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은 체력이 받쳐줄 때에 가야 한다는 걸 깨달은 여행이었습니다 ^^;
(저에게 지금 필요한 건 도회지로의 문화100배 즐기기가 아니라 휴양지에서의 휴식이었어요... ㅠ ㅠ
체력이 딸리니 다 귀찮고 험난할 따름;; 사람들 만나느라 평소보다 훨씬 시간이 부족해서 매일같이 쉬지도 못하고 쫓기는 기분이었다는; 뭐 나쁘지는 않았는데... 특별한 것도 없달까; 대체 여행이라는 기분이 안 들었어요;;;)

이번 추석 연휴에 맑을 거라는 일기예보에 기뻐하며 떠났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여행기간 내내 흐린 날씨에 비가 왔어요. (덕분에 온종일 뼈가 쑤시면서 노곤노곤한... 낮에는 묘하게 더우면서도 밤에는 으실으실 추웠구요. 결국 어떻게든 비의 은총을 피해보려 했던 디즈니랜드에서도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우산 쓰고 물웅덩이를 헤치며 돌아다녔습니다;)

첫날엔 새벽 12시반쯤 숙소에 돌아왔더니 코피가 듬뿍 터져나왔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채찍질해 다녔더니 세째날부터는 감기가 심하게 들어버렸다는. (밤에 자신이 내는 끙끙 앓는 소리에 화들짝 깨어가며 잤던 듯한 어렴풋한 기억이...) 갈 때도 비행기 멀미를 해서 웬일인가 했는데, 돌아올 때는 실로 지독하게 멀미를 해버려서... 귀에서 소리가 나고 어지러워서 조금 무서웠습니다. 속이 울렁거려 기내식도 먹는둥마는둥 하며 자다 깨어보니 기압 조절을 잘못했는지 한쪽 귀가 멍멍한 게 소리도 잘 안들리고 아프더군요. (다행히 하룻밤 자고 나니 나았음) 그저 빨리 집(가족이 있는)에 가고 싶은 일념으로 버티며 나왔더니, 나오지 말랬는데도 공항에서 기다려 주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이거 또 당황;; (원래는 기뻐해야 할 상황인데; 말한다는 것 자체가 버거웠; 아무튼 마중 감사)
뭐, 그런 연유로 다녀와서 계속 몸조리 중 ^^; (가기 전에 좀 쉬었어야 하는데; 새벽 3시까지 짐 쌌으니)

부탁받은 책 중 15KG는 배편으로 부쳐버렸구요, 야오이 쪽으로 부탁하신 분들 것은... 죄송해요 ㅠ_ㅠ 도저히 뒤질 엄두가 안 나 패스해 버렸어요;;; (일단 눈에 닿는 대로 찾아는 봤는데 없음; 사람들 제껴가며 샅샅이 뒤지지 않으면 안 나올 것 같더군요; 그러고 나니 신간이고 뭐고 제가 사려던 것도 다 다음에~로 넘겨버린 채 영영 끝) 그리고 200~300엔으로 가격을 지정해 주신 모님의 책들은... 600엔 대에서 대뜸 튀어나오길래 그대로 역시 패스해 버렸습니다. (^^; 가격을 실제보다 너무 낮게 잡아주셔서 난감;)
무거운 짐을 감당할 수 없어 제 책도 그냥 다 부쳐버렸습니다. (이것도 너무 무거워서 우체국 쪽에서 가지러 와주는 서비스를 부탁하고 나갔다 와 보니, 30KG가 넘는 게 있어서 그냥 몽땅 내버려 뒀다고 해서... 돌아오기 전날 밤에 다시 박스 구해다 포장하고 우체국에 실어다 날라 부치는 우여곡절이 ㅠ_ㅠ 24시간 하는 데라 다행이긴 했지만, 아아 정말 무슨 쓸데없는 고생인지; 이사하면서 다시는 책 때문에 이런 고생 안하기로 다짐했는데에~)
생각해 보니 여행 동안에 산 건 그렇게까지 많지 않고, 그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해 놨던 것들이 대부분인 듯... (선물도 많이 샀다고 생각하며 돌아와 봤더니 별로 없어서 이게 또 우울한... 대체 뭘 한 걸까;)

일본은 여전하다는 느낌. 낯익은 것들이 그립기도 하고... 큰 감흥은 없었는데, 어쩐지 좀 답답했어요. 아마 제가 변한 거겠지요. (아무튼 이제 살고 싶은 곳은 일본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바뀌어 있기도 하고) 일본에서 직장 잡아서 살고 있는 지인들은 대개 한국에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는 듯 하더군요. (확실히 정치사회 뉴스가 좀 많이 암울하긴 하죠 ^^;;) 어디에서 살건 자신에게 맞고, 행복하고 넉넉하게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해요.
얼핏 변함없어 보여도 시간이 흐르긴 한 건지, 좋아하던 곳들이 변하거나 없어진 게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짧은 동안 얼추 꼽아봐도 다섯개는 되는군요; (뭐 이케부쿠로 만다라케점 같은 게 새로 생기기도 했고요;;) 그리고 술집에 가보니 거봉 막걸리 같은 메뉴가 새로 생겨 있었고, 친구들은 "한국에서는 감옥 갔다 오면 두부를 먹는다는 게 정말이야?" 같은 질문을 해왔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는데도 어쩜 변함없구나- 싶은 친구들,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름대로들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뭐 다들 세상 살면서 느끼는 희노애락들, 그렇겠지요. (귀엽게 느껴지기도 ^^;) 아무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다음에 만날 때는 누군가의 결혼식? 나이로만 따지면 내가 제일 먼저가 아닐까나아; 아 그럼 나 희수 결혼식 보러 한국 갈래 +_+ 같은 얘기들도 ^^;; (하긴 결혼식 풍습도 서로 좀 다르니 재미있긴 하겠지요;;) 좋은 인연들을 고이고이 가꾸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