고 검은 레이스 옷차림의 여성들... (らしいな... 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더니, 실제로 비가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우산을 촤악 펼쳐들었다... 뭐 물론 남자들도 있긴 했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전체적으로 암울~ 하면서, 차아악... 가라앉으면서, 한없이 늘어지는 음악 스타일. 무시무시한 명상음악에 가까운(이걸 과연 고딕이라 할 수 있을까...) 곡들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고, 중세풍의 곡들은 그런 스타일을 원래 좋아하는 터라 그래도 괜찮은 편... 이긴 한데, 라이브를 들으면서 어쩜 이리 무기력한 느낌의 곡들만 부르나... 싶으면서도 그녀들은 원래 아스트랄했던 것이다... 라며 납득해 버렸다;

공연예정시간 7시. 3분쯤 지나자 남자 한 명이 나와서 기타를 디링~ 디링디링디링디링~ 하고 튕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또 끝없이 반복프레이즈가 많아서 나를 한없이 졸립게 만들었다. (실제로 졸다가, 연주가 끝나는구나- 하고 깨어보니 7:17분이었다... -_-; 나는 이 때 모든 진실을 알았어야 했다...;)

슬그머니 기타리스트가 퇴장하고, 7시 22분. Risa와 Juri 등장. 반주를 맡은 Risa 쪽이 언니인 듯 한데(실제로도 확실히 늙어보인다...), 부시시하게 풀어헤친 머리가... 마녀 같았다; (좋은 마녀가 아니고 그 뭐시냐... 좀 무서웠다고 할 수 있다;) 보컬 쪽의 Juri는, 웬걸, 젊은 미인! (좋았어) 목소리도 미성이라 할 수 있다.(가창력 자체는 평범... 워낙 맥아리가 없는 곡만 불러서 크게 신경 쓰일 일도 없긴 했지만...) 머리는 높게 묶어올려 스트레이트로 늘어뜨리고, 그다지 표정없는 갸름한 흰 얼굴에 붉은 입술이 두드러지게 돋보였다. 자주색의 드레이퍼리 풍 드레스를 입었는데(근사하다기보단 차라리 커텐 같았다...) 그 위에 와인색 쇼올을 길게 늘어뜨리고(공연 중에 땅바닥에 끌리기도 했다... 안스러웠다;), 역시 자주색의 긴 장갑을 끼고, 귀걸이와 목걸이 등 장신구를 여러 개 달아서 몸단장을 했다.

원래 공연 같은 데 가면 피아노 쪽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 이 날만은 예외... (Lisa가 꿈에 나올까 두려워 오래 쳐다보고 싶지 않은 타입이기도 했고, 반주가... 피아니스틱하다고는 빈말로도 해줄 수 없는... 그런 것들 위주였기 때문에 나로서는 끌리는 데가 없었다) 대신, 계속 Juri를 쳐다볼 수 있긴 했지만...

아무 멘트도 없이 곧바로, 할렐루야 아베마리아 어쩌고 하는 곡으로 본공연 시작. 피아노와 Roland 신디사이저(신디사이저라지만 음색은 기본 내장된 오르간과 하프시코드 정도밖에 쓰지 않았음)는 Risa가, 그리고 두번째 곡인가부터는 남자 한 명(아마도 Arima)이 들어와 Triton(기종불명, 61건반)으로 신디 스트링스, 안개처럼 은은하고 묵직하게 깔리는 배경음 쪽을 맡았다. 보컬의 Juri도 중간중간 징글벨(정확한 악기명은 모르겠는데, 25개의 은색 방울이 달린 손잡이를 잡고 짤랑이는 작은 타악기. 그 악기를 드는 순간, 뇌리 속에서 은방울자매...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라졌... -_-;)을 울리며 노래.

무대 조명은 세 가지. 아주아주 어둠침침한 노래일 경우에는 무대를 껌껌하다 싶을 만큼 어둡게(x_x). 중세풍의 곡일 때에는 형광 녹색 조명... (-_-), 나름대로 밝은 노래를 부르는 참일 때에는 형광 주홍빛 조명...(=_=) 실로 무대 위의 찬란함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 싶은... 무대였다. (아니... 그 빛바랜 어둠컴컴함이야말로 어울린다고 하면 뭐 그러려니...)

이 자매의 음악이 어찌하여 나를 이토록 졸립고 무기력하게 만드는가... 에 대해, 나는 슬프게도 졸음과 싸우며 나름대로 원인분석(?)을 해보았다. 우선, 반복되는 프레이즈가 매우 많고, 박자에 긴장감이 없다. 싱코페이션이나 부점이란 탈탈 털어도 찾기 힘들고, 그저 딱딱 끊어지는 정박자... 거기다 빠르기 역시 느릿느릿~한 곡들 투성이, 곡중의 여백이 넘치고 넘쳐 침묵으로 승화될 수 있는... (그래... 천사금렵구라면 허용이 되지만, 일반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그런 무언가가 이들의 음악 속에는 본질적으로 있는 것이었다;) 그냥, Juri의 목소리는 그래 너 이뻐... 그런데 왠지 깨지기 쉬운 아름다움을 접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야... 하면서 듣고, Risa는... 네맘대로 하세요... 하면서 듣고.(아, 중간에 무슨 곡인지, 반주가 빠르게 대위적으로 펼쳐지는 부분만은 즐겁게 들었다. 대위라고는 해도 바하까진 안 가고... 스카를랏티 중에서도 쉬운 곡? 정도일까. 하지만 그 곡 외에는 정말... -_-; 그냥 그런 반주였다... 아름답구나- 하고 감동받은 부분, 전혀 없음;)

인삿말이라든가 곡에 대한 멘트라든가도 거의 없이, 그저 묵묵하고 시종일관 어둑어둑하게 진행된 라이브. Juri는 중간에 두어곡에서 징글벨을 울리고, 몇 번인가 쥬스(?)를 마시고, 눈을 감고 담담한 표정으로, 간혹 무엇인가를 허공에 바치는 듯한 몸짓으로 약간 애절한 듯하면서도 고요-하게 노래를 불렀다. (내가 지금 흑미사에 와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약간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정말로 쫌 무시무시했다니까 ㅠ ㅠ)
끝부분에 라이브 시디의 광고 멘트가 있었고, 앵콜곡(앵콜박수를 병든 병아리 졸듯이 치는 청중 또한 처음이로다... 허어;)을 부르고, 난데없이 웬 선물이라는 물건을 갖고 나와서 오늘 생일인 사람? 내일 생일인 사람? 을 찾다가 결국 앞으로 생일이 가까운 사람? 이 한명 나타나자 잘됐다며 건네주라고, 맨 앞의 관중 테이블로 휙 넘기고 끝. (......; 지금 생각하면 이 또한…らしいぜ。 한마디로 납득되지만; 당시엔 조금 황당했다.)

라이브가 끝나고서, 그 날 새로 발매된 라이브 앨범 두 장을 즉석에서 판매했다. (감상. 라이브의 현장 녹음 기술, 혹은 레코딩 엔지니어링에 다소의 개선점 요구됨... 그렇다고 뭐 아주 나쁜 건 아님...) 휴식 시간과 공연 전후, 까페에 울려퍼지던 배경음악은... 그레고리안 성가이긴 한데... 내, 그레고리안 챈트가 이렇게 음울한 것인 줄은 처음 알았나니;; 하며 휘적휘적 나오다. (이런 어둠의 오라는 또 진귀한 경험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군;)

심신이 심히 싸늘하여 부들부들 떨며 걷다가, 역 근처의 스타벅스에 냉큼 들어가 캬라멜 마키아또로 녹이고서 귀가. 다음에는 좀 더 생을 사랑하고, 밝게 빛나는 노래를 들으러 가야겠다;
(KOKIA... 믿고 있소~~~ 뉴욕 갔다온 에너지를 화끈하게 풀어줘~)


----- 라이브앨범CD001 ~the winter solstice~ -----

1. introduction
2. paul & liese
3. bring the light
4. 星のひとみ
5. folias (그린슬리브즈 편곡)
6. we three kings of orient are
7. valley blue
8. yambaloux
9.pavan/tourdion

JURI : Voice / LISA : piano, voice / Arima : keyboards / Shimizu, Imura : classic guitar


----- 라이브앨범CD002 ~muse~ -----

1. introduction
2. the door on the shore
3. moon calf waltz
4. 深
5. 聖なるかな
6. 月の蝕
7. pavan/tourdion
8. ねむり
9. from the ocean
10. flowers fell from my hand
11. fair purple

JURI : voice, piano / LISA : piano, voice / Arima : keyboard, etc. / Tango : bass guitar / Ohtani : guitar / Kokado : guitar, etc. / Kimura : drums

黑百合姉妹(KuroYuriShimai) 홈페이지 http://www5.airnet.ne.jp/lisno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